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원숭이가 딸을 지키기 위해 수컷 원숭이를 쓰러뜨리고 스스로 ‘보스’의 자리에 올랐다.
9살 어미 원숭이 야케이는 한 달 전 당시 부족의 우두머리였던 31살 수컷 난추와 싸움을 벌였다. 야케이가 두 살 딸이 다른 원숭이와 다투다가 난추에게 공격받기 직전의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야케이는 바로 수컷 난추에게 달려들어 무릎을 꿇리고 부족 우두머리의 자리에 올랐다.
일본 오이타현 벳푸 인근의 원숭이 공원인 다카사키야마 자연동물원은 최근 개장 53년 만에 최초로 암컷을 우두머리로 공식 인정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동물원은 야케이가 우두머리가 된 사실을 ‘땅콩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사육사가 땅콩을 줬을 때 난추는 한발 물러서 야케이가 먼저 먹기를 기다렸다.
야케이는 단호한 성격 때문에 영장류계 유리천장을 뚫고 최고 권력자 자리에 올랐다. 어린 원숭이들은 그가 가는 길을 터주고 수컷들은 그가 지나가면 머리를 조아린다.
사육사들도 이례적인 일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이곳의 사육사 후지타 다다모리는 “암컷이 우두머리가 된다는 건 이곳뿐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도쿄 우에노 동물원에서 딱 한 번 그런 일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후지타 사육사는 불같은 성격의 야케이라면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수긍했다. 야케이의 어미 비케이는 20살로 지난 4월 딸이 암컷 서열 1위를 차지하기 전까지 서열 1위였다. 후지타 사육사는 “그토록 강한 어미 원숭이 밑에서 성장해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암컷 원숭이는 계급 체계가 비교적 느슨한 편이다. 하지만 수컷은 서열이 나이에 따라 결정된다. 나이가 많을수록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한다. 난추는 31살로 사람으로 치면 100살 정도다. 야케이는 사람 나이로 30살에 불과한데 사람 나이로 80대 이상 수컷들을 이끄는 셈이다.
야케이는 규범을 깨고 계층 사다리에 올랐다. 그는 원숭이 677마리를 이끄는 지도자로서 새롭게 쟁취한 권력을 음미하는 듯이 보인다. 후지타 사육사는 “우두머리는 다른 원숭이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며 “음식도 더 많이 차지한다”고 말했다.
야케이는 이제 꼬리를 세운 채로 걸어 다닌다. 이건 수컷 원숭이들의 전형적인 행동이다. 여기저기 시비를 걸고 다니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맞서 싸울 엄두를 내지 못한다.
야케이는 앞으로 가족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후지타 사육사는 “원숭이는 천성적으로 일부일처제를 따르지 않는다”며 “추운 11월~3월 중에 교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야케이는 5살 때 첫 아이를 낳아 앞으로 더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새로운 실세 원숭이는 이번 겨울에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