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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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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자가 회사 감시에 맞서는 방법 ‘마우스 무버’

휴식 시간에 일 안 한다고 오해 살까 두려운 재택근무자를 위해.

재택근무를 하면 걱정되는 게 한 가지 있다. 바로 ‘온라인 접속 상태를 회사나 상사가 확인하고 있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다. 실제로 일부 회사는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의 출퇴근 시간을 기록해두거나 직원이 접속해있는지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살피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우려를 하는 직원이 찾고 있을지 모르는 제품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 노트북 주변에 앉아 있지 않더라도 일할 때처럼 마우스를 움직여주는 ‘마우스 무버’다.

한 여성은 최근 ‘마우스 무버’ 사용 후기를 올렸다. 미국에 거주하는 틱톡 이용자 리아다. 광고 회사에 다니는 리아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회사 방침에 따라 재택근무를 했다. 그리고 ‘마우스 무버’를 썼다. 업무용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의 상태 표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였다. 마우스 아래에 이 기기를 놓으면 커서를 자동으로 움직여 상태 표시를 활성화한다. 그가 회사에서 받은 업무용 컴퓨터는 직원이 몇 초 이상 커서를 안 움직이면 앱의 상태 표시를 ‘자리 비움’으로 바꾼다.

리아는 세 아이가 모두 원격수업을 들어야 해서 아이를 도우러 갈 일이 잦았다. 그래서 상태 표시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그는 VICE에 “재택근무를 하면 자리에서 벗어날 때 화장실을 가는지, 점심을 먹는지, 소파에서 30분 동안 쉬는지 알 수 없다”며 “일을 많이 하는데 잠시 쉴 때 안 하는 것으로 비칠까 봐 걱정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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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약 2년 전 시작했을 때 직장인들이 삶을 회사에 묶인 채 보내려고 하지 않으리라고 추측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퇴사자가 유례없이 많았다. 또 일부 상사는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직원들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악성 소프트웨어 스파이웨어처럼 계속 감시하는 상사는 ‘보스웨어’라고 불렸다.

일부 회사는 직원에게 키보드나 마우스 활동을 추적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게 했다.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시하려는 목적이다. 관리자들이 마우스 활동을 일일이 보지 않더라도 활동이 없으면 앱이 빠르게 감지해 상태 표시를 ‘자리 비움’으로 변경한다. 

디지털 인권 보호 단체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은 “‘보스웨어’의 사생활 침해가 극심하고 불필요할 뿐 아니라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미국 민주주의와정보통신센터(CDT)는 “‘보스웨어’가 근로자의 건강을 심각히 저해한다”며 “(미국 노동부 산하기관) 직업안전보건국이 근로자 안전에 관한 정책에 재택근무자를 넣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실 이런 논란은 코로나19로 처음 생긴 건 아니다. ‘리버티 마우스 무버’를 개발한 로렌초 데메디치(가명)는 2017년 플라스틱과 나무로 받침대를 제작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채팅 플랫폼 링크(현 ‘팀스’)의 시스템을 속였다고 슬레이트에 전했다. 최근 많은 재택근무자는 회사의 감시에 대응하려고 여러 기만술을 쓴다. ‘보스웨어’에 대한 저항을 벌이는 셈이다. 최근 레고로 로봇을 만들어 마우스를 움직이거나 키보드에 종이 누르개를 올려놓아 타이핑하는 효과를 내는 방법도 있다.

물론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마우스를 직접 움직이는 기기와 커서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가 담긴 이동식 저장장치(USB)가 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아마존의 제품 리뷰란만 찾아봐도 ‘마우스 무버’를 이용해 회사의 감시를 어떻게 따돌릴 수 있는지 설명하는 글이 수천개에 달한다.

사용자의 온라인 활동이나 시선을 추적하는 소프트웨어는 이미 수년간 논란거리였다. 이런 문제를 겪는 건 재택근무자뿐이 아니다. 사무실 근로자와 학생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자가 늘어나면서 ‘마우스 무버’의 인기가 확실히 높아졌다.

리아가 사용하는 ‘마우스 무버’는 테크8유에스에이사의 제품으로 마우스를 물리적으로 움직여준다. 회사 대변인 다이애나 로드리게스는 VICE에 “‘마우스 무버’를 출시한 건 코로나19로 미국에서 도시 봉쇄가 내려지기 직전인 지난해 2월”이라고 밝혔다. 또 “처음엔 판매가 부진했지만 2개월이 지나자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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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8유에스에이사의 ‘마우스 무버’ 판매량 데이터. 사진: 테크8유에스에이 제공


그에 따르면 구매자는 선생님과 변호사, 회계사, 학생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다. 구매 이유는 대부분 이 두 가지 중 하나다. 첫째는 이용자가 문서나 시스템을 오래 봐야 할 때 도중에 화면이 꺼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둘째는 이용자가 키보드와 마우스 움직임으로 생산성을 판단하겠다는 회사의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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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캡처

로드리게스는 “생산성과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것과의 상관관계는 항상 논란이었다”며 “코로나19로 근무 형태가 바뀌면서 이 같은 논란은 더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마우스 무버’의 검색량은 지난해 3월에 급증했다. 코로나19가 시작하면서 많은 회사가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시행했기 때문이다. 그 전 5년과 비교했을 때 지난해와 올해의 검색량은 지속해서 높은 편이었다. 사실 마우스를 움직여 일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꼭 ‘마우스 무버’를 구매할 필요는 없다. 무료 소프트웨어가 온라인에 널렸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게 필요할 정도로 마우스 활동을 면밀히 감시하는 엄격한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업무용 컴퓨터에 이런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못하게 해놨을 가능성이 크다.

광마우스(옵티컬 마우스)를 사용 중이라면 특정 영상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이런 영상을 재생하고 그 위에 광마우스를 올려두기만 하면 끝이다. 마우스의 센서가 영상 속 줄의 움직임을 감지해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게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이용자 u/boredmantel도 이런 앱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상사들이 재택근무를 시작한 이후 업무용 채팅 앱의 상태 표시가 ‘오프라인’으로 바뀌는 경우에 난리를 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상사가 휴대폰으로 전화해 왜 책상에 안 앉아있는 건지 묻거나 팀 전체를 이메일로 꾸짖는다”며 “너무 지쳐서 어떤 앱에서든 항상 접속 상태가 표시되도록 마우스를 움직여주는 앱을 찾았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유연근무제를 더 바라고 있다”며 “상황은 직원에게 유리하게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또 “직원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한다”며 “회사가 그런 가치를 이해 못 하면 맞서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우스 무버’는 이런 변화 속에서 등장한 도구예요. 우린 직원의 편에 선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