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시아태평양 10대 뉴스: 청년이 한목소리로 외친 ‘변화’

홍콩 시위 동성결혼 낙태 대마 하이힐 청년 변화

VICE Asia는 2019년을 ‘The Year We Woke Up’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올해 많은 청년이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사회를 나아가게 했습니다.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청년을 응원합니다.

올해 아시아태평양에서는 수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의 공통점을 찾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사실 올해는 청년들이 행복하지 않았던 한 해였습니다. 아시아태평양의 청년들은 한목소리로 ‘변화’를 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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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과 호주, 인도네시아에서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수많은 시위가 발생했습니다. 인도와 일본에서는 여성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맞추려고 노력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핍박받는 LGBTQ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여느 해보다 컸습니다. 대만과 한국에서는 각각 새로운 법안의 통과와 기존 법안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위한 움직임이 거셌습니다.

올해 싱가포르에서는 성범죄 피해를 폭로한 모니카 베이와 같은 용기 있는 여성도 있었습니다. 변화를 위한 이들의 용기는 같은 세대의 청년들에게 귀감이 됐습니다.

긍정적인 자극을 준 모든 사건을 나열할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래 목록을 나름 만들어봤습니다. 아시아태평양 10대 뉴스는 앞으로 10년간 지역의 희망이기도 합니다.

홍콩,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갈망이 시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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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Badiucao

‘우리 전부를 죽일 순 없을 겁니다.’

홍콩 청년들은 올해 6월부터 반년째 중국과 홍콩 정부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시위는 범죄 용의자를 중국 본토로 송환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으로 촉발했습니다. 홍콩 시민들은 정부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 규탄했습니다. 법안은 시위 13주째인 지난 9월 철회됐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와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 조사, 행정장관 직선제 등 5대 요구 중 남은 4가지를 들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시민들은 지난달 구의원 선거에서 민주 진영의 손을 들어주면서 목소리를 다시 높였습니다. 시위는 초반에 비해 과격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바이스 미디어는 홍콩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 Natashya Gutierrez, APAC Editor-in-Chief

인도네시아, 학생 중심으로 번진 대규모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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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Bobby Satya Ramadhan

올해 인도네시아를 지배한 키워드는 귀족 정치나 과두제를 뜻하는 ‘올리가키(Oligarchy)’였습니다. 이 단어는 모든 소셜미디어를 장악하면서 집권 세력의 전횡을 꼬집었습니다. 학생이 주축이 된 시위대 수만 명은 전국적으로 형법 개정안과 부패방지법 개정안을 규탄하면서 들고 일어났습니다. 형법 개정안에는 혼전 성관계와 대통령 모독을 징역형으로 다룬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부패방지법 개정안에는 일부 소수 집권층을 견제할 수 있는 부패방지위원회(KPK)의 권한을 약화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시위대는 지난 9월 대규모 시위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일부 개정안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의회 표결 연기를 요청했습니다. 청년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는 집권 세력을 긴장시켰습니다. – Ardyan Erlangga, Indonesia Managing Editor

호주, ‘기후 비상’에 변화를 부르짖는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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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Madison Griffiths

‘호주가 불타고 있습니다.’

올해 호주는 전례 없는 가뭄과 폭염, 산불로 몸살을 겪었습니다. 현재 여름인 호주의 기온은 연일 40도를 넘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변화에도 정부의 대응은 미흡했습니다. 호주는 주요 20개국(G20) 중 최악의 기후 변화 대응 국가 중 한 곳으로 꼽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변화의 바람이 일었습니다. 기후 변화 방지 운동단체인 ‘멸종 저항’이 주도하는 시위가 지속해서 일어났습니다. ‘기후 변화’라는 말도 더 큰 심각성을 드러내는 ‘기후 비상’으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호주 말고도 전 세계에서 ‘기후 비상’을 경고하는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힘을 보탰습니다. 하지만 호주는 올해 특히 여느 해보다 격렬하게 저항했습니다. 파리기후협약에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2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내용이 있습니다. 의무를 저버리기 전에 진짜 변화를 바랍니다. – Julian Morgans, APAC Senior Editor

인도, 남녀 운동선수간 ‘기울어진 운동장’에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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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Prianka Jain

인도에서는 올해 여성 운동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인도는 성차별이 심각한 나라입니다. 특히 스포츠계에서 남녀 선수의 불평등은 고질적인 병폐입니다. 그런데 올해 여성 선수들이 잇달아 신기록을 세우면서 차별적인 문화를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인도의 국민스포츠 크리켓에서는 10대 여성 선수 샤파리 버마가 국민영웅인 남성 선수 사친 텐둘카르의 기록을 깨트렸습니다. 단거리 여성 육상선수 히마 다스는 3주간 금메달 연속 5개를 획득했습니다. 배드민턴 선수 PV 신두는 세계배드민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첫 번째 인도 선수가 됐습니다. 이 선수는 포브스 2019 세계 최고 연봉을 받는 여성 운동선수 명단에도 올랐습니다. 인도 여성 하키팀 주장 라니 람팔은 특유의 리더십으로 팀을 2020 일본 도쿄올림픽 본선으로 이끌었습니다. 장애인 배드민턴 스타 마나스 조시도 BWF 세계챔피언십에서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여성 선수들의 눈부신 활약이 ‘기울어진 운동장’에 일침을 가했습니다. – Dhvani Solani, APAC Associate Editor

필리핀, 아시아 최대 LGBTQ 퍼레이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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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Gerilya

‘사랑은 혐오보다 강합니다.’

