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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차별: 흑인이자 일본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

단지 피부색 때문에 매번 경찰에게 검문을 당해야 한다면.
흑인 일본인 Black Lives Matter 인종 차별 반대 운동 일본 차별
사진: 오모테가와 알론조 제공

25세 흑인 남성 오모테가와 알론조는 일본인이다. 또 일본 단일 국적자이기도 하다. 스스로 일본인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1년을 제외하면 모든 삶을 일본에서 살았다. 그런데도 친구들은 그가 너무 ‘일본인다운 행동’을 하면 놀라거나 웃음을 터트린다. 오모테가와는 일본인이라는 정체성을 부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환경은 그렇지 않다. 오모테가와는 지난 1월 27일 저녁에 도쿄역 주변에서 경찰 두 명으로부터 불심 검문을 받아야 했다.

그가 촬영한 언쟁이 오간 영상을 보면 한 경찰은 “멋을 부리고 불안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마약류를 소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오모테가와가 외모와 스타일 때문에 겪어야 했던 사건 중 일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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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후 인종 차별을 반대하는 비영리기구 ‘저팬 포 블랙 라이브스’와 만났다.

일본 정부는 2017년 외국인의 30%가 차별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도 일본 사회에서 인종 차별과 외국인 혐오증은 주요 의제가 아니다. 

오모테가와는 일본에서 외국인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지난 1월 지하철에서 특별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경찰이 다가왔을 때 외국인이라고 느꼈다.

“경찰이 가방을 수색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왜 그래야 하는데요’라고 물었죠. 그랬더니 제가 수상한 행동을 했다고 해요. 경찰을 보고 겁먹고 불안해했대요. 경찰한테 ‘갑자기 나타나서 다가오니까 당연히 겁먹고 불안하죠’라고 말했어요.”

그는 VICE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털어놨다. 경찰은 오모테가와를 30분 동안 검문하고 가방을 뒤졌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이 상황을 촬영한 영상은 트위터에서 퍼졌다. 오모테가와는 영상이 알려져 사회에 경종을 울렸으면 했다.

그는 자신이 겪은 일을 증명하고 싶어서 촬영했다. 이 일에 몇 주 앞서 자신의 피부색 때문에 비슷한 일을 겪었을 때도 촬영해두지 않았던 것을 무척 후회했다.

최근 일본에서 태어난 아이 약 30명 중의 한 명은 일본인이 아닌 부모를 두고 있다. 하지만 혼혈 일본인이 겪어야 했던 차별적인 경험은 사회적으로 무시돼 왔다.

오모테가와는 “일본 언론이 인종 문제를 적절히 보도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사건만 뉴스가 되는 나라”라고 말했다.

영상을 게시한 후에도 그는 증거의 정당성에 대한 질문을 받아야만 했다.

그는 “그렇게 입고 꾸미면 언제나 외국인이라는 댓글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일부는 오모테가와가 경찰의 얼굴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게 법적으로 맞는지 따졌다. 일본에서 혼혈이 아닌 일본인은 순수 일본인을 뜻하는 ‘준자파’라고 불린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오모테가와가는 일본에서 평생을 살았어도 외국인이다.

“경찰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저를 언제 어디에서나 경찰이 대하듯이 대합니다. 제가 완벽한 일본어를 구사한다고 증명하지 않으면 일본인으로 취급을 안 하죠.”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지난 15년간 일본에서 산 전문 댄서 테리 라이트는 미국과 일본에서 흑인으로 사는 건 다르지만 불안을 느껴야 하는 건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뉴욕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그는 경찰이 자신을 향해 총을 들었던 적이 있었고 그날이 자신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했었던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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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팬 포 블랙 라이브스’에도 자문하는 라이트는 “일본에서 느끼는 공포는 미국에서 겪었던 신체적 공포와 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유죄선고율이 99%에 달하는데 이건 나라에서 나가라고 하면 언제든 떠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라이트는 “국가에서 원하면 집이든, 아이들이든, 모든 것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은 (신체적으로) 죽이지는 않지만 (사회적으로)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1년 전 사망한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차별 반대 운동 ‘블랙 라이브스 매터’가 당시 일본에서도 불이 붙었다. 하지만 변화의 추진력은 빠르게 사라졌다.

도쿄의 한 행진 참가자는 VICE와 인터뷰에서 “행진할 때 구경하던 사람들은 연대를 보여주는 데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우리가 행진할 때 사람들의 눈을 절대 잊지 못한다”며 “사람들은 우리를 무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오모테가와는 모국인 일본에서뿐 아니라 몇 번 가본 미국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미국에 가면 저는 테러리스트가 됩니다. 미국인은 아니지만 미국 영어를 쓰죠. 또 일본 국적에 여권을 소지하고 있는데 다른 일본인과는 달리 흑인이니까요.”

“미국에 6번 갔는데 한 번을 빼고는 출입국에서 2~3시간이 걸렸어요. 2021년인데도 이런 이들이 계속 일어나요. 손자 세대는 이런 일을 안 당할 거라고 장담 못 하겠어요.”

Hanako Montgom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