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 타투이스트, 문신,예술,디자인
사진: 언스플래시
Tattoo

타투이스트들이 꼽은 손님들이 원하는 최악의 타투

타투이스트들은 사람들이 다 똑같은 타투를 받고 싶어 한다고 하소연했다.

언젠가 몸에 이상한 타투를 새길 뻔한 적이 있다. 하루는 한 남성에게 10달러(약 1만원)를 주고 허벅지 위에 철조망 무늬의 타투를 그려달라고 했다. 문득 앞으로는 수영복을 입을 때마다 사람들이 철조망 타투를 보고 끊임없이 곁눈질할 거라는 걱정이 들어 마지막 순간에 안 하기로 했다. 분명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아니면 철조망 타투를 이미 몸에 새겨놓고 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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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토타 볼페 랜디 제공

사실 대부분 일반인은 좋은 디자인을 고르는 안목이 없다. 사람들은 흔해 빠진 불도그와 시계, 장미, 축구팀 로고는 물론이고, 형편없는 글씨체로 팔에다가 자기 이름을 타투로 새겨넣기도 한다. 굳이 왜 이상한 타투를 새기려고 하는 걸까. 타투만 하면 예술로 봐주는 풍조 때문일까.

VICE가 영국과 아일랜드의 타투이스트에게 사람들이 받고 싶어 하는 최악의 타투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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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넣은 자료다. 기사 속 사진이 형편이 없다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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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라이언 숀 켈리 제공

라이언 숀 켈리, 더잉크팩토리, 아일랜드 더블린

VICE: 작업하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타투를 말해주세요.
라이언 숀 켈리
: 단순한 타투였어요. 지난 4월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 기념으로 모금 자선행사를 열었죠. 여동생에게 자폐증의 상징인 직소 퍼즐을 그려줬어요. 자폐증을 앓는 조카가 시술을 지켜보고 있었죠. 행사 내내 즐거워했어요. 덕분에 기뻤어요.

의뢰 중에 최악은 무엇이었나요?
한 남성이 ‘버네사’라는 글자를 목 주변에 목걸이 모양으로 새겨달라고 했어요. 절반 정도 하다가 ‘버네사’가 엄마인지 여자친구인지 물어봤죠. 전 여자친구인데 다시 돌아오라고 설득하려고 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미리 알았으면 안 했을 거예요. 6개월 후에 다시 만났는데 말 안 해도 짐작했겠지만 전 여자친구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더라고요.

요즘 자주 의뢰받는 타투가 있나요?
사람들이 화살에 꽂힌 것 같아요. 매주 많은 손님이 찾아와서 화살 타투를 요청해요.

또 다른 건 없나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일하면 당연히 더블린을 상징하는 토끼풀 요청을 넘치도록 받아요. 지금까지 그린 것만 100만개는 될 거예요. 보통 외국인 관광객이 재미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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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토타 볼페 랜디 제공

토타 볼페 랜디, 해피세일러타투, 영국 런던

최근 작업 중 제일 멋졌던 건 뭔가요?
토타 볼페 랜디:
친구 타투요. 기존 타투를 다른 걸로 바꿔줬어요. 점묘법으로 일루미나티와 석공 기호 가운데 나방을 그렸죠. 팔에 흑백으로 작업했어요. 기하학 문양이나 연금술에 관심 많아서 작업하면서 즐거웠죠. 7시간이나 걸려서 몇 회에 나눠서 했어요.

최악은 무엇이었나요?
한 여성이 손목 안쪽에 분홍색 날개를 단 천사를 그려달라고 했던 거요. 촌스럽잖아요.

요즘 런던의 최신 유행은 무엇인가요?
무한대 기호요. 무한대 기호가 요즘 유행이죠. 그리고 작은 화살도요. 보통 젊은 여성들이 갈비뼈 쪽에 그려달라고 해요. 마음에 드는 화살 그림을 들고 와요. 다 똑같은 웹사이트에서 보고 오는 거예요. 그런 작업은 보통 다른 타투이스트에게 맡겨요.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정체성을 드러낼 만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무한대 기호를 그리고 싶은지 묻고 싶어요. 과학자들도 무한대 개념을 이해 못 하는데 의뢰하는 젊은 여성들이 그 의미를 알 리가 없죠. 아, 혹시 그쪽도 무한대 기호를 새긴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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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이 가장 흔하게 받는 회중시계 타투. 사진: 토타 볼페 랜디 제공

다행히 아니에요. 어떤 여성이 보통 무한대 기호를 해달라고 하나요?
여러 명이 함께 와서 똑같은 걸 해달라고 해요. 다른 걸 하는 게 어떠냐고 권유해도요.

