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한국 환자가 20일 기준으로 8652명, 사망자가 94명을 기록했다. 한국에 코로나19가 상륙한 지 약 두 달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가짜뉴스와 추측성 기사, 근거 없는 소문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 여기 코로나19를 직접 겪은 남성이 있다. 이 남성은 환자와 코로나19 단계마다 경험이 모두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경험이 혼란에 빠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이 남성은 바로 코로나19 부산 47번째 환자였던 박현(48)씨다. 박씨는 페이스북에 지난달 자신이 겪은 코로나19 증상과 검사, 치료, 회복 과정을 여러 게시물에 걸쳐 상세히 남겼다. 증상을 느낀 순간부터 9일간 입원하면서 겪은 일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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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마지막으로 코로나19와 약의 부작용으로 지친 몸을 회복하기 위해 당분간 글을 못 올릴 것 같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박씨가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는 누구나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헬스장에 주 5일씩 가서 운동할 정도로 건강했습니다. 손도 수시로 씻었습니다. 손 소독제는 과하다고 싶을 정도로 썼고요. 맞습니다. 어리석게도 자만했습니다.”
증상
“지난달 21일 목이 아프지는 않았지만 침 넘김이 조금 불편하다고 느꼈습니다. 겨울철 흔히 겪을 수 있는 목 건조 현상인 줄 알았습니다. 마른기침을 세 차례 정도 했습니다.”
박씨는 물을 마시면 목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증상을 겪었던 21일은 부산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날이기도 하다. 그다음 이틀 동안은 가슴이 살짝 눌리는 느낌과 약간의 근육 통증 정도를 느꼈다. 박씨는 나흘째인 24일 뭔가 심상치가 않다는 걸 체감했다. 새벽에 침대에서 처음 호흡 곤란을 겪었기 때문이다.
결국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에 연락했다. 박씨는 자신이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온천교회 주변에 살고 있고 호흡 곤란 증상이 이상하다고 판단해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했다. 하지만 당시 1339는 연결이 안 돼서 부산동래보건소에 전화했다. 환자가 계속 나오는 보건소보다 병원의 야외 선별진료소로 가는 게 좋겠다는 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검사
박씨는 부산 동래구의 대동병원을 찾았다. 그는 “오전 10시도 안 됐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야외 선별진료소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병원으로부터 4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20~30분 정도 기다리던 중 갑자기 호흡 곤란을 느꼈다. 그렇게 그대로 쓰러져서 길바닥에 머리를 부딪쳤고 기절했다. 임시 장소로 옮겨져 치료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씨에 따르면 그는 집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자가격리를 했다. 그리고 자신과 최근 만났던 모든 사람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자가격리를 권유했다.
진단
박씨는 지난달 25일 결과가 음성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곧바로 보건소에서 문자를 잘못 보냈다는 전화를 받았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이 나온 것이었다. 보건소는 병실이 부족해 내일쯤 입원이 가능하다며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날 시간이 흐른 뒤 부산시 관계자가 환자 동선 정보 파악을 위해 연락했다. 관계자는 통화 중 박씨의 호흡이 불안하다고 생각했는지 보건소로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앰뷸런스가 왔고 박씨는 밤 늦게 고신대학교복음병원으로 이송됐다.
박씨는 입원 후 여러 감사를 받았고 바로 약을 먹었다. 그는 “산소 공급을 받으면서 호흡하기가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심한 가슴 통증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치료
“상태가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 반복하면서 차츰 나아졌습니다. 처음에는 가슴에 철판이 누르는 통증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차츰 손으로 움켜쥐는 듯한 통증으로 변했습니다.”
박씨는 “바이러스 때문인지, 약의 부작용 때문인지 가슴과 배가 불에 타는 뜨거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열만 있었을 뿐이지 고열을 앓지는 않았다고 한다. 박씨에 따르면 당시 치료했던 의사는 ‘통증의 정도가 계속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달라질 텐데, 변화를 신경 쓰지 말고 마음을 편하게 먹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회복
입원 8일째, 박씨는 입원 후 처음으로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날부터 약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바로 다음 날인 9일째도 마찬가지로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박씨는 퇴원 후 14일간 자가격리하면서 회복하는 시간을 보냈다. 간혹 일부 환자들이 퇴원하고 나서 다시 양성 판정을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VICE에 “전보다는 몸이 좋아졌지만 아직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가격리 중이라고 걱정하면서 문고리에 음식을 걸어두고 가는 고마운 이웃분들도 많으셨어요. 하지만 저 때문에 가족들이 모두 위험에 처했다고 비난하는 이웃분들도 계셨어요. 이웃분들에게 죄송하다고 문자를 보내면 네 잘못이 아니니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어서 회복만 하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조언
박씨는 사람들에게 무리하지 말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라고 조언했다.
또 코로나19 환자들에게도 한마디 남겼다.
“힘내세요. 주변 가족과 친구들 걱정은 그만 하세요. 가족과 친구들은 강합니다. 저도 병원 이송을 기다리면서 혼자 방에서 불안에 떨었습니다. 통증으로 힘든 순간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합니다. 저도 함께 합니다. 여러분도 저처럼 완치할 수 있습니다. 함께 건강하게 삽시다. 같이 이겨냅시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식사 잘하시고 잠도 잘 주무셔요. 언론에 나오는 이런저런, 갈팡질팡 헷갈리는 기사들 당분간 보지 마세요. 의료진만 믿으시고 완쾌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