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성폭행 성폭력 인권 운동 미투 운동
sexual abuse

‘미얀마 인권 운동의 아이콘’, 성폭행 연루에도 수년간 지원금

아시아에서 내부 고발은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더 큰 위협이다.

얀마의 공무원과 시민운동가, 인권단체 인사들이 2013년 11월 양곤의 한 호텔 연회장에 모였다. 이곳에서 열리는 ‘전국여성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성폭력 근절 방안과 평화 구축에 있어 여성의 역할을 모색했다.

미얀마의 청년 운동가 진민 투도 이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호텔 벽에 부착된 포스터를 발견했다. 포스터에는 뒤로 돌아 선 한 남성이 여성 두 명의 허리를 양손으로 감싸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사진 중앙에는 메시지가 있었다. “모든 성공한 남성의 뒤에는 여성이 있습니다. 큰 성공을 원한다면 여성의 수를 더 늘리세요!”

진민 투는 포스터를 보자마자 여성운동과 이런 이미지를 연결할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미얀마의 여성운동 커뮤니티는 특히 좁아 서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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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바로 진민 투의 전 직장 상사였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진민 투를 첫 교육했던 그 상사. 몇 달간 진민 투에게 끔찍한 성폭력을 저질렀던 그 상사.

진민 투는 그날 행사장에서 친구 몇 명을 불러 즉흥적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그리고는 호텔에 부착된 그 포스터 사진의 뒷면에 이런 문구들을 적었다.

“당신이 저지른 일을 알고 있습니다.”

“시민사회에서 파렴치한을 몰아내야 합니다.”

“여권 신장이라는 구호 뒤에 숨지 맙시다.”

하지만 행사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 포스터를 봐도 특별히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주최 측은 행사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문구가 적힌 게시물을 안 보이게 가렸다.

이 일은 진민 투가 저명한 성 평등 운동가이자 시민단체 미얀마자선중심(COM)의 창립자인 찬 네인 아웅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려고 한 첫 시도였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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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E는 몇 달간 이 사건과 연관된 피해자 6명의 증언을 들었다. 이들은 찬 네인 아웅이 수년간 자신을 정신적, 신체적으로 학대했다고 털어놨다.

최근 아시아의 인권단체에서 발생한 다른 스캔들처럼 이 사건은 성폭력을 막기 위해 설계된 조직의 시스템이 얼마나 문제투성이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내부 고발’이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더 큰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현재 30세인 진민 투가 미얀마 시민단체에 처음 입문할 당시 아시아 대부분 국가에서는 사내 성폭력을 용인하는 분위기였다. 그땐 직장 성폭력이 빈번했지만 대부분 처벌받지 않았다. 2006년 발간된 유럽연합(UN)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에서 일하는 직장 여성 30~40%가 성희롱을 경험했다. 2017년 인권단체 종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87%가 직장에서 성폭력을 당한 동료를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41%는 동료가 성폭력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 또 72%는 성폭력의 피해자였다.

미얀마는 이런 성폭력에 있어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법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과 가정폭력, 부부강간에 대한 처벌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민 투는 2011년 시민단체 COM에서 주최한 리더십 프로그램 과정에 등록했다. 당시에도 미얀마에서 안전한 공간은 없었다. 특히 그와 같은 어린 여성이 일하기에 말이다.

2004년 이 단체를 세운 찬 네인 아웅은 미얀마 여성운동의 영웅이었다. 수많은 국제기구로부터 자금을 끊임없이 조달 받았다. 2018년 8월 이 단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아시아재단과 협약을 맺었다. 성폭력과 성차별을 막기 위한 설명과 법 조항을 담은 미얀마어 안내서를 발간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찬 네인 아웅도 이 안내서에 글을 썼다.

진민 투는 VICE에 “그는 영웅이었다”며 “모두가 그를 존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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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가 이 단체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기 시작하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상사의 이상한 행동을 포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달라진 행동을 이렇게 설명했다.

“여성 교육생의 몸을 더듬었어요. 볼을 꼬집기도 했고요. 이마와 머리를 쓰다듬는 일도 잦아졌죠. 언뜻 보기엔 아이들에게 애정을 갖고 장난치는 것처럼 보였어요.”

