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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인증: 백신 접종 시작하면 데이팅 앱에서 일어날 법한 일

먼저 백신을 맞은 미국인들은 데이팅 앱 프로필에 백신 접종 여부를 공개했다.
27.1.21
틴더 데이팅 앱 데이트 연애백신
삽화: CHRIS KINDRED

미국은 한국보다 두세 달 앞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한국은 백신 접종을 2월 말부터 시작할 예정인 반면 미국은 지난 12월부터 했다. 그런데 백신을 먼저 맞기 시작한 미국 청년들 사이에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백신을 맞은 청년들이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에 자신의 접종 상태를 인증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접종 여부뿐 아니라 백신의 종류와 백신을 맞은 날짜까지 공개하며 구애하는 식이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데이팅 앱 틴더와 범블, 오큐피드의 관계자는 VICE와 인터뷰에서 백신을 맞았다고 소개란에 써서 올리는 회원의 수가 늘었다고 밝혔다. 

범블은 프로필에 ‘백신’, ‘백신 접종’이라고 표시하는 이용자들이 꾸준히 늘었다고 전했다. 틴더의 대변인은 “회원들이 프로필에서 백신에 관해 언급하는 수가 238%나 증가했다”며 “수가 지난해 11월부터 급격하게 증가해 지난달까지 대폭 증가하는 추세였다”고 밝혔다. 여기서 백신에 관한 언급이란 가령 “두 번째 주사만 맞으면 이제 자유다!”와 같은 글이다.

오큐피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했을 때부터 ‘가장 해보고 싶은 가상 데이트는?’과 ‘겨울철 도시 봉쇄 때 가장 선호하는 데이트의 방식’ 같은 질문을 앱에 추가했다.

데이팅 틴더 잭디 백신 코로나19

최근 질문에 대한 답변 결과를 바탕으로 적절한 상대를 이어주는 서비스의 질문에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생각이 있나’를 추가해 ‘예’, ‘아니오’, ‘잘 모르겠다’, ‘이미 맞았다’로 답변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용자들은 질문에 답하지 않고 넘길 수 있다.

오큐피드 홍보담당 마이클 케이는 “응답자 중 72%가 백신을 맞을 의향이 있다고 했고 3%는 이미 맞았고, 16%는 고민중, 9%는 백신 접종을 거부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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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는 “다행히도 저희 앱 이용자들은 대유행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이어 “이용자 17만명 이상이 거리두기로 데이트를 취소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게이 전용 데이팅 앱 잭디와 스크러프를 운영하는 페리스트리트 소프트웨어 대변인은 “저희 앱은 백신 접종 관련 업데이트 계획이 없지만 반영하면 연락드리겠다”고 전했다.

데이팅 앱에 접속해 상대를 고를 때 백신 접종을 어필하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봤다. 잭디와 스크러프에선 닉네임을 바꿀 수 있다. 앱을 쓰다 보니 ‘백신접종남' ‘접종 완료'라는 닉네임을 쓰는 사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실제로 만남 전에 상대가 백신 접종을 하고 오길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어떤 이용자는 백신 맞은 상대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프로필에 써놓기도 했다. 예컨대 ‘백신 맞은 톱 또는 보텀 선호’.

또 다른 게이 데이팅 앱인 그라인더는 어떨까. 그라인더에도 프로필에 백신을 맞았다고 올리는 회원이 점점 느는 추세다. 데이팅 앱이 변화를 겪는 건 자연스러워 보인다. 

게이 데이팅 앱은 코로나19 전부터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여부를 프로필에 드러낼 수 있지 말지 선택할 수 있게 해놨다. 잭디와 그라인더, 스크러프 모두 마찬가지다. 'HIV-1 노출 전 감염 위험 감소 요법(PrEP)'을 따르고 있는지도 공개할 수 있다.

앱 이용자들은 성적 지향뿐 아니라 백신과 코로나19 검사 여부도 추가하기 시작했다.

항체를 지닌 사람이 늘면 집단 면역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코로나19로부터 완전히 안전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또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코로나19에서 안전한지, 여전히 바이러스를 갖고 있거나 옮길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정기 검사를 받는 일도 중요하지만 만남 전에 2주간 자가격리를 실천하는 일만이 외부인과 만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지금까지 프로필에 ‘백신 접종’이라고 올린 이용자들은 대부분 의료 기관 종사자가 많다. 현재 백신 접종 우선순위자 중에 이들이 가장 젊고 앱을 자주 이용하는 집단이다.

미국 캘런로더보건센터의 성 건강 책임자이자 감염내과 전문의 마커스 샌들링은 이같은 현상을 적당히 걸러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본인이 건강한 성생활을 하는 줄 알다가 성병인 클라미디아나 임질에 걸렸다는 걸 깨닫고 큰 충격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또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속으로 생각하는 평가가 대게 일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안전을 위해서 가장 안전한 방법은 어쩌면 성관계를 최대한 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결코 현실적인 대안은 아니다. 상대와 대화하고 피임하는 게 바람직하다.

샌들링은 “성관계를 원하는 사람은 상대에게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고 싶어 한다”며 “백신을 맞았다는 걸 알리고자 하는 심리도 여기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백신 배포 과정에서 불평등도 우려했다. 샌들링은 “미국 뉴욕의 첫 백신 배포 과정은 전반적으로 재앙에 가까웠다”며 “유색 인종이 백신 접종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백신 접근권이 떨어진다는 건 개인 보건에 치명적인 위해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이러스 감염 위협만 높아지는 건 아니다. 백신 배포가 늦어지게 되면 상대와 정서적 교류를 나누거나 데이트를 하기 어려워진다. 연구에 따르면 스킨십의 부재와 외로움은 개인의 건강에 막대한  해를 끼칠 수 있다. 의료업계는 구조적인 인종차별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온라인 데이트와 같은 일상적인 활동에서조차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샌들링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정신 건강에 대한 위협과 공포가 세계를 잠식하고 있다”며 “그중 특정 집단은 다른 사람들보다 이런 문제에 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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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코로나19 기간에 누군가를 꾀고 싶다면 우선 백신을 맞고 상대도 백신을 맞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물론 백신도 100% 안전하다고 장담할 순 없다. 모더나와 화이자에서 개발한 백신의 예방 효과는 약 95%로 알려져 있다.

항체가 생겼거나 백신을 맞은 사람이 그것만 믿고 안전에 주의하지 않고 행동한다면 위험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백신을 맞은 사람이 옮길 가능성도 있다.

사실 프로필에 백신을 맞았다고 써놨다고 해서 그 말을 완전히 신뢰하기도 어렵다. 샌들링은 “접종했다고 해서 의학적으로 분별력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접종을 두 번 받아야 하는데 어떤 사람은 한 번만 맞고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진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이 대다수다. 데이팅 앱 프로필에 백신 접종 여부를 밝힌 사람들은 전 세계적으로 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게 곧 우리의 미래를 말해준다. 우린 데이팅 앱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백신을 두 번 다 맞았는지 물어보게 될 수도 있다. 또 성관계를 맺는 상대와 건강한 성생활을 주제로 더 많이 대화해야 할 수도 있다.

샌들링은 “성 건강을 위해선 연인과의 충분한 대화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