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외국인이 경험한 한국의 매운맛 분류

매운맛에도 그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
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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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에서 땀이 나는 것 같다.

어떻게 눈썹에서 땀이 날 수가 있지?

나는 평소에 매운맛을 즐긴다. 그러나 유튜브에서 '핵불면'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진 세계에서 가장 매운 인스턴트 라면 핵불닭볶음면을 먹었을 때는 알레르기와 비슷한 반응이 일어났다. 몇 입만 먹었는데 입안 가득 매운맛이 날뛰고, 몸에 익숙하지 않은 수준의 매운맛이 온몸으로 빠르게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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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내쉬어 매운맛을 없애려고 노력해도 가시지 않았고, 세탁 건조기가 돌아가듯 입안을 맴돌기만 했다. 얼굴은 퉁퉁 부은 거 같고, 사방이 엉망이고, 10km 마라톤을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린 것처럼 숨이 가쁘고 헐떡거렸다. 뜨겁고 짠 눈물 사이로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니 라면 그릇 양쪽을 잡고 있는 두 주먹을 무의식적으로 꽉 쥐고 있었다. 이런, 우유를 깜빡했네.

나의 거창한 계획이 역효과를 낳은 건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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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은 전반적으로 끔찍했다. 거주지 문제, 진로 문제부터 앞머리를 낼지 말지의 간단한 문제까지 선택을 강요받아 힘들었다. 그래서 스트레스 치료에 관한 최신 한국 책에 소개된 방법인 매운 라면으로 긴장감을 없애려고 시도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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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경제 협력 개발 기구 35개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두 번째로 긴 시간 동안 일하는 불명예를 자랑하는 나라다. 한국인은 과로와 스트레스에 대한 빠른 해결법으로 매운 떡볶이, 국수 또는 찌개를 먹는다. 마음이 아프고 우울할 때도 마찬가지다. 타는 듯이 매운 음식을 먹은 후 생기는 들끓는 고통은 사람의 걱정과 불화를 잊게 해 주고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엔도르핀을 몸 전체에 방출한다. 그러나 매운맛의 종류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매운 것에도 각자 미묘한 차이의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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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 나는 매운맛

이 처방전은 직업 관련 스트레스에 특히 효과적이다. 불은 불로 다스려야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짜증 나는 매운맛으로 분류되는 이 맛은 마치 얼굴을 한 대 맞은 기분을 들게 한다. 다른 맛을 죽이고, 불쾌할 정도로 맵다. 너무 매워서 얼굴과 등이 따갑고 혀가 마비되고 콧물이 흐르므로 불편하고 짜증 날 수 있다. 고추가 들어간 국물을 꿀꺽꿀꺽 삼키거나 매운 떡볶이를 마구 씹으며 고통에 헉헉거리며 불평을 늘어놓을 것이다. 미친 상사, 불합리한 마감 시간 요구, 참을 수 없는 동료들에 대한 기억은 매운 음식 한입과 함께 증발한다. 매운맛으로 정신을 놓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려면 매운 음식을 쉬지 않고 빨리 먹기를 추천한다. 매운맛이 가시기 전에 또 먹어야 몸에 완전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순간일 뿐이지만 슬픔을 지워줄 가벼운 행복감으로 보상받을 것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계속 먹자.

서울에서 가장 매운 면 음식점인 신길 매운 짬뽕의 주인은 1년에 약 10명이 기절한다고 하고, 그 이유로 고객들이 방문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DKDKTV의 유튜브 영상에서 "힘들고, 우울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 10분 만에 해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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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매운맛

앞에서 언급한 짜증 나는 매운맛과는 달리, 맛있는 매운맛은 부드럽게 울려 퍼지고, 한 입을 먹으면 더 먹고 싶어지는 맛이다. 힐링푸드이며, 아마도 마음이 아프거나 우울한 사람들에게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짜증 나게 매운 음식처럼 극단적이거나 공격적인 맛은 아니다. 따뜻한 보호막이 당신을 감싸안고 엄마가 "괜찮아, 괜찮아" 하고 속삭여 주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좋은 칵테일처럼, 요리의 강렬함은 마지막에 찾아온다. 짜증 나게 매운 음식을 먹을 때는 공포와 고통이 오기까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지만, 맛있는 매운맛은 그 순간이 조금 더 천천히 그리고 조금 더 부드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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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매운맛

이 말에는 모순이 있어서 잘 이해할 수가 없다. 가마솥에서 여전히 화산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는 찌개의 뜨겁고 매운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먹은 후 "아 시원하다"라고 외치는 한국인을 볼 때면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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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사전에서는 ‘시원하다’는 영어 단어인 ‘cool’을 '멋지다'고 오인하게 하지만, 한국 음식에서 ‘시원하다’는 말은 따뜻하고 매운 국물을 먹고 난 후의 느낌을 뜻한다. 온도가 낮다는 말이 아니다.

2016년 <민족 음식 저널>(Journal of Ethnic Foods)에 발표된 논문은 한국 음식 특유의 수수께끼 같은 느낌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시원한 맛은 입의 부드러운 조직에 닿을 때, 음식이 목 안으로 넘어갈 때, 그리고 위에서 소화될 때 느껴지는 감각과 연관이 있다."

"냄새 또는 맛의 감각보다는 온몸에서 느껴지는 상쾌하고 즐거운 맛"이다.

다음은 나의 사견이다. 닭 수프가 유대인의 페니실린으로 여겨지듯이, 빨간 고추로 만든 국물은 한국의 고통을 덜어주는 만병통치약이다. 시원한 맛은 특히 국이나 찌개를 먹을 때 적용된다. 시원한 국을 마시면,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고, 마음이 가라앉는다. 뜨거운 국물이 목구멍으로 흘러내려가 소화관을 통과하면서 드는 시원한 느낌은, 심호흡하고 안도의 한숨을 크게 쉴 때처럼 따뜻해지고 진정된다.

맛있는 매운맛은 중독되기 쉽고 맛이 풍부하지만, 시원한 매운맛을 내는 친숙한 매운 국물은 신체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내가 매운 라면을 먹을 때 ‘시원’하거나 진정되는 효과는 특별히 없었지만, 혼탁한 마음은 조금 가라앉았다. 열은 이제 가라앉았다. 황홀경도 없어지고, 카타르시스도 희미해져 간다. 라면으로 인해 불편한 기억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내 기억에는 사악하게 매캐하고 달콤한 맛으로 남을 것이다. 이제 다시 출출해진다.

어딘가에 있을 불닭 맛 아몬드 한 봉지를 찾아보아야겠다.

본 기사의 출처는 <바이스 US>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