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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상에 선 방탄소년단, 빌보드 차트 점령의 비결

방탄소년단이 아시아·비영어권 가수로서 장벽을 넘어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1위에 올랐다.
Junhyup Kwon
Seoul, KR
방탄소년단 빌보드 1위
그룹 방탄소년단이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방송한 미국 대중음악 시상식 ‘2020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에서 신곡 '다이너마이트'를 부르고 있다. 사진: MTV / AF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HOT 100)’에서 정상을 차지하면서 케이팝의 역사를 새로 썼다.

빌보드는 31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기사를 올려 BTS가 신곡 ‘다이너마이트’로 ‘핫 100’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BTS는 다른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 이어 ‘핫 100’에서도 1위를 하면서 명실상부 세계 최정상의 가수에 올랐다.

아시아 가수가 이 차트에서 1위에 오른 건 일본 가수 이후 57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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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수 사카모토 규는 1963년 ‘스키야키’로 ‘핫 100’ 1위에 올랐다. 아시아계 멤버로 이뤄진 미국 그룹 파 이스트 무브먼트는 2010년 ‘라이크 어 지식스(Like a G6)’로 1위에 올랐다. 싸이는 2012년 ‘강남스타일’로 2위에 오른 적이 있다.

BTS가 ‘핫 100’에서 1위를 하기 전에 달성한 최고 기록은 올 초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7’의 타이틀곡 ‘온(ON)’으로 기록한 4위. BTS는 2018년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빌보드 200’ 1위에 처음 오른 뒤 이 차트에서 4번 연속 1위에 올랐다.

‘빌보드 200’에선 1위를 그만큼 자주 했지만, ‘핫 100’에선 정상을 차지한 적이 없었다. ‘핫 100’은 음원과 스트리밍 실적, 라디오 방송 시간을 종합해 순위를 매긴다. 그런데 미국 라디오는 영어권 가수 중심이라 비영어권 가수가 ‘핫 100’을 뚫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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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 사진: AFP / MTV

BTS가 1위에 오른 비결의 중심에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팬덤 ‘아미’가 있다.

BTS도 ‘핫 100’ 1위의 공을 팬에게 돌렸다. 멤버 지민은 “여러분들이 이뤄낸 것이고 여러분들이 축하받을 일”이라고 전했다. 뷔도 “‘아미’ 덕분에 BTS의 꿈이 또 하나 이뤄졌다”고 밝혔다. 리더 RM은 “모든 성과는 ‘아미’와 함께 만든 것”이라고 전했다.

경쾌한 디스코 팝 장르의 노래, 희망을 주는 가사, 매력적인 안무도 차트 점령의 비결로 꼽을 수 있다. 또 BTS가 신곡으로 영어 노래를 택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최근 VICE와 인터뷰에서 BTS가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모든 가사를 최초로 영어로 소화해 내놓은 이유를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핫 100’은 ‘빌보드 200’과 달리 미국 방송에서 활약이 중요하다”며 “그런데 영어 음악이 아니면 선곡이 잘 안 돼서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BTS가 상황을 잘 활용했다고 진단했다. 김 평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현장 콘서트가 어려운 상황에서 더 보편적인 영어 음악을 내세우면서 온라인으로 전 세계 팬들, 특히 영어권 팬에게 다가가려고 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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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더 리뷰’의 저자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VICE와 인터뷰에서 “최근 팬이 크게 불어난 데다가 영어 노래라 라디오 방송 시간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전 세계 음악 시장이 침체에 빠져 있고 대중들도 위로가 필요한 시기에 BTS의 보편적인 음악과 메시지가 공감을 얻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중음악평론가 서정민갑은 “그동안 한국어로 노래하면서 정체성을 드러냈다면 월드 스타로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맞춰 보편적인 성격을 강화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BTS가 기존에 쌓은 강력한 팬덤의 영향력에 보편성을 강화한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BTS는 전날 미국 대중음악 시상식 ‘2020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에서 ‘최고의 팝상’ ‘최고의 안무상’ ‘최고의 그룹상’ ‘최고의 케이팝상’을 받아 4관왕에 올랐다. 앞서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는 게시 4일 12시간 만에 조회 수 2억건을 돌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BTS가 ‘메인 앨범차트’에서 4차례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양대 차트를 모두 석권하는 신기록을 세웠다”며 “케이팝의 자부심을 드높이는 쾌거”라고 축하했다.

이어 “코로나19로 힘겨운 전 세계인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만든 노래라고 하니 더 뜻깊다”며 “힘들어하는 우리 국민에게도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BTS는 문재인 대통령의 트윗에 “따뜻한 축하의 말씀 감사하다”며 “어려운 시기이지만 저희 노래가 조그만 위안과 긍정의 에너지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답장했다.

‘강남스타일’로 ‘핫 100’ 2위를 기록했던 싸이도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빌보드 차트를 공유하면서 “드디어, 자랑스럽다. 진심으로 자랑스럽다”고 축하했다.

Junhyup 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