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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항문으로 숨 쉴 수 있다. 당신도 가능할지 모른다.

연구진은 올해 인간도 장으로 호흡할 수 있는지 시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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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메드’ 표지(왼쪽)와 다케베 다카노리 교수 연구진. 사진: 다케베 다카노리

이 둘은 분홍빛이고 둥글고 피부의 일부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둘은 ‘항문’과 ‘입’이다. 하지만 공통점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새 연구에 따르면 항문으로도 숨을 쉴 수 있다.

한 연구진은 호흡기 환자 치료법 연구 중 돼지가 항문으로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기체나 액체형 산소를 항문을 통해 장에 넣어주면 폐호흡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

논문의 저자인 다케베 다카노리 도쿄 의치과대학 교수는 최근 VICE와 인터뷰에서 “장으로 숨을 쉰다는 생각은 하기 어려운데 가능하다는 것을 보니 놀라웠다”고 밝혔다.

다케베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달 돼지 연구를 미국 의학 저널에 발표할 계획이다. 돼지는 유전자가 쥐보다 인간에 훨씬 더 가깝다. 지난해 협력했던 나고야대학원, 교토의과대학 흉부외과 연구진과 함께 생쥐(마우스)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장 호흡이 가능한 민물고기 미꾸라지를 보고 독특한 호흡법을 탐구했다. 연구진은 앞서 미꾸라지가 체내 조직에 충분한 산소를 받아들일 수 없는 저산소 환경에 놓이면 장을 통해 더 잘 호흡할 수 있도록 장의 조직 구조가 바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케베 교수는 포유류도 항문 호흡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생쥐로 먼저 실험했다. 그는 지난해 학술지 ‘메드’에 발표한 논문의 연구 결과에 “굉장히 놀라웠다”고 평했다.

그는 “결과를 볼 때 회의적인 편인데 실험할 때마다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어린이병원에서 의사로 환자를 돌보기도 한다. 논문의 ‘장 호흡법’은 호흡 부전 환자를 위한 새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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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도식. 이미지: 다케베 다카노리

의료진은 환자가 산소 호흡을 어려워할 때 보통 두 가지 선택권을 두고 고민한다.

첫 번째는 인공호흡기다. 인공호흡기는 관을 통해 공기를 환자의 폐로 직접 밀어 넣어준다. 두 번째는 인공심폐기로 불리는 체외막산소화 장치(ECMO·에크모)다. 몸밖으로 혈액을 내보내 기계로 산소를 공급한 다음 체내로 다시 넣어주는 기계다.

하지만 이 방법은 출혈이나 혈전의 위험이 있다. 또 코로나19를 겪으며 드러난 사실이지만 모든 응급실에서 언제나 인공호흡 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케베 교수는 이런 생각을 하다 ‘뒷문’을 떠올렸다. 다른 연구원과 산소 결핍 상태인 생쥐의 항문에 기체 산소를 주입했다. 처치를 받은 생쥐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오래 살았다.

그다음으로 장에서 산소 흡수를 방해하는 장벽을 제거하면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소화기관 가장 내부에 있는 막인 점막층을 제거한 다음에 기체 산소를 주입했다. 이 처치를 받은 생쥐들은 아무런 처치를 받지 못한 생쥐보다 훨씬 더 오래 생존했다. 또 점막층이 제거된 생쥐는 헐떡임이 완전히 멈췄고 심장마비의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점막 제거술이 환자에게 불편할 수 있다. 그래서 연구진은 새 방법을 시도했다. 바로 산소를 액체 형태로 주입하는 방법이다. 먼저 산소를 대량으로 녹이는 화학물질 ‘퍼플루오로데칼린’에 산소를 녹였다. 과거 심각한 호흡장애가 있는 영아 치료체내 조직의 산소 농도를 높이기 위한 인공 혈액을 할 때 주로 사용됐던 물질이다.

생쥐의 장에 이 액체를 주입했더니 혈중 산소 농도가 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돼지와 시궁쥐(래트)에게 실험할 때도 똑같았다. 다케베 교수는 “심각한 호흡 부전 상태의 50kg 돼지에게 액체형 산소를 주입했을 때 약 30분 정도 생존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예일대 케일럽 켈리 소화기내과 전임의도 새 기법이 유용하게 쓰일 거라고 봤다.

그는 연구 평가문에서 “팬데믹을 겪으며 중병일 때 산소 투여에 대한 선택권이 다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도 수요는 계속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실험 동물 모델의 상황이 중증 호흡 부전 환자의 상황과 완전히 같다고 볼 순 없다. 실제는 감염과 염증, 혈류량 감소 등 여러 변수를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케베 교수는 실제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 빠르면 올해 임상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케베 교수는 심장마비 환자를 돕기 위한 휴대용 기기인 자동제세동기(AED)가 학교 같은 시설에 이미 배치된 것처럼 액체형 산소도 갑자기 호흡 부전을 겪는 환자를 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선 병원에서 건강한 자원자를 대상으로 시험해 안전성을 입증한 뒤에 실제 호흡기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Hanako Montgom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