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형제가 미성년자라는 점과 가족의 신변 안전을 고려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형제는 필사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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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소년 17살 레자는 지난달 16일(현지시간) 한 살 어린 남동생 카비르와 집을 나섰다.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진입해 아프간을 장악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형제는 탈레반에 목숨의 위협을 느껴 나라를 탈출하겠다는 희망을 품고 공항으로 내달렸다. 하지만 둘 중 누구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형제의 가족은 VICE와 인터뷰에서 “둘 모두를 잃어 가슴이 아프다”며 “형인 레자의 시신은 찾았지만 동생 카비르는 여전히 행방불명”이라고 말했다.
레자의 죽음은 우연히 한 카메라에 영상으로 담겼다.
미 군용기에서 무언가가 우수수 떨어지는 영상은 각종 소셜미디어에 순식간에 퍼졌다. 이후에 ‘무언가’는 아프간인들로 판명됐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레자로 확인됐다.
이들의 가족은 “카비르의 생사라도 알면 위로가 될 것 같다”며 “걱정돼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들 어머니는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고 때때로 쓰러지기까지 한다”고 덧붙였다.
형제는 이웃에게서 미국이나 캐나다로 2만명이 수송될 거란 소문을 듣고 급히 집을 나섰다. 이들의 가족은 “다른 이에게 말 한마디 없이 신분증만 챙겨 바로 공항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레자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탈출 영상 속 절박한 아프간인 중 한 명이었다. 영상에는 이들이 군용기 밖에 매달려 이륙하는 순간까지도 기체를 잡고 있는 장면이 담겼다.
이후 보도에 따르면 군용기가 이륙하면서 최소 3명이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형제의 가족은 “모두가 도망가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며 “탈레반이 사람들을 죽여서 모두가 두려움에 떨고 있고 외국으로 떠나려고 공항으로 몰려갔다”고 전했다.
형제의 가족은 탈레반이 카불에 진입해 도시가 혼란스러워지자 레자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레자가 아닌 다른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그 사람은 레자의 전화기를 주웠다고 했다. 가족 중에 몇몇은 걱정을 안고 형제를 찾으려고 공항으로 달려갔다.
목격자들은 군용기에서 사람들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시신을 찾아 공항 밖으로 운반했다. 공항에 도착한 가족들은 으스러진 시체를 보고 레자의 신원을 확인했다.
형제의 가족은 “팔과 다리가 없었다”며 “내가 그를 데리고 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동생 카비르를 찾기 위해 언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 형제는 8남매 중 나이가 가장 많았다. 이들은 탈레반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다. 젊은 아프간인들은 자유에 익숙하다. 이들은 교육받을 수 있었고 음악이나 영화도 마음껏 즐기고 소신껏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자유를 빼앗길 거란 두려움에 떨고 있다.
형제의 가족이 VICE에 보여준 사진에서 레자는 서구적인 옷을 입고 사촌과 놀고 있었다. 생전에 고등학생이었던 그는 복싱을 즐겼고 형제들과 노는 것을 좋아했다.
친구들은 소셜미디어에서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탈레반은 1996~2001년에도 아프간을 장악했다. 미군의 지원을 받은 정부군의 공격을 받으면서 아프간에서 물러나 있다가 이번에 다시 정권을 장악하게 된 것이다.
탈레반은 집권 당시에 인권을 탄압하고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엄격하게 따르며 공포 정치를 펼쳤던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이들은 샤리아에 따라 범죄자를 대상으로 잔혹한 형벌을 내렸다. 돌팔매질을 하고 공개 처형과 사지를 절단하는 형벌을 내렸다.
탈레반이 수도를 재장악한 날에 카불 공항은 그야말로 대혼란 상태에 빠져 있었다. 아프간인들은 나라를 탈출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활주를 시작한 비행기를 쫓아갔다.
미군은 지난달 18일 공항을 통제했다. 하지만 공항은 인파와 탈레반으로 인해 아비규환이었다. 미 정부는 자국민에게 공항까지 오는 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