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표범이 무방비 상태인 어린 젠투펭귄을 잡아먹으려고 포효를 하듯이 입을 벌리고 있다.
사진작가 아모스 나춤은 이 순간을 포착해 지난해 세계자연사진전 ‘월드네이처포토그래피어워즈(WNPA)’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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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춤은 사진 촬영의 구체적인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남극 주변 섬에서 썰물 시간이 돼 얕은 석호가 드러나길 기다렸다”고 회상했다.
“바다표범은 썰물 전에 석호에 도착했어요. 물에 머리를 넣고 기다리는 모습이 물이 낮아지면서 드러나는 암석과 비슷해 보였죠. 펭귄들은 얕을 때만 물에 들어갔어요. 바다표범은 펭귄들이 다가오자 빛의 속도로 한 마리를 낚아채 물속으로 끌고 갔죠.”
나춤은 헤엄치는 바다표범 옆을 따라 수영하며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그는 “바다표범은 펭귄을 2번이나 풀어주고 다시 쫓으면서 게임을 즐긴다는 것 같았다”고 했다.
세계자연사진전은 동식물이 어우러진 사진이나 긍정적 환경관에 기여하는 사진을 찾는다. 지난해 20여개국에서 작품을 받아 심사했다. 대상 수상자로 나춤을 선정했다.
세계자연사진전의 공동 설립자 에이드리언 딘즈데일은 “수상작들을 살펴보면 우리의 망가지고 있는 행성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의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 부문은 원서식지의 동물과 풍경 사진, 포토저널리즘 등 14개 부문으로 나뉜다.
수상작들을 보면 자연이 급변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피지에 사는 사진작가 톰 비에루스는 긴꼬리원숭이들의 다정한 순간을 포착해 동물 사진 부문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 동물들은 인간과 행동이 흡사하다”며 “그중 하나는 신뢰할 수 있는 대상과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사진작가 아쇽 베헤라는 조류행동 부문에서 아프리카 독수리 사진으로 수상했다. 사진엔 영양의 눈을 파먹는 독수리와 사체를 훔칠 기회를 엿보는 여우가 담겼다.

인간과 자연 부문의 수상자는 스위스에 거주하는 사진작가 자브리나 인더비치였다.
그는 러시아의 얼음 동굴을 촬영하기 위해 꽁꽁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를 찾아갔다. 인더비치는 “처음엔 사진 중앙에 차와 사람들이 우연히 찍힌 게 마음에 안 들었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다시 사진을 보니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식물·곰팡이 부문 수상자는 폐가 사진을 촬영한 인도 사진작가 구아탐 카마트였다. 카마트는 “인간이 떠난 장소를 자연이 어떻게 채우는지가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가장 강렬한 사진 중 하나는 포토저널리즘 부문 수상작인 아기 오랑우탄 사진이었다. 벨기에에 거주하는 사진작가 알랭 슈뢰데르는 인도네시아 오랑우탄 보호센터(SOCP) 직원들이 구조된 아기 오랑우탄 브렌다의 수술을 준비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기록했다.

그는 “직원들은 아기 오랑우탄에게 진정제를 투여하고 팔을 면도한 뒤 체온을 측정했다”며 “사진은 사람들이 걱정하면서 머리와 손발을 잡아주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강렬한 사진은 원서식지의 동물 부문 수상작인 토마스 비자얀의 작품이다. 지난해 대상 수상자였던 비자얀은 이 사진을 찍기 위해 굉장한 공을 들였다고 한다.

그는 “수컷 오랑우탄은 나이가 들면 ‘플랜지’라고 불리는 크고 축 늘어진 뺨이 생긴다”며 “이들은 일단 성장이 끝나고 나면 약 90% 시간을 혼자서 보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이 좋아 이런 오랑우탄이 완벽한 자세로 있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덧붙였다.
아래 사진은 WNPA의 다른 수상작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