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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박자 맞춰 ‘듀엣 공연’ 선보이는 왕관앵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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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앵무가 사람이 뱉는 단어 몇 가지를 따라 할 수만 있다고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다. 왕관앵무는 사람이 노래를 부를 때 합창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지난달 실린 연구에 따르면 왕관앵무는 다른 앵무나 사람이 노래를 부를 때 박자에 맞춰서 멜로디를 동시에 따라 부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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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이치대학 심리학부 교수이자 논문 저자인 세키 요시마사 박사는 먼저 수컷 왕관앵무 3마리를 대상으로 애니메이션 ‘미키마우스 클럽하우스’의 주제곡을 가르쳤다. 그러고 나서 휘파람으로 부른 녹음본을 틀어주고 새들이 합창하는지 살펴봤다.

새들은 음높이와 빠르기를 멈추거나 능동적으로 조절하며 멜로디에 딱 맞춰 노래했다.

심지어 곡의 중간부터 시작했는데도 실력 있는 가수가 공연하듯 모든 것을 맞췄다.

세키 박사는 VICE와 인터뷰에 “인간은 오래전 노래를 의사소통의 도구로 사용했다”며 “어느 시점에 이르러 순전히 재미를 이유로 노래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새 같은 조류보다는 침팬지 같은 영장류와 훨씬 가까운 편이다. 인간과 새의 마지막 공통 조상은 3억년 전에 이미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새의 노래와 인간의 언어 사이의 유사점을 연구했다. 연구를 통해 새와 인간 모두 음악적 재능이 있고 재미로 노래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세키 박사는 “간식 같은 보상은 없었다”며 “왕관앵무는 순수하게 노래를 불렀다”고 전했다. 이어 “범고래나 코끼리, 침팬지 등 일부 동물은 인간의 소리를 모방하는 능력이 있지만 보상이 있어야 학습한다”며 “이들은 빠르기도 조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일리노이대 동물학 교수이자 독일 지식 연구소 회원인 마크 하우버 박사는 새끼리 합창하는 건 오래전부터 기록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특별한 점은 새가 다른 종인 인간과 함께 합창한 것”이라며 “독특한 형태의 상호작용”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다른 사람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일은 인간에게는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하지만 실제로 굉장히 어렵고 섬세하게 조정할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새들은 인간과 별개로 노래 실력과 모방 기술을 개발해 왔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데도 노래의 문법적 규칙이 인간과 매우 비슷한 점이 놀랍다”고 전했다.

이뿐 아니라 왕관앵무는 개나 고양이처럼 인간과 친해지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개나 고양이처럼 품 안에 안길 수는 없지만 머리를 비비면서 애정 표현을 한다. 게다가 사람과 함께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상호 작용을 한다.

세키 박사는 왜 새들이 자발적으로 노래하는지 알기 위해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우버 박사는 “찌르레기가 노래할 때 뇌에서 진통제 성분 오피오이드가 자연 발생한다”며 “새들은 함께 노래하는 행동을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세키 박사의 다음 목표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영화 ‘이웃집 토토로’ 주제곡을 가르치는 거다.

왕관앵무가 인간 코러스 가수를 대신할 수 있을까. 세키 박사는 “스튜디오에서 녹음할 땐 잘할 것 같은데 라이브 상황이라면 전적으로 믿고 맡기기엔 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왕관앵무들은 자기가 하고 싶을 때만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해야 할 때 안 할 수도 있다.

Hanako Montgom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