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크리스마스섬
모든 사진: Chris Bray
Environment

‘홍게의 대이동’, 호주 크리스마스섬의 불가사의한 장관

이 기사를 통해 올해 ‘홍게의 대이동’을 볼 수 있다.
17.11.20

인도양에 위치한 호주 영토 크리스마스섬. 호주보다 인도네시아에 더 가까운 섬이다. 매년 10월 말부터 11월 초 우기가 찾아오면 섬의 홍게 약 5000만마리가 대이동을 한다. 숲속에서 기어 나온 홍게들이 해안선으로 가는 길 위를 가득 뒤덮기 시작한다. 홍게들은 해안가에 도착해 짝짓기를 한다. 암컷은 알 10만개 이상을 낳아 바다로 내보낸다.

세계적인 동물학자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약 6주간 이어지는 ‘홍게의 대이동’을 지구상의 ‘10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이 시기가 되면 섬 전체가 혼돈에 빠진다. 이 장면을 목격하려는 관광객들이 다가서면 홍게들은 어느새 몸을 숨긴다.

현지 사진작가이자 펜션 운영자인 크리스 브레이는 지난 5년간 이런 놀라운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브레이에게 최근 ‘홍게의 대이동’이 몇 년간 어떠했는지 물었다.

호주 크리스마스섬 홍게의 대이동

VICE: 사진에 관해 설명해주시겠어요?
크리스 브레이:
크리스마스섬은 ‘홍게의 대이동’ 현상으로 대단히 유명해진 섬입니다. 많은 이들이 애튼버러가 만든 다큐멘터리를 보고 ‘홍게의 대이동’을 잘 알고 있습니다. 동물의 이동 중에서 가장 큰 규모 중 하나입니다. 크리스마스섬의 정글에는 약 4000만에서 5000만마리의 홍게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건기가 끝날 무렵에 굴로 들어가 잠시 사라졌다가 우기가 시작하면 다시 나타납니다. 보통 10월 말에서 11월 초쯤에 나타나죠. 다시 등장하는 시간은 보통 한밤중입니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보면 숲에서 나온 홍게들이 레드카펫처럼 무리를 지어 해안으로 이동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홍게의 대이동’을 돕는 장치들도 있습니다. 홍게들이 차가 다니는 도로를 다니다가 사고를 당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도로 위로 아치형 다리가 지어져 있습니다. 홍게들은 울타리가 인도하는 방향으로 가다 보면 다리를 통해 도로 위를 건넙니다.

호주 크리스마스섬 홍게의 대이동

홍게가 이동하는 소리가 들리나요?
홍게들이 소리를 안 낼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실제로는 소리를 분명 들을 수 있습니다. 홍게 수백만 마리가 땅이나 낙엽 위를 바스락거리면서 걷는 소리가 들립니다.

또 사람들이 만든 플라스틱 울타리를 지날 때 지붕에 비가 내리는 듯한 소리가 납니다. 또 금속 다리 위로 올라갈 때도 소리가 납니다. 들어보면 오싹하고 소름이 돋습니다. 왜냐하면 날카로운 발톱으로 금속을 긁는 것 같은 소리가 크게 울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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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치이지 않는 한 냄새는 나지 않습니다. 대이동 시기 후반부가 되면 간혹 홍게가 차나 사람에 치이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무척 덥고 태양 빛이 강렬한데 이런 시기에 일부 지역을 걸어 다니다 보면 간혹 해산물이 익는 냄새를 맡을 수 있습니다.

호주 크리스마스섬 홍게의 대이동

홍게가 차에 치여 죽는 경우가 흔한가요?
사람들이 예전엔 홍게를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냥 밟으면서 지나가기도 했죠. 그런데 몇십 년 사이에 신경 쓰기 시작했습니다. 홍게들이 다니는 도로도 차단했어요. 갑자기 불편해지니까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홍게들이 크리스마스섬이 특별한 이유라고 깨닫고 주의합니다. 홍게의 동선을 아예 지나가지 않거나 지나간다면 정말 천천히 운전하려고 합니다. 사람들은 갈퀴를 차에 가지고 다닙니다. 갈퀴로 게들을 양쪽 가장자리로 긁어내 길을 만들기도 합니다.

가끔 정말 홍게를 피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도로의 사각 지역을 지날 때나 안전하게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경우. 이런 경우 좀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합니다. 크리스마스섬은 전 세계에서 홍게 때문에 운전대를 돌려야 하는 몇 안 되는 곳입니다.

호주 크리스마스섬 홍게의 대이동

현지인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대이동을 반기나요, 성가시게 느끼나요?
사람들의 직업이나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사람에 따라서 불편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섬에 사는 즐거움 중의 하나이니까요. 또 실제 그 장면을 보는 것도 사실 굉장합니다. 저도 여기 살면서 대이동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볼 때마다 정말 믿기질 않습니다. 매년 일찍 일어나 광경을 보려고 합니다.

사람들이 게를 잡기도 하나요? 아니면 게가 보호 대상인가요?
홍게는 보호 대상이지만 맛도 별로 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독 때문에 못 먹는다고 하죠. 여긴 홍게보다 훨씬 큰 야자나무게가 있습니다. 얘네들이 먹으면 맛있는 게들입니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선 떼죽음을 당합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섬에서는 보호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라도 차로 치면 벌금 5000달러(약 400만원)를 부과받을 수 있습니다.

호주 크리스마스섬 홍게의 대이동

수년간 대이동을 봤을 텐데 홍게의 숫자에 변화가 있나요?
개인적으로 숫자의 차이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항상 부분적으로만 듣거나 보게 되니까요. 볼 때마다 홍게들은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현지 연구원들이 숫자를 세어봤는데 최근 몇 년간 숫자가 크게 줄었다고 해요. 원래는 약 1억마리였는데 환경 유해종인 노랑미친개미가 들어오면서 게들이 사라졌습니다. 게들이 대이동을 시작하면 노랑미친개미들이 자신의 영토가 침범당하는 줄 알고 게들을 덮친다고 해요.

일부 지역에는 게가 벌써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공원 관리자들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개미를 제거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헬리콥터를 이용한 공중 미끼와 지상 미끼도 활용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말벌도 들여왔어요. 식량 공급을 차단해 개미 수를 줄이려고요.

호주 크리스마스섬 홍게의 대이동

섬의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섬은 63%가 국립공원이고 거의 숲입니다. 홍게는 보통 바닥에 떨어진 잎을 먹거나 자라나기 시작할 무렵인 잡초를 먹습니다. 숲은 일반적으로 땅이 평평하게 다듬어져 있어 나무들이 많이 들어 서 있고 갈색 흙이 넓게 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개미가 홍게들을 숲에서 쫓아내면 홍게들은 풀과 잡초를 못 먹게 됩니다. 그러면 숲에 잡초가 무성히 자라겠죠. 이게 사람들이 요즘 눈치챈 가장 큰 시각적인 변화입니다. 홍게들이 사라지면서 숲속의 풀들이 무성히 자라고 있습니다.

기자 Joseph Lew, 포토그래퍼 Chris B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