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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방황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

장례식, 부모님의 죽음, 아버지, 어머니, 가족, 부고

부모님을 여의는 건 우리 대부분이 겪는 일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부모님과의 평소 관계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형제자매라도 관계에 따라 다르게 느낀다.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 부모님이 돌아가셨는지, 어떤 사이였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사실 우리 아버지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 고작 20대 후반이었는데 큰 충격을 받았다. 아직도 그때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평소 아버지와 정말 가깝게 지냈기 때문이다. 자주 그리던 미래엔 아버지가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그래서 깊은 슬픔의 터널을 지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을 당해도 할 일을 해야 했다. 부고를 작성하고 아버지의 이메일 계정을 삭제하고 창고에 있는 물건을 정리했다. 그때는 사실 이 과정의 의미를 잘 몰랐었다. 그렇게 물건과 상황을 정리하는 게 애도 과정 중에 굉장히 중요한 일부였다는 사실을.

그때의 나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조언 5가지를 준비했다.

감정 소화할 충분한 시간 갖기

아이가 부모를 여의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그런데 성인이 이런 일을 겪으면 부모의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 즉각 못 느낄 수 있다. 곧바로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장례식 준비도 해야 하고 일가친척에게 전화도 돌려야 하고 손님도 맞이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며칠간 기억이 흐릿한 경험을 한다. 마침내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야 인생의 시작점부터 평생 함께일 것 같은 사람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을지 모른다. 감정이 완전히 소화되길 기다리고 슬픔을 마주하는 건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일 수 있다. 심리치료사 토니 콜맨은 “당신이 겪는 고통이 당신 사랑의 깊이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기억하려고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그만큼 당신의 사랑이 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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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 당신 사랑의 깊이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기억하려고 노력하라.”

먼저 경험한 사람에게 도움 받기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아무도 지금 겪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여기서 우리 여자 형제는 예외였다. 똑같은 정도의 슬픔을 느꼈던 게 아니었지만. 친구들이나 파트너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걔네가 대체 이런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겠어?’ 그렇게 체념한 채로 끊임없이 울기만 했다. 하지만 직장 동료가 날 지켜보다가 ‘20대에 부모님을 여읜 사람들 모임’에 초대해줬다.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의 모임이었다. 모임에 참석해도 그리움은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슬픔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우리 아버지는 결혼식 때 내 손을 잡아주거나 우스운 문자 메시지를 보내지 못 하리라. 그래서 지금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이해했다. 모임에 나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람들이 공감해준 덕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어버이날을 맞는 기분이란 건 어떤 건지 이해하는 사람들이 가까운 주변에 있다.

감정 북받치는 날 위해 계획 세우기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첫 해 명절에 집에 갔다. 그런데 사실 집에 내려간 건 실수였다. 물론 모든 이가 나와 똑같은 것은 아닐 거다. 어떤 사람은 평소처럼 지내는 게 낫다. 돌아가신 분을 생각하면서 행복했던 시간을 기억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너무 슬퍼 아버지 없인 가족끼리 하던 일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듬해부터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명절이 되면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가장 도움 됐던 건 복잡한 감정이 들 것 같은 날을 위해 미리 계획을 세우는 방법이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생일에 앞서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시던 레시피로 빵을 굽는다든지, 아버지가 맥주 한잔하며 휴식을 만끽하던 명절에 앞서 대신 맥주를 마실 거라든지.

콜맨은 “가족들이 원래 방식대로 명절을 기념하는 것과 평소와 완전히 다른 활동을 하는 것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이 오순도순한 분위기를 되찾으려고 한다면 중요한 의식이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분위기를 새롭게 가꿔보기를 권한다. 옛것과 새것을 섞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명절에 요리를 했다면 이번엔 외식을 해보는 거다.

그는 “이날을 새로운 가족 문화의 시작점으로 보면 적응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삶에 부모님 흔적을 남겨둘 방법 찾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장 서두른 일은 전화기에 남은 아버지 음성을 따로 저장해둔 거다. 또 사진을 모두 모아 따로 보관했다. 원할 때 사진을 하나씩 꺼내 보기 위해서였다. 아버지의 사진과 음성이 있으니까 언제나처럼 아버지가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버지가 좋아했을 법한 영화나 음식을 적는 일도 당신을 생생히 기억하는 방법이었다.

이런 일을 겪으면 다른 사람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쩔 줄 모르는 것처럼 보이곤 한다. 그들에게 돌아가신 분 이야기를 해줘도 좋다. 나의 경우엔 아버지의 삶을 알리고 싶었다. 아버지를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친구에게도. 세상에 아버지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더 남겨두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방법이 당신에게도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아버지와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는 일을 구태여 피해야 할 만한 이유는 전혀 없다.

콜맨은 돌아가신 분의 사진을 보고 음성을 들어보고 영상을 보는 건 애도하는 과정에서 매우 정상적인 행위라고 설명한다. 떠나가신 부모님이 평소 앉던 자리를 비워두는 것도 추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는 “떠나보낸 이와 추억을 우리 마음속에 간직하는 방법은 이처럼 다양하다”며 “애도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분 나아졌다고 죄책감 느끼지 않기 

대부분 우리는 마침내 웃음을 되찾을 거다. 더는 볼 수 없는 부모님을 두고 슬퍼하지 않고 다시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아침을 맞고 행복으로 가득한 생일을 맞을 거다. 우리는 보통 일련의 애도 과정을 거친다. 그중 한 과정이 슬픔이 점차 사그라드는 단계다. 경험에 비춰보면 슬픔이 파도처럼 다시 덮쳐서 무너뜨리는 순간들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순간은 점차 줄어들었다. 어쩌면 부모님을 영원히 잃는다는 건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닐지 모른다.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완전히 극복하진 못했다. 하지만 콜맨은 “당신이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면 그렇게 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