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

‘뜨거운 밤’ 보낸 후에 우는 사람들의 속 이야기

섹스 후 강렬한 감정을 느끼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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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일을 하는 28세 조흐라는 지난해 남편과 결혼하고 며칠 뒤 잠자리를 가졌다. 그런데 웬일인지 잠자리를 가진 뒤 두 뺨에서 줄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10년간 연애한 뒤 결혼했다. 물론 잠자리를 갖는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조흐라는 VICE에 “이유를 알 순 없지만 섹스 후 우는 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걱정하는 남편을 매번 안심시켜야 했다. 남편이 무심코 아프게 하지는 않았는지 걱정하거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볼 때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 말해줘야 했다.

조흐라는 무언가 강렬한 감정을 느꼈지만 어떤 기분인지 꼭 집어 설명할 수 없었다.

그는 “우리는 일상에서 모두 가식적으로 산다”며 “남편이 앞으로 오직 내게만 허물없는 모습을 보일 거라는 생각에 섹스가 매우 특별한 경험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경험의 강렬함을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단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성관계 후 나타나는 이런 반응을 ‘성교 후 불쾌감(PCD)’이라고 설명한다. 만족스러운 성관계를 끝낸 뒤 눈물이 나고 슬픈 감정이 드는 경우를 말하는 용어다.

호주 퀸즐랜드공과대 연구진은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를 토대로 응답자의 41%가 PCD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발표했다. 3~4%는 주기적으로 PCD를 경험했다. 또 다른 연구진은 여성 응답자의 절반이 성관계 후 최소 한 번 운 적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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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심리학자 자스딥 마고는 VICE에 “우리는 나약해지는 순간에 자주 가장 표현하기 쉬운 감정을 드러내곤 한다”고 설명했다. 나체로 누워있는 건 무방비 상태에 해당할 수 있다. 상대와 내면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욕망과 사랑을 교류하겠다고 동의한 순간이다. 상대에게 자신의 가장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성생활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마고는 “많은 사람이 나쁜 소식을 듣거나 울컥할 때 모순적으로 웃음을 터뜨린다”며 “행복하지 않아도 가장 쉽게 표현할 수 있고 자주 쓰는 감정을 표출한다”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전혀 의외의 감정이 가장 무방비인 상태에서 표출될 수 있다는 거다. 이어 “나조차도 그렇고, 많은 사람이 가장 드러내기 쉬운 게 눈물을 흘리는 것”이라며 “그래서 상대와 논쟁을 벌이는 중에도 감정을 주체 못해 무너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성관계는 여전히 대부분 사회에서 금기된다. 사람들은 부담스러운 경험으로 느끼기도 한다. 그 정도가 감당못할 정도에 다다르면 예기치 못하게 눈물보가 터지게 되는 거다.

24세 콘텐츠 전략가 리투파르나도 그랬다. 처음 성관계가 끝나고 울었던 건 18세 때였다. 그와 상대는 그 당시 모두 어렸기 때문에 이런 모순적인 감정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몇 년간 상담 치료를 받으면서 자기감정과 반응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리투파르나는 “인도 작은 마을의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라서 성에 부끄러움을 느꼈다”며 “어렸을 때 강한 트라우마를 남겼던 성 경험도 몇 번 겪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서로 동의 하에 안전한 성관계를 맺을 수 있어 정말 감사한 마음에 울어요. 제 쾌락도 중요하다고 인정받고,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에요.”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성관계 후 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이것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산후 우울증을 겪는 여성이 심한 호르몬 변화로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있다. 리투파르나는 “누군가는 이를 옥시토신이나 도파민 같은 체내 화학물질의 상호 작용으로 설명할지 모른다”며 “(자신에겐) 근본적으로 카타르시스(해소) 경험”이라고 전했다.

그는 “나한텐 거의 초자연적인 시간”이라며 “극진한 자세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태껏 상대는 울어도 잘 이해해줬다”며 “어떨 땐 그들도 비슷해졌다”고 덧붙였다.

32세 영화 제작자 사우라브는 성소수자 사이에선 ‘원나잇’ 상대와 성관계 후 울음을 보이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라고 전했다. 그럴 땐 상대가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고 했다.

사우라브는 “처음엔 순전히 너무 힘들어 울었다”며 “왜 그토록 섹스를 원하고 성욕이 샘솟았는지 모를 때라 감당하기 어려워 무너졌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상대 앞에서 눈물을 보이진 않았다. 낯선 이가 이해해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아서다.

24세 광고 관리자 아스마는 낯선 사람과 밤을 같이 보낸 뒤 자주 눈물을 흘렸다.

“자신에게 물어요. 인생이 계속 이럴까? 계속 짧은 만남만 하게 될까? 이게 내 삶에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섹스하면서도 이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터지는 거예요.”

아스마는 전 애인과 잠자리 후 간혹 울었다. 그는 “불안한 관계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관계에서는 성관계 후 우는 일이 적었다. 하지만 최근 긍정적인 상황에서도 울었다. 그는 “상대가 장시간 주는 전적인 관심이 버거웠다”고 고백했다.

마고는 강렬한 감정 자체는 중립적이라 부정적일 수도 긍정적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섹스 후 감당하기 어려운 강렬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섹스에 대한 기대와 현실에 차이가 있을 때”라며 “부정적인 성 경험을 하고 나면 관계의 전반적인 문제를 적나라하게 직시하게 되고, 현실을 버겁게 느끼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성 건강 전문가 아스타 보라는 VICE에 성관계 후 우는 반응을 이해하기 위해 행위 중에 나타나는 불안감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이 신체적으로 충분히 준비된 상태가 아니었을 수 있다”며 “불안감이 쌓이다 결국 눈물로 터진다”고 진단했다.

“(합의된) 섹스는 거의 모든 감정으로 통하는 통로예요. 왜냐하면 우리는 섹스할 때 말 그대로 발가벗은 상태가 되기 때문이에요. 어떤 감정이든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인 거죠. 보통 대부분에게는 이렇게 안전한 시간을 찾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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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는 모든 감정으로 통하는 통로예요.”

인도 섹스코치 팔라비 반왈은 성관계 후 우는 사람 중 일부는 평상시 감정을 매우 절제하는 사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어린 시절 경험과 관련 있다고 덧붙였다.

반왈은 “섹스는 매우 본능적인 행위”라며 “무의식적으로 가장 처음 유대 관계를 맺은 부모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의 상처는 전혀 의외의 상황에서 드러나는데 혼인 관계가 아니라면 죄책감이 때로 눈물로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왈은 특정한 말이나 자세 등 요인 때문에 과거 트라우마가 떠올라 눈물이 나는 경우라면 심리 치료를 통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마고는 이런 반응이 질병이나 병적인 질환으로 분류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응 자체론 삶을 방해하진 않지만, 만약 그렇다면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관계는 복잡하고 다면적인 행위다. 그래서 반왈은 “반응이 놀라울 게 없다”며 “사건이 벌어진 직후에 모든 것이 바로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왈은 “모든 섹스는 근본적으로 ‘쾌락과 고통의 투쟁’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며 “자신이 과정을 어떻게 탐색하고 상대가 어떻게 돕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모든 섹스는 ‘쾌락과 고통의 투쟁’입니다.”

“섹스 후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면 이 상황을 전혀 이상하거나 두렵게 볼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반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상대를 꼭 안아주세요.”

Arman K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