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30세인 진민 투가 미얀마 시민단체에 처음 입문할 당시 아시아 대부분 국가에서는 사내 성폭력을 용인하는 분위기였다. 그땐 직장 성폭력이 빈번했지만 대부분 처벌받지 않았다. 2006년 발간된 유럽연합(UN)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에서 일하는 직장 여성 30~40%가 성희롱을 경험했다. 2017년 인권단체 종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87%가 직장에서 성폭력을 당한 동료를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41%는 동료가 성폭력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 또 72%는 성폭력의 피해자였다.최근 아시아의 인권단체에서 발생한 다른 스캔들처럼 이 사건은 성폭력을 막기 위해 설계된 조직의 시스템이 얼마나 문제투성이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내부 고발’이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더 큰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진민 투는 2011년 시민단체 COM에서 주최한 리더십 프로그램 과정에 등록했다. 당시에도 미얀마에서 안전한 공간은 없었다. 특히 그와 같은 어린 여성이 일하기에 말이다.2004년 이 단체를 세운 찬 네인 아웅은 미얀마 여성운동의 영웅이었다. 수많은 국제기구로부터 자금을 끊임없이 조달 받았다. 2018년 8월 이 단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아시아재단과 협약을 맺었다. 성폭력과 성차별을 막기 위한 설명과 법 조항을 담은 미얀마어 안내서를 발간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찬 네인 아웅도 이 안내서에 글을 썼다.진민 투는 VICE에 “그는 영웅이었다”며 “모두가 그를 존경했다”고 말했다.미얀마는 이런 성폭력에 있어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법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과 가정폭력, 부부강간에 대한 처벌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날, 진민 투는 회사를 영원히 떠났다.진민 투는 2011~2015년 이 단체에서 찬 네인 아웅에게 성폭력을 당한 6명 중 1명이다.찬 네인 아웅의 피해자들은 2018년 7월 COM을 후원하는 국제기구 3곳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이 세 단체는 유엔프로젝트조달기구(UNOPS)와 스웨덴 디아코니아 발전기구, 아일랜드 트로커러 발전기구다. VICE는 서한을 보낸 피해자의 허락을 받아 내용을 검토했다. 이 서한에는 강제추행 혐의 6건과 강제 입맞춤 혐의 4건, 성폭행 혐의 2건이 있었다. 이들은 가해자가 유머, 협박, 명성을 이용해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전했다.알려진 바에 따르면, 2013년 10월 찬 네인 아웅과 관련된 성폭행 사건이 한 건 더 있었다. 그가 미얀마 북서쪽의 외딴 지역인 친주에서 젊은 활동가들을 교육하고 있을 때다. 익명을 요구한 피해자는 가해자가 술을 마시라고 요구했고 호텔 열쇠를 가져가서 자신을 방으로 밀어 넣었다고 증언했다. 또 옷을 찢고 승진을 시켜준다면서 성폭행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자신이 불안발작을 일으키자 행동을 멈췄다고 한다.이런 일이 있었지만 사내 내부 고발은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 이 피해자가 그날 있던 일을 회사에 보고했다. 피해자에 따르면, 담당자는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소문을 잠재우려 했고 오히려 찬 네인 아웅이 피해자라고 말하고 다녔다.“어딜 가든 날 피할 수 없을 거야. 언젠간 내 손안에 들어오게 돼 있어.”
피해자들은 이 단체의 직원부터 자신의 부모까지 모두가 몇 년 동안 침묵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저명한 사회 리더와 후원자, 기업인들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유력 인물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불만을 공식적으로 제기하기 쉽지 않았습니다.”증언한 피해자 중 4명은 “COM 직원들이 내부 고발을 묻었다”고 주장했다.VICE는 가해자로 지목된 찬 네인 아웅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을 받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그의 보좌관에게 연락했을 때는 답변을 거부했다.페이스북에서 2018년 7월부터 찬 네인 아웅의 혐의가 유포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COM은 공식 성명을 통해 “조직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금전적인 피해를 끼친 언론에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명 변호사와 전 국회의원이 주도해 성명을 내놨다.피해자는 “어느 날 가해자의 차를 탄 적이 있었는데 차가 호텔로 향하는 것을 알고 소리를 질렀다”며 “그런데도 옷을 벗기고 성폭행하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또 “관계를 끝내려고 하자 찬 네인 아웅이 성적인 대화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덧붙였다.
