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시위와 코로나19로 180도 달라진 홍콩의 밤 거리

시위와 코로나19로 달라진 홍콩의 밤 거리를 보여주는 사진

매주 금요일 밤, 홍콩의 란콰이퐁 거리는 ‘불금(불타는 금요일)’ 파티를 즐기려는 사람들 수천 명으로 이른 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란콰이퐁은 장기간 이어진 홍콩 시위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최근 뒤바뀐 홍콩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가 됐다. 일 년 내내 소음이 가득했던 술집과 카페, 세븐일레븐 주변 거리에는 적막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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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없어 한적한 홍콩 란콰이퐁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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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을 닫은 홍콩 란콰이퐁의 술집과 가게들.

홍콩을 대표하는 또 다른 번화가인 소호도 마찬가지다. 유명 맛집 앞에 길게 늘어진 줄과 여기저기서 들리는 음악 소리는 이제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행사는 모두 취소됐고 일부 가게는 도산했다. 한산한 거리에는 황량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할리우드 거리 바 오즈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토미야마 유리는 VICE에 “시위가 한창일 땐 외국인 손님이 와서 매출을 최소 70%까지 유지했다”며 “하지만 요즘에는 모든 사람이 외식을 꺼려서 매출의 30%밖에 벌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인근 거리를 보면 술집이 망하고 있어 이웃이 거의 남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토미야마는 “술집과 음식점 등 10곳 이상이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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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소호의 할리우드 거리에 얼마 남지 않은 술집.

19일을 기준으로 코로나19 홍콩 확진자는 192명, 사망자는 4명이다. 다른 아시아 국가의 확진자가 수천 명에 달하는 것에 비해 홍콩의 확진자는 적은 편이다. 하지만 홍콩 경제는 수개월에 걸쳐서 잇따라 악재가 겹치면서 예전 상태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홍콩 시민들은 정부를 불신하고 있다. 불신의 영향이 코로나19 사태에도 이어지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도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홍콩 시민들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악몽을 떠올리면서 바이러스의 확산을 경계한다. 당시 홍콩과 중국인 수백 명이 사스로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시민들은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외출을 삼가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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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가장 큰 번화가 중 한 곳인 란콰이퐁 거리.

토미야마는 “요즘 사업하기가 정말 어렵다”며 “지난 4개월 동안 월세도 내기 힘들어하는 가게를 많이 봤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 정부나 경찰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다”며 “지금 같은 전염병 상황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홍보 회사에서 회계 매니저로 일하는 애슐리 리는 “지난 춘절(중화권의 설날) 연휴부터 밤에 바깥 외출을 피하고 있다”며 “친구를 만나야 하면 우리 집에서 만나거나 친구의 집에서 만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고 위생을 유지하려고 한다”며 “밤 약속은 술과 관련 있는 경우가 많아서 더 피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술을 마시면 자제력을 잃어버려서 가급적 술을 마시는 밤 약속을 피한다는 의미다. 그는 “실제 밤에 나가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홍콩 통계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식음료 부문의 수입은 5.9% 감소했다. 올해 3개월은 2018년 같은 기간보다 14.3% 하락했다. 2003년 이후로 가장 큰 감소다.

올해 코로나19는 상황을 더 악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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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소호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인 스탠턴 거리.

시샤(물담배) 카페 매니저인 맥잉얀은 “시위 때는 사람들이 일부 영향이 큰 지역만 피했다”며 “지금은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외출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요즘은 거리에 사람들이 무리로 모여서 서 있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홍콩에서 금융 컨설턴트로 일하는 프랑스인 다미앵 디트리히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밖에 나가길 꺼린다. 사람들의 여행이나 마스크 착용 습관도 바뀌었다.

그는 “요즘 날 포함해서 사람들이 밖에 돌아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위와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홍콩에 거주하는 외국인들과 교환학생들도 평소 자주 가던 란콰이퐁과 소호를 떠나고 있다. 외국인뿐 아니다. 현지인들은 더 조심하고 있다.

리는 “제 친구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면대면 감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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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란콰이퐁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인 다길라 거리.

겨울의 끝자락이 지나고 유흥의 황금기라고 불리는 봄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가게 주인들이 지금 바라는 건 수년간 이어진 고비에서 단지 살아남는 것인지 모른다.

본 기사의 출처는 VICE ASIA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