필리핀의 LGBTQ 인권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필리핀에는 성소수자 인권법(차별금지법)이 없습니다. 동성 결혼 합법화는 아직 꿈도 꾸기 어렵습니다. 올해 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화장실에 갔다가 쫓겨난 뒤 체포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 올 11월 세부퍼시픽 항공은 필리핀 최초로 트랜스 여성들을 승무원으로 채용했습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현지의 목소리를 전 세계로 전했습니다. 무엇보다 올 6월 성소수자 축제 ‘메트로 마닐라 프라이드’가 아시아 최대 규모로 열렸습니다. 7만명이 넘는 참가자들은 아시아 유일의 가톨릭 국가를 아시아 최대 규모의 프라이드 행진이 일어나는 국가로 만들었습니다. – Therese Reyes, APAC Editor

한국, 66년 만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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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Yeoin

‘우리 몸의 권리는 우리에게 있습니다.’

올해 한국에서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가로막던 낙태죄가 6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판결을 내린 건 헌법재판소였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많은 젊은 여성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습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도 시위에 참여해 신체 결정권을 부르짖었습니다. 여성들은 한국여성민우회를 비롯한 시민단체 23개로 구성된 연대모임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과 함께 낙태죄 폐지를 위한 각종 시위와 기자회견,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트위터,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메시지를 퍼트렸습니다. ‘낙태죄를 폐지하라’ ‘나는 자궁이 아니다’ ‘낙태죄가 죄라면 그 범인은 국가다’. 판결 전날까지 133일간 1인 시위도 이어졌습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날 여성들은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환영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들은 함께 눈물을 흘렸고 춤을 췄습니다. – Junhyup Kwon, Korea Editor

대만, 아시아 최초로 동성 결혼 합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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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Sadewa Kristianto

올해 대만은 아시아 최초로 동성 결혼을 허용했습니다. 대만 입법원(국회)은 지난 5월 17일 동성 커플에게도 이성 커플과 마찬가지로 법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특별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대만 최고법원이 2017년 동성 결혼을 금지한 민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지 2년 만이었습니다. 이후 아시아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동성 커플들은 줄지어 결혼 예복을 입고 동사무소에서 혼인 신고를 한 뒤 증서를 인증했습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소식을 듣고 “진정한 평등을 위한 큰 한 걸음을 내디뎠다”며 “대만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들었다”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대만의 동성 결혼 합법화는 대만인들만의 승리가 아니었습니다. 모든 아시아 LGBTQ 공동체의 승리였습니다. 다른 아시아인들은 대만을 통해 희망을 엿봤습니다. – Junhyup Kwon, Korea Editor

태국, 아시아 최초로 의료용 대마 합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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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Dimas Adiprasetyo

태국은 올해 의료용 대마를 허용했습니다. 아시아에서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한 첫 번째 국가가 된 겁니다. 사실 태국에서 이 법이 통과된 건 2018년 12월 26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올해부터 효력이 생겼고 정부도 국민을 위한 ‘새해 선물’이라고 일컬은 만큼 목록에 넣었습니다. 이에 따라 태국에서는 의료나 연구 목적으로 대마를 쓸 수 있습니다. 대마 산업도 부흥할 조짐입니다. 지난 6월 수도 방콕에는 아시아 최초의 대마 병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아시아의 대부분 국가는 아직 대마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하지만 태국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와 라오스, 필리핀이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앞서 태국에서는 치료 목적과 환자의 고통을 덜기 위한 목적의 대마 사용을 처벌하는 건 지나치다는 여론이 일었습니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지난 3월 12일부터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의 치료 목적으로 대마 성분의 의약품 구입이 가능합니다. – Natashya Gutierrez, APAC Editor-in-Chief

일본, 여성에게 하이힐 신지 않을 자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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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Nojimi Arakawa

일본 배우 겸 작가 이시카와 유미가 올해 1월 여성들의 직장 내 하이힐 의무 착용을 반대하는 구호 ‘구투(#KuToo)’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서 모든 변화는 시작했습니다. 구투는 일본어로 구두와 고통을 각각 의미하는 ‘구쓰(靴)’ ‘구쓰(苦痛)’와 ‘미투(MeToo) 운동’을 결합한 말입니다. 이시카와는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하이힐 착용을 강요당한 경험을 트위터에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남성들은 평평한 신발을 신는데 왜 우리는 (고통을) 참아가면서 일해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글은 해시태그와 함께 들불처럼 퍼져나갔습니다. 나아가 일본 사회에 하이힐 강요 문화에 반기를 드는 운동으로 확장했습니다. 이시카와는 여성의 하이힐 의무 착용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해석하는 법안을 도입하자는 내용의 청원서를 후생 노동성에 제출했습니다. – Yuichi Abiko, Japan Editor

싱가포르, 일그러진 민낯 드러낸 학내 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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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Dimas Adiprasetyo

올해 싱가포르의 대학에서는 다수의 성범죄가 드러났습니다. 대학 6곳에서 3년간 성범죄 56건 이상이 발생했다는 통계도 나왔습니다. 전체 56건 중 최상위 대학인 싱가포르국립대학(NUS)에서 25건, 난양이공대학에서 20건이 일어났습니다. NUS 학생 모니카 베이는 샤워를 하다가 불법 촬영을 당한 피해를 고발했습니다. 대학은 초기에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다뤘고 심지어 가해자를 변호했습니다. 베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학이 가해자에게 불충분한 처벌을 내렸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이 게시물이 확산하면서 문제가 공론화됐습니다. 대학은 결국 성범죄 가해자를 처벌할 만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베이의 용기를 시작으로 싱가포르 사회는 전보다 성범죄를 더 무겁게 인식하게 됐습니다. – Aditya Rodrigues, Asia Writer

본 기사의 출처는 VICE Asia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