인권단체 및 구호단체 직원들이 겪었던 사내 성폭력. 통계: Report the Abuse
중국의 레이촹은 간염 확산을 막기 위해 설립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영향력 있는 활동가였다. 그는 평소 성폭력을 막기 위한 운동에도 앞장섰다. 하지만 2015년 자선 활동을 같이 나섰던 20세의 지지자를 대상으로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도 다른 사건처럼 피해자에게 ‘특별한 관심’을 쏟으면서 ‘여동생’이라고 불렀다고 한다.이 사건은 아시아의 다른 인권단체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지난해 10월 촬영한 미얀마자선중심(COM)의 사무실. 사진: JACOB GOLDBERG
진민 투와 동료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다. 이들은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COM의 잘못을 영원히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고 고백했다.
비영리기구인 CHS얼라이언스는 2015년 성폭력 방지를 위한 지침을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내부 고발이 접수된 경우, 고발자가 당사자든 제3자이든 기업은 적절한 해결책을 내놓을 책임이 있다. 스스로 책임질 수 없다면 해당 일을 처리하는 관련 부서나 단체에 연락해 조치할 책임이 있다.”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이 보고서의 내용을 따르지 않는다. 성폭력 사실을 비공식적인 통로로 접수한 직원이 이 사실을 전달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은 학대가 수년간 지속될 수 있는 범죄의 사각지대를 만든 일등공신이었다.CHS의 보고서를 자문한 보호 전문가 루시 헤븐 테일러는 “성희롱, 성 착취 및 학대 신고가 항상 공식 채널을 통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며 “이에 대한 이해와 문제의식, 성폭력 교육과 성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스트리겔은 “조직은 신고를 위한 공식 채널과 비공식 채널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핫라인 전화와 이메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복잡한 서류 절차가 필요하면 피해자들이 신고하기가 어렵다. 그는 “경영진이 여러 채널을 통해 긴급히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꼽았다.반노예제단체인 메콩 클럽의 최고경영자(CEO) 매튜 프리드먼은 국제기구의 성 문제 대처 시스템이 현지의 허술한 법의 영향 때문에 더 약해진다고 진단했다.“미얀마와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신고를 금기시하고 관련 법률이 허술한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이들 국가들의 법률은 피해자 중심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종종 권력과 영향력을 지니는 경우가 많습니다.”이어 “대부분 기업은 피해자의 안전과 안녕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며 “피해자를 버리면서까지 기업의 명예와 이미지를 먼저 보호하길 선택한다”고 덧붙였다.
찬 네인 아웅의 피해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재취업하는 데 불이익을 입었다. 특히 대규모 국제기구보다 현지의 시민단체, 인권단체에 재취업할 때 어려움을 겪었다.“법은 대부분 가해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피해자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수치심을 느낍니다. 사회가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수치심 때문에 여성들은 신고를 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항상 패배하는 건 여성들입니다.”
활동가 진민 투가 지난 6월 양곤의 한 건물에 서 있다. 사진: JACOB GOLDBERG
또 UNDP 감사실은 같은 달, “2015년 찬 네인 아웅에 대한 민원 접수한 직원의 조치에 문제가 없었다”며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UNDP 대변인은 VICE에 “성희롱 등 성폭력 관련 정책을 강화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려고 한다”며 “사내 성폭력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저희에 실망하신 분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전한다”고 말했다.그러나 수사관들은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COM 내에서 신고를 접수받고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했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