총선 선거 코로나19 마스크 비닐장갑 투표율 세월호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착용한 유권자가 15일 서울시의 한 투표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 투표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 ED JONES / AFP.

코로나19 사태에도 28년 만에 총선 최고 투표율 나온 이유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고 싶어서 투표장에 왔어요."
Junhyup Kwon
Seoul, South Korea
16.4.2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15일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16일 오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163석, 비례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으로 17석을 얻으면서 단독으로 절반을 훌쩍 넘는 180석을 차지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승패뿐 아니라 투표율도 괄목할 만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최종 투표율이 잠정 66.2%로 나타나면서 1992년 14대 총선(71.9%)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총선 전 투표율이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18일 "유권자들이 감염을 걱정하면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투표율이 낮아질 수 있다"며 "투표자 안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웨스턴켄터키대학 티머시 리치 동아시아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고위험 집단은 사전 투표를 하거나 아예 하지 않아 투표율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분석과 정반대였다. 사전 투표율마저 26.69%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최종 투표율 상승을 견인했다. 이번 사전 투표율은 2017년 대선 사전 투표율 26.06%도 웃돌았다. 총선을 향한 뜨거운 관심은 지상파 3사의 시청률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청률 조사기관 TNMS 미디어 데이터에 따르면 지상파 3사가 방송한 출구조사 발표 전국 시청률의 총합이 26.5%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2016년 20대 총선의 지상파 3사의 총합 19.9%보다 6.6%p 오른 결과다.

당일 찾은 투표 장소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종합운동장에서도 총선의 열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감염 위험이 있는 상황이었지만 시민들은 마스크를 쓴 채로 1m 간격 사이로 줄을 서서 투표 차례를 기다렸다. 유권자들은 발열 검사를 거쳐 손 소독제를 바르고 비닐장갑을 양손에 착용한 뒤 투표용지를 들고 투표소에 입장했다.

투표 과정이 전보다 번거롭고 복잡해졌고 감염의 위험이 있었는데도 28년 만에 최고 총선 투표율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시민과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봤다.

안양종합운동장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쌍둥이 자매는 VICE에 입을 모아 평소 지지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서 투표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김수인(22)씨는 "확진자가 올 수도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제2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꼭 투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정인(22)씨는 "딱히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며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한국에서는 완치율이 높아서 치료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믿고 투표장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자매는 투표장에서 정부의 안전 지침에 비협조적인 사람도 봤다고 전했다. 김정인씨는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비닐장갑을 착용하라는 요원의 말에 반말로 '왜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성을 냈다"며 "결국 착용했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한 건데 소란을 피우는 모습이 무례하게 느껴졌고 보기 안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생애 처음으로 투표한 김태현(18)군은 "첫 투표라서 참여가 더 뜻깊었다"며 "투표 현장을 TV로만 봤었는데 와 보니 민주 시민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올해 처음으로 만 18세 이상 청소년 유권자도 투표권을 얻었다. 김군은 "코로나19 예방 조치 덕분에 거리낌 없이 투표할 수 있었다"며 "투표는 민주 시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피력했다.

전문가들은 높은 투표율을 어떻게 봤을까.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VICE와 통화에서 "유권자들이 방역에 신뢰가 있다"며 "투표장 가서 감염될까 봐 안 나오는 분은 거의 없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라서 정치적인 의사를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도 "유권자들이 투표장 방역 대책 덕에 불안감을 덜었다"며 "투표는 꼭 해야 한다는 주권 의식이 높아진 결과"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는 총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강 교수는 "코로나19로 대통령과 집권당에 불리할 수 있는 이슈들이 사라졌다"며 "야당이 공격할 만한 부분이 불분명해져 상대적으로 집권당이 유리했다"고 분석했다. 국가 위기 상황에는 기존 권력을 지지하는 '국기결집효과'를 들어 설명했다. 유 평론가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처가 좋은 평가를 받아 정권심판론이 힘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아래부터는 15일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장 풍경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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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서당 유복엽 큰 훈장과 가족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오전 충남 논산 연산초등학교에서 투표를 마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STR / YONHAP /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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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서당 유복엽 큰 훈장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오전 충남 논산 연산초등학교에서 투표하기 위해 비닐장갑을 끼고 있다. 사진: STR / YONHAP /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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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민들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투표하기 위해 1m 간격을 유지한 채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 STR / YONHAP /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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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민들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투표하기 위해 마스크와 비밀장갑을 착용한 채로 기다리고 있다. 사진: ED JONES /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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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서울 시민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착용한 채로 투표하고 있다. 사진: JUNG YEON-JE /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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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장 외부에 놓인 일회용 비닐장갑을 버리는 쓰레기통. 사진: Junhyup 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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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장 외부에 놓인 일회용 비닐장갑을 버리는 쓰레기통. 사진: Junhyup 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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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자'는 내용의 포스터. 사진: Junhyup 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