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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카인 베어’처럼 곰이 코카인을 하면 벌어지는 일

곰들은 영화처럼 코카인을 하면 공격적으로 변할까?
흑곰 코카인 베어 곰 야생 동물 마약
흑곰. 사진: 마크 뉴먼 / 게티이미지

곰이 코카인을 삼키면 어떻게 될까. 대부분은 미국에서 2월 개봉하는 블랙 코미디, 스릴러 장르 영화 ‘코카인 베어’의 예고편이 나오기 전까진 상상해본 적이 없을 거다. 영화는 1985년 곰이 버려진 가방을 뒤적이다 코카인을 먹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 ‘헝거 게임’에 등장하는 미국 배우 엘리자베스 뱅크스가 감독과 제작을 맡았다. 예고편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구조대원들은 으스스한 주택에 들어가 피투성이가 된 집안에서 시체를 발견한다. 어둠에서 나오는 곰을 보고 공포를 느낀다.

이때 등장하는 흑곰이 바로 코카인을 섭취하고 나서 난폭해진 이른바 ‘코카인 베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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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잠깐만 시간을 내서 생각해보자. 곰이 정말 이런 일을 겪는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 곰은 영화와 달리 검시 결과 뇌출혈과 신장, 심장, 폐 부전을 원인으로 사망했다. 그런데 모든 곰이 이런 운명을 맞을까. 영국수의동물학협회 로맹 피치 박사에게 물었다.

VICE: ‘코카인 베어’ 예고편을 보고 어떠셨나요?
로맹 피치 박사:
거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이에요. 곰이 실제 코카인을 다량 섭취했을 때 영화처럼 난폭한 행동을 보일 확률은 낮아요. 실제 사건이 바탕이라면 거짓인 거예요. 누가 지붕 낙사 사건으로 ‘스파이더맨’을 만들고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과 같죠.

굳이 사례를 들자면 영화 ‘죠스’에 더 가까워요. 상어들은 이 영화 한 편 때문에 수십년간 광기 어린 살인마라는 편견에 휩싸여 있었어요. 물론 영화는 블록버스터급 규모였어요. ‘코카인 베어’도 ‘죠스’랑 비슷한 경우인 거죠. 현실의 곰들은 사람을 두려워해요.

영화의 곰처럼 곰이 코카인에 중독될 수 있나요?
곰이 코카인에 끌렸을 만한 분명한 이유를 찾을 수 없어요. 코카인을 하겠다는 본능은 명백하게 없거든요. 곰이 과거 한 번도 접한 적이 없었던 코카인에 갑자기 욕구가 생길 이유도 만무할 거고요. 소량을 맛본다고 중독 증상이 그토록 빨리 나타나지도 않을 거예요. 제가 볼 땐 ‘코카인 베어’에 깔린 전제들 자체가 기본적으로 틀렸어요.

곰이 코카인을 대량 먹으면 공격적으로 변할까요?
곰 대상으로 실험할 때 여러 화학물질을 써요. 환각 증상을 유발하는 해리성 마취제와 마약성 진통제 모르핀보다 효과가 1000배 더 강한 펜타닐 같은 오피오이드도 쓰죠. 곰이 적정 용량 대비 일부만 섭취해 마취가 불완전하게 되면 오히려 두려움을 더 느껴요.

여러 연구에 따르면 곰은 인간을 두려워해요. 하지만 북미 곰은 환경에 적응한 거죠. 북유럽에서 이뤄진 장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곰들은 거주지가 인간과 가까워질수록 스트레스와 두려움을 더 크게 느꼈어요.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을 조사한 결과예요.

곰이 영화처럼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을까요?
물론 곰은 사람을 충분히 공격할 수 있어요. 하지만 보통 영화 같진 않을 거예요. 두려움을 느끼거나 새끼와 분리하려고 하거나 궁지에 몰리면 그런 모습을 보일 순 있죠. 예고편을 보면 곰이 ‘최상위 포식자’라고 해요. 사실 이 부분도 사실과 달라요. 막상 곰들은 주로 식물을 재료로 한 음식을 먹죠. 나방, 산딸기류, 연어를 주로 잘 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