진민 투는 불편한 기분이 들어 부모님에게 이런 일을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부모님은 직장 상사가 여동생 대하듯이 직원들을 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찬 네인 아웅의 행동은 갈수록 심해졌다. 여성들을 공중으로 들어 올리고 몸을 비벼대고 엉덩이를 때렸다. 2012년 말, 양곤의 카페에 찬 네인 아웅과 진민 투, 둘만 남겨졌던 때가 있었다. 갑자기 그가 관심이 있다고 고백했고 진민 투는 고백을 거절했다. 며칠이 지나 찬 네인 아웅은 사무실에서 무릎에 진민 투를 앉힌 다음 브래지어를 벗기고 강제로 키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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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몇 달간 이어졌다. 진민 투는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찬 네인 아웅은 사표를 수리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 한 번만 더 사표를 제출하면 미얀마에 있는 어떤 시민단체, 인권단체에서도 취업하지 못할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한다. 진민 투는 어쩔 수 없이 이 단체에에 5개월 더 다녔다. 항상 상사와 둘이 남겨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말이다. 2013년 4월 그는 이렇게 다시 협박했다고 한다.

“어딜 가든 날 피할 수 없을 거야. 언젠간 내 손안에 들어오게 돼 있어.”

이 날, 진민 투는 회사를 영원히 떠났다.

진민 투는 2011~2015년 이 단체에서 찬 네인 아웅에게 성폭력을 당한 6명 중 1명이다.

찬 네인 아웅의 피해자들은 2018년 7월 COM을 후원하는 국제기구 3곳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이 세 단체는 유엔프로젝트조달기구(UNOPS)와 스웨덴 디아코니아 발전기구, 아일랜드 트로커러 발전기구다. VICE는 서한을 보낸 피해자의 허락을 받아 내용을 검토했다. 이 서한에는 강제추행 혐의 6건과 강제 입맞춤 혐의 4건, 성폭행 혐의 2건이 있었다. 이들은 가해자가 유머, 협박, 명성을 이용해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전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2013년 10월 찬 네인 아웅과 관련된 성폭행 사건이 한 건 더 있었다. 그가 미얀마 북서쪽의 외딴 지역인 친주에서 젊은 활동가들을 교육하고 있을 때다. 익명을 요구한 피해자는 가해자가 술을 마시라고 요구했고 호텔 열쇠를 가져가서 자신을 방으로 밀어 넣었다고 증언했다. 또 옷을 찢고 승진을 시켜준다면서 성폭행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자신이 불안발작을 일으키자 행동을 멈췄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있었지만 사내 내부 고발은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 이 피해자가 그날 있던 일을 회사에 보고했다. 피해자에 따르면, 담당자는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소문을 잠재우려 했고 오히려 찬 네인 아웅이 피해자라고 말하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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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익명을 요구한 피해자는 찬 네인 아웅이 2014년쯤 불과 16세 연수생이던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너무 어렸다”며 “그런 일이 있어도 상사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는 잠자리를 갖기 위해 직위를 이용했고 날 길들이려고 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어느 날 가해자의 차를 탄 적이 있었는데 차가 호텔로 향하는 것을 알고 소리를 질렀다”며 “그런데도 옷을 벗기고 성폭행하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또 “관계를 끝내려고 하자 찬 네인 아웅이 성적인 대화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은 이 단체의 직원부터 자신의 부모까지 모두가 몇 년 동안 침묵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저명한 사회 리더와 후원자, 기업인들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유력 인물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불만을 공식적으로 제기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증언한 피해자 중 4명은 “COM 직원들이 내부 고발을 묻었다”고 주장했다.

VICE는 가해자로 지목된 찬 네인 아웅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을 받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그의 보좌관에게 연락했을 때는 답변을 거부했다.

페이스북에서 2018년 7월부터 찬 네인 아웅의 혐의가 유포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COM은 공식 성명을 통해 “조직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금전적인 피해를 끼친 언론에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명 변호사와 전 국회의원이 주도해 성명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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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및 구호단체 직원들이 겪었던 사내 성폭력. 통계: Report the Abuse

VICE가 이달 다시 COM에 연락했을 때 이들은 혐의를 부인했다. 또 “고발에 저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선 비영리기구들이 질투해 서로를 공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COM은 가장 성공적인 단체입니다. 정기적으로 국회의원과 정부 관료들을 만나 일을 합니다. 이 때문에 시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생긴 일입니다.”

“2020년 선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COM은 2012년, 2015년 선거 기간 미얀마의 실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당을 지지했습니다. 정치적인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겁니다.”

