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 술집 클럽 일본
사진: 데즈카 마키 제공
night life

'쉿! 말 말고 글로' 코로나19 여파로 생겨난 필담 술집

직원들은 입구에서 펜과 종이를 들고 손님들을 맞이한다.
9.10.20

요즘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게 조심스럽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전염병 때문이다.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해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그래서 술집에 가면 불편한 기분마저 든다. 이런 손님들의 불편한 마음을 알아차려 새로운 전략을 쓰는 술집이 있다. 일본 도쿄에 있는 술집 '데카메론' 얘기다.

손님들은 '데카메론'에서 말할 필요가 없다. 종이에 글을 써서 주문하고 소통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입구에서 손님들을 맞을 때도 말을 하지 않고 종이에 써서 소통한다. 일본에서는 이런 술집을 '필담 바'라고 부른다. 필담으로 대화하는 술집이라는 의미이다. '데카메론'은 도쿄의 대표적인 유흥가인 신주쿠 가부키초에 위치한 유일한 '필담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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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담을 나눈 종이. 사진: 데즈카 마키 제공

이름은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서 나왔다. 이 소설에는 14세기 흑사병을 피하고자 이탈리아 피렌체의 외곽 마을에 숨어든 남성과 여성의 이야기 수백 가지가 담겼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와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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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데즈카 마키 제공

'데카메론'은 지난 7월 말에 본격적으로 문 열었다. 맥주와 와인, 칵테일, 양주 등을 판다. 특이하게 손님이 오갈 때 입장주와 퇴장주를 준다. '데카메론'의 주인인 데즈카 마키는 VICE와 인터뷰에서 "손님들이 난처하다고 느끼지 않게 하는 게 가부키초의 전통"이라며 "손님들이 바에 들어오고 나갈 때 기분 좋게 하려고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즈카는 바 말고도 인근에 식당을 운영한다. 식당 음식을 바 손님에게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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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에선 음주 시를 제외하고 마스크를 써야 한다. 데즈카는 "친구들과 바에서 대화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이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필담을 나눈다"고 밝혔다.

고객이 음식이나 음료를 주문할 때 종이에 적으면 직원이 적어서 답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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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데즈카 마키 제공

'데카메론'의 전략은 코로나19 시대에 적합하다. 하지만 그런데도 장사가 어려웠다고 한다. 손님들이 있었지만 가부키초의 다른 식당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많지 않았다고 한다. 이 지역은 전염병에 취약한 호스트 클럽과 러브 호텔이 많아 사람들이 피한다.

데즈카는 "가부키초는 코로나19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며 "일본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을 때 성 노동이나 호스트 클럽과 같은 업계가 특히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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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데즈카 마키 제공

가부키초의 가게들은 지난 4월 일본의 봉쇄 시기 문을 닫았다. 그리고 5월 다시 문을 열었다가 호스트 클럽이 코로나19 발병의 진원지가 되면서 다시 문을 닫았다. 가부키초의 코로나19 발병이 보도되면서 지역의 거리는 한산하게 변했다.

테즈카는 "안타까운 일"이라며 "대부분이 책임감 있게 행동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부키초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지역에서 대규모 감염이 발생하기 전부터 검사를 받았다"며 "가부키초는 신뢰를 제일 중요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들은 항상 가게 주인에게 누구를 만났는지 보고하고 항상 검사를 받았다"며 "다행히도 직원 대부분이 젊고 건강해서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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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직원들. 사진: 데즈카 마키 제공

테즈카는 "언론은 가부키초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방역에 동참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모습을 보도하지 않는다"며 "마치 우리를 괴물처럼 바라본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라는 꼬리표를 떠안은 채 살아가

고 있다. 테즈카는 '데카메론'을 개업한 특별한 목적이 있다. 바로 가부키초가 사람들이 와서 놀고 즐기기에 안전한 공간이라는 걸 보여줘서 예전 지역의 명성을 되살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방역을 위해 여러 지침을 마련했다. '데카메론'은 지침을 반영해 가게를 운영한다.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큰 소리로 대화를 피하라는 지침을 반영해 필담 콘셉트를 도입했다.

테즈카는 "사람들이 가부키초를 다시 찾길 바라며 이 지역 사람들이 무시받지 않았으면 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직원들과 손님들의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데카메론'에서는 필담으로 대화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손님들이 부담없이 편하게 와서 마음 속 생각을 적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Miran Miy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