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룽(성룡)은 세계적 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이자 한 시대를 대표하는 무술 아이콘이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고향이자 액션 영화의 메카인 홍콩에서는 인기가 없다고 한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트위터 계정 홍콩월드시티는 VICE와 인터뷰에서 “외국에서, 특히 서양에선 청룽을 액션 아이콘으로 치켜세우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며 “청룽은 자신을 드러내는 건전한 마스코트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Videos by VICE
청룽은 영어 이름으로 재키 챈이라고도 불린다. 곡예와 같은 격투 스타일과 슬랩스틱 코미디로 영화계에서 영향력 있는 스타다. 1970년대 스턴트맨으로 시작해 98년부터 영화 ‘러시아워’ 시리즈에 배우 크리스 터커와 함께 출연해 세계적 스타덤에 올랐다.
청룽은 지금까지 200편이 넘는 영화와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순자산 4억달러(약 4730억원)를 보유해 홍콩 엔터테인먼트 업계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인물 중 하나다.
하지만 청룽은 중국 공산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면서 홍콩에선 반갑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다. 심지어 2013년 공산당 정치자문기구 ‘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의 대표로도 선출됐다.
청룽은 언론의 자유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또 “중국의 통제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9년 한 콘퍼런스에서 “(홍콩과 대만을 보면) 자유를 갖는 것이 좋은 건지, 아닌 건지 잘 모르겠다”며 “갈수록 ‘우리 중국인’들은 통제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홍콩월드시티는 최근 청룽의 말을 인용해 홍콩인들이 왜 그를 싫어하는지 설명했다.
계정의 운영자는 VICE에 “그의 인기가 홍콩에서 바닥인 이유는 그가 홍콩과 대만인들이 중국 인민에 속하니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의 말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고 심중을 알 수 없는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청룽은 2019년 인터뷰에 출연해 친중국 입장을 고수하며 홍콩 민주화 운동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위가 끝나고 도시가 다시 ‘평화로워졌으면 한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홍콩에서 요즘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는 슬프고 우울합니다. 홍콩과 중국은 모두 나의 고향이고 집입니다. 중국은 나의 조국이며, 나는 내 조국을 사랑합니다.”
청룽은 최근 중국이 홍콩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도입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앞장서 냈다. 홍콩 보안법은 모든 분리 독립 행위와 전복, 테러 및 외국과 공모 행위를 금지하고 최고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명분과 달리 민주화 운동가를 탄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청룽은 이렇게 쓰인 집단 성명에도 서명했다. “우린 홍콩 국가보안법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홍콩 국가보안법에 관한 전국인민대표대회의 결정을 지지합니다.”
홍콩과 대만 사람들은 그를 ‘배신자’나 ‘두 얼굴의 쓰레기’라고 부르면서 욕했다.
홍콩 최대 야당 민주당의 로킨헤이 부주석은 VICE와 인터뷰에서 “청룽은 홍콩의 안보와 핵심 가치를 옹호하기보다 중국에서 자신의 정치적 지위를 우선한다”고 지적했다.
로 부주석은 “80~90년대엔 배우로서 존경받았을지 모르지만 상황이 바뀌었다”며 “홍콩에선 반감이 굉장히 높고 홍콩을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룽은 중국계 호주 예술가 바듀차오 작품의 주요 풍자 대상이기도 하다.
바듀차오는 VICE에 “중국 정부를 지지한다는 건 폭력과 검열, 강제 수용소, 인종 청소를 지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또 “청룽은 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으로서 고향에서 일어나는 일을 대변할 사회적 책임이 있지만 그런 일에 앞장서기는커녕 중국 정부가 뒤를 봐주는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경찰을 옹호한다”고 토로했다.
바듀차오는 “청룽은 중국인에겐 영웅일지 모르지만 공산당을 위해 홍콩뿐 아니라 자신을 배반하면서 명성과 영향력을 오용한다”며 “민주주의는 예술가에게 작품을 창작할 자유를 줬지만 청룽은 민주주의의 적이 되고 말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워싱턴 허드슨 연구소 존 리 선임연구원은 VICE에 “중국은 할리우드를 넘어 막강한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익성 높은 시장”이라며 “중국의 심기를 건드려서 화가 나게 하는 건 중국 업계에서 일자리를 잃을 각오를 해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리 연구원은 “중국과 공산당을 비판하는 연예인과 엔터테인먼트는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박스오피스 매출은 100억달러(약 11조8000억원)로 세계에서 미국 다음이고 앞으로 2배 이상 클 것으로 예측된다”며 “중국은 미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가 진출하려는 영향력 있는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홍콩을 수년간 휩쓸었던 격렬한 반정부 시위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분열시켰다.
청룽과 전쯔단(견자단) 같은 연예인은 중국과 공산당에 충성해 보상을 받았다. 반면 배우 저우룬파(주윤발)과 가수 데니스 호는 민주화 운동을 지지해 대가를 치렀다.
리 연구원은 “청룽은 홍콩에서 태어났고 홍콩의 자유가 주는 혜택을 톡톡히 누렸으면서도 중국과 공산당을 지지해 커리어를 쌓았다”며 “정치적 문제에 자유와 민주주의보다는 안정과 애국심을 강조하면서 중국 정부처럼 선전을 했다”고 지적했다.
청룽 측은 VICE의 연락에 응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