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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Year We Woke Up

홍콩판 '택시운전사', 시위대 택시 무료로 태워주는 '우버' 자원봉사단

홍콩 민주화 운동의 최전방에서 젊은 시위대를 돕는 자원봉사단을 만났다.

VICE Asia는 2019년을 'The Year We Woke Up'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올해 많은 청년이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사회를 나아가게 했습니다.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청년을 응원합니다. 이 기사는 이런 청년을 위한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홍콩 대학생 5명이 지난달 어느 날 밤 호텔 방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호텔은 홍콩에서도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몽콕에 있었다. 당시 지난 6월 이후 홍콩을 뒤흔든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었다. 호텔 방 TV에서는 시위 현장이 중계되고 있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은 방 한편에 줄지어 준비돼 있었다. 대학생들은 크라우드 기반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과 온라인 토론방(LIHKG)에서 귀가하려는 시위자들의 차량 요청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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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작전명 '우버'라는 시위 운동을 진행한다. 텔레그램은 디지털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은 이 메신저 채널을 통해 시위자들이 익명으로 차량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연락을 돕는다. 텔레그램은 지난 6월 중국이 연루됐다고 추정되는 국가 규모의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그 후 사용자가 계정에 전화번호를 연동하지 않아도 되도록 보안 설정을 업데이트했다.

스탠리(22)라고 통하는 '우버' 채널의 공동 설립자와 에리카(21)라고 불리는 공동 설립자는 시위가 한창인 날에 운전자 1000명 이상, 시위대 200~300명과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설명했다. 둘은 대학생으로 이 채널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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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봉사단 노디와 그의 아버지가 차에서 홍콩 시위 주제가인 '홍콩에 다시 영광을(Glory to Hong Kong)'을 재생하고 있다. 이들은 "패배감이 들거나 지친 시위대가 이 곡을 듣고 용기를 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 VIOLA GASKELL

'부모'라고 불리는 운전봉사단은 '아들과 딸' 또는 '어린이'라고 불리는 시위대를 무료로 차에 태워준다. 이 활동을 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택시운전사부터 은퇴자, 고급 승용차를 모는 전문직까지. 자원봉사단은 각계각층의 사람들로 구성됐다.

최루탄과 고무탄을 피하기 위한 노선은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불린다. 또 이 노선을 위한 차량은 '스쿨버스'라고 불린다. 시위대는 자신들이 처한 심각한 상황을 최대한 가볍게 생각하려고 광둥어 속어를 사용해 재치있게 표현한다.

시위대와 진압 경찰의 충돌이 지속되면서 홍콩의 주요 대중교통 수단인 지하철(MRT)의 운행이 중단되는 일이 잦아들고 있다. 이에 따라 홍콩 시민들의 발이 묶이는 상황도 일상이 됐다. 경찰이 그동안 역내에서 시위대를 무력으로 체포할 때 역이 폐쇄된 전례로 짐작건대 경찰이 지하철공사와 결탁하는 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스탠리는 "그래서 텔레그램 채널을 만들었다"며 "지하철은 시민들을 위해 운영돼야 하는 공공 서비스인데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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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다니는 28세 버드는 운전봉사자다. 그는 시위 최전방에서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는 일을 맡았다. 폭탄에 필요한 휘발유도 운송했다. 하지만 지난달 차량 번호판이 친정부 단체에 유출돼 조용히 지내야 하는 형편이다. 사진: VIOLA GASKELL

23세 시위자 제스는 VICE에 "대중교통이 운행을 중단하고 우버 같은 택시가 잡히지 않아 발목이 묶였던 일이 있었다"며 "경찰에 체포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시위가 끝날 때쯤에는 지하철과 버스는 운행을 정지한다"며 "'부모 차량'을 탑승하는 것이 귀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최전방에서 시위에 참여했던 마커스는 버스 정류장에서 잔 적도 있다. 홍콩섬의 항구를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어 5시간 동안 주룽반도(구룡반도)에 갇혀있었다. 마커스와 제스는 귀가하기 위해 운전 봉사자들에게 10번 이상은 부탁했다고 털어놨다.

반면 경찰은 과격한 시위대가 역사 145곳을 파손했다고 주장했다. 시위대가 통제실 창문을 부수고 승차권 발매기를 고장 내고 역의 출구에 불을 질렀다고 했다. 경찰은 과격한 행동 때문에 역을 폐쇄하고 대중교통의 운행을 중단했다는 입장이다.

시위는 홍콩인이 중국 본토로 인도될 수 있는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으로 촉발됐다. 법안의 철회에도 시위대는 자치권과 경찰의 가혹행위 조사를 요구하면서 시위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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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에 선 시위대는 보통 1997년 홍콩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한 뒤 태어나 2014년 '우산혁명' 때 성인이 된 학생들이다. 리더 없이 인터넷을 통해 집회에 참여한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색인 '옐로(Yellow)'를 예명으로 쓰는 운전봉사단원을 만났다. 옐로는 봉사활동에 참여한 계기가 지난 7월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쇠로 된 막대와 각목으로 시위대와 시민들을 무차별 폭행했던 일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시위에 가담했다는 증거를 최소화하려고 장비가 없는 시위자만 태웠다. 하지만 지금은 마스크나 비폭력 장비를 가진 시위대도 태워준다. 매주 3~4일간 밤에 시위 현장을 돌아다니며 경찰의 위치를 파악해 운전자들이 다닐 최상의 경로를 파악한다.

시위가 가열되면서 양측의 전술도 격렬해졌다. 시위대는 화염병 수백개를 던졌다. 반면 경찰은 최루탄 수천개를 던졌다. 또 고무탄과 40mm 스펀지탄을 포함한 진압 장비를 사용했다. 경찰은 지난달 처음으로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10대 소년이 크게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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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봉사자 옐로(가명)와 그의 아내는 후방에서 시위대를 지원한다. 20대와 20대 시위 참가자들을 위해 무료로 운전해주고 돈을 기부하기도 한다. 사진: Yellow

우버 채널의 설립자들과 봉사자들의 최우선 과제는 시민들과 시위대를 경찰의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다. 스탠리의 팀은 주말에 충돌이 예상되는 지역의 호텔에서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현지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살피면서 최전방의 상황과 경찰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스탠리를 비롯한 팀원들은 최전방에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필요하면 즉시 배차를 신청한다.

이 팀은 상황이 심상치 않으면 텔레그램으로 메시지를 보내 시위대에게 탈출용 차량을 제공한다. 시위대가 차량을 요청할 때 차량 번호판을 '텔레그램 봇'에 제출하게 한다. 그러면 이 번호판이 잠복 경찰의 차량인지 확인할 수 있다. 장비를 갖춘 시위자에겐 시위 지역에서 운전해본 경험이 있는 옐로 같은 운전자를 배정한다.

스탠리는 "지금이 홍콩에서 '가장 좋은 순간'이자 홍콩에서 '가장 나쁜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홍콩인들의 이기적인 모습도 나타나고 있지만 홍콩을 정말 위하는 이들의 인간미와 친절함도 시위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게 내가 아는 진정한 홍콩이에요."

본 기사의 출처는 VICE ASIA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