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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비트코인 투자 실패로 8억원을 잃었습니다”

이 남성은 비트코인 중독을 도박 중독과 비교했다.
KC
illustrated by Kim Cowie
4.6.21
비트코인 투자 거래
삽화: Kim Cowie

스스로 도박 중독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에서는 빠져나올 수 없었습니다.

비트코인 투자로 잃은 손해를 만회하려고 위험성이 더 큰 암호화폐 파생 상품에까지 손을 대봤지만 결과는 매우 참혹했습니다. 결국 비트코인 최고가 기준으로 약 8억원 상당을 잃었습니다.

2017년 어디서나 비트코인 대화뿐이었습니다. 직장에서도 대화 주제는 늘 가상화폐였습니다. 주요 언론사도 가상화폐 투자로 천문학적 수익을 올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서특필했습니다. 2017년 1월 약 100만원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그해 연말에 약 2500만원까지 치솟았습니다.

가상화폐를 처음 접한 건 부인과 시청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비트코인-암호화폐에 베팅하라’를 통해서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인물이 비트코인을 개발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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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시는 중앙집권 통화시스템과 금융 자본주의가 낳은 빈부격차에 맞서 싸우기를 소망하며 가상화폐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베일에 남겨진 사토시가 흥미로웠고 커다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투자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2017년 12월부터 부인과 함께 저축했던 자금 5500만원을 종잣돈으로 비트코인과 다른 가상화폐를 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첫 투자금의 가치는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하지만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가격은 2017년 정점을 찍은 후 낙하했습니다. 이듬해엔 직전해 대비 90%나 급락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패닉에 빠졌습니다. 풍선처럼 갑자기 커지는 손실을 만회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여기저기 검색했습니다.

그때 비트코인 파생상품의 거래를 허용하는 일부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를 발견했습니다. 파생상품 거래는 비트코인의 미래 가격에 투자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일부 거래소는 보유 가상화폐의 100배까지 ‘레버리지(대출)’를 허용했고 저처럼 경험이 없는 투자자에게까지 고위험 고수익 거래를 허용해 비트코인을 벌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파생상품, 레버리지, 옵션거래 시장이 무엇인지 기본 지식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당시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니 이 시장에서 수십억원을 버는 것 같았습니다. 또 위험성이 없다고 포장한 거래소의 거짓 광고에 속아 투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파나마 소재의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 플랫폼 데리비트로 비트코인을 옮겼습니다. 데리비트는 입금한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파생상품을 거래할 수 있게 했습니다. 데리비트 같은 거래소는 규제를 피하고자 화폐 입금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비트코인으로만 거래할 수 있게 했습니다. 모든 게 혼란스럽고 낯설었지만 가상화폐 거래 커뮤니티의 도움으로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투자 방법을 소개하는 텔레그램 그룹에서 유명 트레이더 출신을 소개받았습니다. 그가 알려준 코인을 사고파는 시기와 투자 금액을 보고 따라서 투자했습니다.

그렇게 수백만원을 벌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어느 순간 더는 거래하는 방법을 무료로 공개하지 않고 비용을 청구했습니다. 그가 알려줬던 거래 방법은 간단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충분히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아 혼자 투자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처음엔 모든 투자가 순탄하게 풀렸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할 것 같은 때 돈을 빌려 투자했고 예상대로 성공했습니다. 가격이 올라 2300만원 코인 몇 개를 얻었습니다.

큰 수익을 올리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좀 더 판을 벌렸습니다. 그렇게 이익을 얻고 잃고를 반복하다가 결국 2017년에 넣었던 원금을 모두 잃었습니다. 대출해 투자한 상황에서 비트코인 변동 방향을 맞추지 못해 한 번에 큰 손실을 봤습니다. 또 경험 부족으로 인한 투자 실패로 약 2800만원을 추가로 잃었습니다.

이런 손실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아 불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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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계획을 세웠습니다. 총 1억1000만원을 여러 번에 나눠 투자했습니다. 이미 8300만원 정도를 잃은 뒤였습니다. 한탕만 크게 먹으면 다 만회할 수 있을 거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연봉 5500만원의 일부와 친구와 가족에게 빌린 돈을 투자했습니다. 친구에게는 약 2800만원, 형에게는 약 2200만원을 빌려 투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친구에게 빌렸던 바로 돈은 갚을 수 있었지만, 형에게 빌렸던 돈은 바로 갚지 못했습니다. 형은 제가 자산을 관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투자 중 하나는 크게 벌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실패를 거듭한 결과 어느새 원금이 모두 먼지처럼 사라졌습니다.

데리비트와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두 거래소에서 잃은 돈과 지불한 거래 수수료를 합하면 비트코인 11개에 해당합니다. 4월 비트코인 1개당 7200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모두 약 8억원을 잃은 셈입니다.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계정을 중지하려고 거래소에 계정 차단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무시뿐이었습니다.

비트코인 투자는 도박과 다름 없었습니다. 거래소는 고객을 보호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말이 돼서야 비트코인을 중단했습니다. 거래소가 계정을 정지해준 때였습니다. 인생을 바꿀 만한 거액을 2년만에 잃었습니다. 뼈아픈 경험 뒤로 가치관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이제 여윳돈이 생겨도 도박을 하지 않습니다. 전에는 여윳돈이 생기면 바로 비트코인에 투자해 어떻게 부를 늘릴까 궁리했습니다. 대신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유능한 사람에게 돈을 투자합니다. 이 일이 더 가치가 있다고 깨달았습니다.

저는 올해 찾아온 비트코인 상승장이 두렵습니다. 올해는 2017년 최고점에서 가격이 3배 이상이나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치솟은 가격이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진단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저처럼 막대한 손실을 보고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겁니다.

비트코인은 새롭고 흥미로운 신기술입니다. 하지만 거래소가 가상화폐 시장을 카지노처럼 운영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최후의 승자는 거래소일 겁니다.

바이낸스는 VICE의 문의에 성명을 보냈다. “시장을 주도하는 거래소로서 바이낸스는 거래를 진지하고 책임 있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또 거래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이용자에게 알리고 교육하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바이낸스는 거래 한도 제한과 같은 기능을 통해 거래 중독을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을 이용자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데리비트도 VICE의 문의에 입장을 보냈다. “저희는 이런 사안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책임 있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 기술적 보호 장치가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제품이 복잡하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이용자 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같은 노력을 확대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BillyBambrou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