이 사건은 아시아의 다른 인권단체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중국의 레이촹은 간염 확산을 막기 위해 설립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영향력 있는 활동가였다. 그는 평소 성폭력을 막기 위한 운동에도 앞장섰다. 하지만 2015년 자선 활동을 같이 나섰던 20세의 지지자를 대상으로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도 다른 사건처럼 피해자에게 ‘특별한 관심’을 쏟으면서 ‘여동생’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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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는 지난해 7월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피해자가 중국 메신저 위챗(웨이신)에 경험을 털어놓자 게시물이 확산이 됐고 논란이 커졌다. 하지만 레이는 물러나면서도 성관계는 있었지만 서로 동의 하에 가졌던 잠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같은 달 중국의 환경운동가 펑용펑도 비슷한 사건에 휘말렸다. 그는 2017년 출장 중 직원을 성희롱한 사실이 메신저를 통해 드러나면서 사과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찬 네인 아웅의 피해자와 중국의 피해자들은 전 세계에서 미투(#MeToo) 운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피해를 털어놓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협박과 위협, 회사의 침묵, 증거의 부재, 허술한 법률. 이 모든 것이 이런 상황을 만든 공범이었다. 피해자들은 공개적으로 당하더라도 장난으로 넘겼고 사법 당국이나 후원자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민 투는 달랐다. “절대 침묵하지 않을 거예요. 2013년부터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진민 투는 2013년 ‘전국여성대회’에서 찬 네인 아웅의 사건을 공론화하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그 후 다른 여성단체에 취업해 당했던 일을 풀어내고 있다. 동료들도 진민 투의 이야기를 서한으로 작성해 미국 대사관에 보냈다. 미국 대사관은 2012~2013년 COM에게 자금을 조달했다. 또 2014년부터 COM을 지원하는 UNOPS에도 자금을 지원했다. 진민 투의 동료들은 대사관에 가서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하지만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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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촬영한 미얀마자선중심(COM)의 사무실. 사진: JACOB GOLDBERG

미국 대사관 대변인은 VICE에 “2014년 사건과 관련해 제3자에게 연락을 받았다”며 “대사관 직원이 서한을 작성한 사람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을 심각하게 취급했고 COM과 교류하는 협력단체에도 이런 일이 있다고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사관의 입장을 확인해보니 답변과 달랐다. UNOPS는 “2018년 7월 이전, 찬 네인 아웅에 대한 민원 기록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때까지 자금 지원은 계속 진행됐다.

마찬가지로 진민 투의 동료는 2015년 초 똑같은 서한을 유엔개발계획(UNDP)에 보냈다. 이 단체는 유엔인구기금(UNFPA)을 대신해 COM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를 받은 직원이 미국 뉴욕에 있는 감사실에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 그래서 항의 서한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COM은 2017년까지 UNDP에서 자금 지원을 받았다.

UNDA 대변인은 VICE에 “우리 단체의 민원 공식 채널은 항상 열려 있다”며 “하지만 성폭력 혐의 관련 어떤 민원도 따로 받은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진민 투와 동료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다. 이들은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COM의 잘못을 영원히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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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방지 관련 전문가은 피해자들이 미국 대사관과 UNDP(자금 후원자)을 통해 COM을 제지하지 못한 건 비영리단체와 국제 개발기관, 현지기관의 성폭력 방지 시스템 사이에 큰 간극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휴머니테리안HR의 임원인 콜린 스트리겔은 “성폭력 문제가 국제기구에 보고되지 않고 있다”고 단언했다. 휴머니테리안HR은 기업에 성교육과 성 문제 조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내부 고발이 있어도 적절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상황을 악화하는 해결책이 나오거나 무응답으로 일관한다. 사실 성폭력 사건에서 이런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콜린은 VICE에 “우리가 조사하는 대부분의 사건은 성 학대가 조직에서 발생하더라도 회사에 보고되지 않는 경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 기업은 피해자의 안전과 안녕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며 “피해자를 버리면서까지 기업의 명예와 이미지를 먼저 보호하길 선택한다”고 덧붙였다.

비영리기구인 CHS얼라이언스는 2015년 성폭력 방지를 위한 지침을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내부 고발이 접수된 경우, 고발자가 당사자든 제3자이든 기업은 적절한 해결책을 내놓을 책임이 있다. 스스로 책임질 수 없다면 해당 일을 처리하는 관련 부서나 단체에 연락해 조치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이 보고서의 내용을 따르지 않는다. 성폭력 사실을 비공식적인 통로로 접수한 직원이 이 사실을 전달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은 학대가 수년간 지속될 수 있는 범죄의 사각지대를 만든 일등공신이었다.

