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27)씨는 춤과 노래를 좋아하던 평범한 소년이었다. 10여년전 한 소속사에 들어가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가 되는 연습생들과 1년간 매일같이 연습했다. 하지만 결국 최종 멤버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품었던 가수의 꿈을 접었다.
지훈씨는 VICE와 인터뷰에서 “사실 (BTS가) 안 부럽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그런데 부러움의 기준이 부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다”라며 “(멤버들이) 계속 같이 간다는(활동한다는) 게 부럽다. ‘나도 같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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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 7명이 뭉친 BTS는 2013년 데뷔했다. 점점 인기를 얻으면서 세상을 사로잡았다. ‘기록소년단’으로 불리며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아시아 가수 최초로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대상을 받았다.
지훈씨는 세계적인 스타가 된 멤버들을 보면 2011년에 같이 연습했던 때가 떠오른다. 그도 오디션을 보고 연예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에 들어가 꿈을 키웠다. 그때는 빅히트도 이름이 없는 회사였고, 멤버들도 평범한 청년과 다르지 않았다.
그의 기억에 따르면 회사 건물도 누추했다. 하지만 당시 중요했던 건 그게 아니었다. 지훈씨는 연습생 제안을 받고 얼마 뒤 고향 원주를 떠나 서울로 와 트레이닝을 받았다.
지훈씨는 BTS 래퍼 슈가가 첫날 숙소로 짐을 옮기는 것을 도와줬던 모습을 기억했다. 그곳에서 나머지 연습생도 만났다. 일부는 2년 후 BTS가 되는 멤버들이었다.
그는 “‘이 친구들과 열심히만 하면 인생이 문제 없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지훈씨는 어렸을 때부터 케이팝을 좋아했다. 특히 가수 비와 세븐을 가장 좋아했다. 그는 “남성 솔로 가수를 좋아했다”며 “춤이 멋져서 롤 모델로 삼았다”고 말했다.
연습생 때 춤뿐 아니라 노래, 랩을 배웠다. 노래 실력 때문에 자주 혼났던 기억이 있다. 다른 연습생의 실력을 접하고 감탄했다. 그는 “트레이닝을 받을 때 다른 친구들이 정말 멋지고 재능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내 실력이 조금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특히 월말 평가 때 심한 압박을 느꼈다. 연습생들은 이때 심사위원들 앞에서 요즘 무엇을 연습하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지훈씨는 원래 관심받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이때 공연은 조금 다르다고 느꼈다. 운명이 평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훈씨는 첫 번째 월말 평가를 이렇게 회상했다. “실수하면 안 돼, 성공해야 해, 잘해야 해’라고 생각했죠. 심리적 압박이 엄청났어요. 웃으면서 무대에 올라갔는데 순간 얼어붙었죠. 첫 월말 평가 때가 연습생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을 때예요.”
요즘은 누구나 케이팝 스타가 되려면 치열한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어린 연습생이 감당하기 힘든 고난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겪어야 한다.
지훈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슬럼프에 빠졌다. 노력하고 매일 새벽부터 연습해도 실력은 원하는 만큼 빨리 늘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는 “열심히 노력하면 결과가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열심히 노력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고 느꼈어요.”
어느 순간 연습생 중에 실력이 제일 안 좋아 소외감까지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작스러운 퇴출 통보를 받았을 때도 화가 나거나 놀라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가장 가슴이 아팠던 건 친했던 친구들과 더는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못한다는 것이 가장 싫었어요. 끝까지 해내지 못한 것을 자책했죠. 그 친구들은 너무 안타까워해줬어요. ‘지훈아, 괜찮아?’라고 물어봐 줬죠. 그런데 ‘괜찮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는 거예요. 당연히 안 괜찮은데 ‘괜찮다’고 해야죠.”
어머니는 소식을 접하고 울면서 전화를 걸었다. 지훈씨는 고등학교 재학 중이었고 곧 성인이 될 나이였는데 데뷔가 무산되고 나서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는 “사람이 살아가려면 꿈과 희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모든 걸 다 잃었다”며 “실패를 처음으로 겪고 나서 그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배웠던 시기”라고 밝혔다.
지훈씨는 숙소를 떠나며 가수의 꿈을 접었다. 하지만 연습생 시절 겪은 좌절감 때문에 그 이후로도 몇년간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는 “20대에도 우울함과 후회 속에서 살았다”며 “항상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없을 것이라는 패배감 속에서 살았다”고 털어놨다.
산산조각 난 자신감을 회복하느라 애썼다. 그러던 중 재도전의 필요성을 느꼈다. 방송에 흥미가 있어 ‘빛훈 bithoon’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지훈씨는 연습생 시절 전후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때를 회상하면 애틋한 마음이다. 특히 함께 연습생 시절 고생했다가 케이팝 가수로 성공한 친구들이 그립다.
“가장 큰 꿈은 가장 행복했던 시절, 연습생 때 사람들을 다 모아 파티를 여는 거예요. 그 시절과 그때를 함께 보낸 친구들이 너무 그립거든요. 그게 궁극적인 목표가 될 줄은 몰랐어요. 꿈을 향해 달려갔을 때 옆에 있던 사람들이 제 꿈이 됐어요.”
Koh Ewe, 박근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