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이종 간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햄스터 2000마리 이상을 안락사하기로 했다. 햄스터가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옮긴 의심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일부는 최근 이런 결정이 나오자 기르던 햄스터를 길에 내다 버리기도 했다.
홍콩 정부는 애완동물 가게의 주인과 손님, 햄스터가 델타 변이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당국은 매우 엄격한 ‘제로 코로나19’(환자를 0명으로 유지하는 정책)를 시행해왔다. 동물과 인간 간 전염을 우려해 햄스터의 수입과 판매를 즉각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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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민들에게 지난달 22일 이후 구매한 햄스터를 당국에 인계하라고 요청했다.
햄스터 안락사를 두고 현지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시민은 햄스터를 집단으로 안락사하는 조치가 부당하고 잔인하다면서 반발했다. 하지만 어떤 시민은 당국이 내린 방역 방침에 동조하면서 감염을 피한다는 이유로 키우던 햄스터를 길에 내다 버렸다.
현지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렇게 유기된 햄스터를 구조하려고 활동을 펼치고 있다.
햄스터를 기르고 있는 여성 수키는 VICE와 인터뷰에서 “햄스터를 버리고 싶어 하는 사람과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자원봉사 단체에 소속돼 있다”며 “지금까지 입양을 원한다고 등록한 사람이 무려 1000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그는 “자원봉사자들이 결정이 발표된 날 늦게까지 골목을 돌며 유기 햄스터를 구조했다”며 “길에서 우리에 갇힌 채로 버려진 햄스터를 몇 마리나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심각하다”며 “(코로나19가) 걱정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동물을 일단 입양해오면 가족이나 다름이 없는 건데 어떻게 이렇게 쉽게 버리느냐”고 토로했다.
당국은 “지난달 22일 이후 햄스터를 샀다면 길거리에 버리지 말고 ‘인도적인 살처분’을 위해 동물관리센터에 인계하라”고 당부했다. 또 ‘햄스터 핫라인’을 통해 문의를 받았다. 한편으로는 방호복을 입고 애완동물 가게의 햄스터를 압수해 집단 안락사하고 있다.
일부 햄스터 주인은 플라스틱 상자를 들고 동물 관리 센터를 찾아왔다. 찬이라는 성을 가진 남성은 현지 나우뉴스에 “아이들을 위해 산 햄스터를 넘기려고 한다”며 “아이들도 바이러스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 난리를 피우진 않았지만 망설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공중보건을 이유로 동물을 대량 학살한 건 처음은 아니다.
덴마크는 2020년에 이종 간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밍크 1700만마리를 살처분했다.
베트남은 한 커플과 이들이 키우던 동물 한 마리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자 반려동물 16마리를 전부 살처분하기도 했다.
일부 국가는 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동물과 사람 간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동물에게도 예방접종을 시작했다.
홍콩은 보건 전문가의 진단을 들어 확산을 방지하는 방법으로 안락사를 선택했다.
농수산보호부 부부장이자 수의사인 토머스 싯은 기자회견에서 “모든 동물을 살처분하고 싶지 않지만 공공보건과 동물 건강을 보호해야 해서 다른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햄스터가 다른 햄스터나 사람을 감염할 수가 있어 안락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