CHS의 보고서를 자문한 보호 전문가 루시 헤븐 테일러는 “성희롱, 성 착취 및 학대 신고가 항상 공식 채널을 통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며 “이에 대한 이해와 문제의식, 성폭력 교육과 성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트리겔은 “조직은 신고를 위한 공식 채널과 비공식 채널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핫라인 전화와 이메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복잡한 서류 절차가 필요하면 피해자들이 신고하기가 어렵다. 그는 “경영진이 여러 채널을 통해 긴급히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꼽았다.

반노예제단체인 메콩 클럽의 최고경영자(CEO) 매튜 프리드먼은 국제기구의 성 문제 대처 시스템이 현지의 허술한 법의 영향 때문에 더 약해진다고 진단했다.

“미얀마와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신고를 금기시하고 관련 법률이 허술한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이들 국가들의 법률은 피해자 중심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종종 권력과 영향력을 지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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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대부분 가해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피해자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수치심을 느낍니다. 사회가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수치심 때문에 여성들은 신고를 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항상 패배하는 건 여성들입니다.”

찬 네인 아웅의 피해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재취업하는 데 불이익을 입었다. 특히 대규모 국제기구보다 현지의 시민단체, 인권단체에 재취업할 때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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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 진민 투가 지난 6월 양곤의 한 건물에 서 있다. 사진: JACOB GOLDBERG

휴머니테리안HR의 스트리겔은 “국가 비영리기구의 직원은 성폭력을 신고할 때 더 어려울 수 있다”며 “구직하기 어려운 곳에서 학대를 당하면 피해자는 심각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피해자 또는 내부 고발자는 회사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찬 네인 아웅의 피해자가 COM에 근무하면서 신고를 하게 되면 조직이 무너질 위험이 있었다. 조직도 개인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미얀마 내무부가 지난해 발간한 통계에 따르면, 2016~2017년 미얀마에서 성폭행이 28% 증가했다. 이 통계는 미투 운동의 바람이 불고 온 결과다. 찬 네인 아웅의 피해자들도 이때 온라인에서 피해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진민 투도 다른 여성들이 용기 내서 올린 게시물을 보고 피해 사실을 고백하기로 했다. 진민 투의 게시물은 수천 번 공유됐다. 이 덕분에 COM의 보복을 걱정하지 않고 COM의 후원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진민 투는 온라인에서 증인들의 글과 피해자들의 글을 모았다. 이 자료를 UNOPS로 보냈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조사를 시작했다. UNOPS의 조사에서 찬 네인 아웅은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남자 직원들만 껴안고 만지고 장난쳤다”고 반박했다.

또 조사관은 보고서에 “COM의 고위 직원이 내부 고발을 묻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없다”고 썼다. 조사받은 직원 중 신고를 받았다고 인정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사관들은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COM 내에서 신고를 접수받고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했다”고 결론 내렸다.

또 UNDP 감사실은 같은 달, “2015년 찬 네인 아웅에 대한 민원 접수한 직원의 조치에 문제가 없었다”며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UNDP 대변인은 VICE에 “성희롱 등 성폭력 관련 정책을 강화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려고 한다”며 “사내 성폭력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저희에 실망하신 분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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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COM과 안내서를 발간한 아시아재단은 “지난해 7월까지 찬 네인 아웅의 혐의를 알지 못했다”며 “사건을 인지하고 안내서의 추가 판을 인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COM과 또 다른 협약이나 파트너십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사관들에 의해 찬 네인 아웅의 혐의가 믿을 만한 것으로 밝혀지자 진민 투의 문제 제기를 묵살한 ‘전국여성대회’ 행사의 주최자는 익명을 바라며 “내 잘못”이라며 “오해가 있어 제기된 문제를 피하려고 했다.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말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찬 네인 아웅은 혐의가 공개되고 COM의 CEO 직책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COM의 양곤 사무소에서 한동안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COM의 직원 대부분은 퇴사했다.

진민 투는 다른 비영리기구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한다고 한다.

미국 대사관은 “가해자의 혐의가 인정된다면 법의 심판을 받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변호사가 찬 네인 아웅을 형사 고발하지 말라고 권고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수년 전에 저지른 범죄를 입증할 물리적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민 투는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결코 자신의 목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목표는 처벌이 아닙니다. 전체 시스템의 변화입니다. 미얀마의 시민사회를 바꿀 수 있는 계기입니다. 또 권력을 남용하는 사람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줄 수 있는 기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