남성들은 어떤가요?
회중시계 옆에 장미를 덧붙여 그린 걸 좋아하죠. 몇 년 전만 해도 다 올빼미를 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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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이 다 똑같은 걸 하고 싶어 할까요?
유명인을 닮고 싶어 하니까요. 한동안은 모델 케이트 모스처럼 닻 타투를 많이 했어요. 가수 리애나가 발에 묵주를 새기니 그게 또 유행했죠. 유명인이 하면 곧 따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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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크레이그 힉스 제공

크레이그 힉스, 72타투, 영국 맨체스터

가장 뜻깊었던 작업을 말해주세요.
크레이그 힉스: 아기를 잃은 여성한테 시술한 적이 있어요. 대화를 많이 나누진 않았죠. 자세한 걸 알 필요는 없으니까요. 배에 있는 흉터를 타투로 덮었어요. 흑백으로 작업했는데 정말 힘들었죠.

가장 어이없던 의뢰는 뭐였나요?
한 남성이 첫 타투로 머리 뒤에 성경에서 악마의 숫자라 불리는 ‘666’을 새겨 달랬어요. 못 해주겠다고 하니 사람들 많이 하는 묵주를 그려달래요. 종교에 뜻이 있는 건지 그냥 해달라는 건지 긴가민가했어요. 멋으로 타투하겠다고 하는 것만 봐도 어떤 사람인지 대충 보이죠.

다른 뜬금없는 의뢰는 없었나요?
한번은 누가 20파운드(약 3만원)를 들고 와서 그 돈만큼 시술해줄 수 있는지 물었어요. 농담으로 ‘타투는 못 해도 귀를 4번 뚫어드릴 순 있다’고 하니 그렇게 해 달랬어요.

불편했던 건 요구는 없었나요?
당연히 있죠. 연인끼리 와서 한쪽이 상대에게 자기 이름을 새겨달라고 할 때요. ‘왜 이름을 몸에 못 새기겠다는 거야? 사랑 안 해?’ 모두가 당황스러웠죠.

요즘 맨체스터에서 유행하는 건 뭔가요?
시계요. 보통 20대 남성이 많이 원해요. 영국에서 매주 적어도 수백건은 될 거예요. 대부분 타투이스트가 포트폴리오에 넣지도 않아요. 너무 지겨워서요. 시계 타투는 굉장히 정교해 완성하려면 7시간 정도 걸려요. 일주일에 세 번 하면 정말 지쳐요.

시계가 정말 지겨우신 것 같네요.
솔직히 정말 지겹죠. 눈 속의 시계, 장미 속 시계, 시계 속 시계. 정말 너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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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시안 토머스 피지 제공

시안 토머스 피지, 바버잉크, 영국 스완지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타투가 있나요?
시안 토머스 피지:
남성들 여럿이 와서 슈퍼맨 로고를 왼쪽 엉덩이에 새겨 달라더라고요. 알고 보니 친한 친구가 교통 사고로 죽었는데 왼쪽 엉덩이에 있는 슈퍼맨 타투로 신원을 확인했대요. 그래서 친구 8명에게 같은 걸 그려줬어요. 그날 엉덩이를 많이 봤죠.

작업할 때 가장 즐거운 건 어떤 건가요?
기술적으로 어려운 걸 좋아해요. 한 남성이 마블 영웅을 다 그려달라고 했어요. 저도 원래 좋아하는 거라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죠. ‘캡틴 아메리카’ 방패 빛까지 완벽하게요.

정말 하기 싫은 것도 있나요?
정말 많은 사람이 발가락에 낙타를 그려달라거나 손가락에 콧수염, 더블유(W)가 있는 닻을 새겨달라고 해요. 그런 작업은 창의력을 발휘해 그리기가 정말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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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적으로 들어오는 의뢰도 있나요?
회중시계요. 아이 생일 같은 걸 안에 새겨요. 멋진 생각이긴 한데 너무 흔해요.

상당히 공격적이거나 불쾌했던 것도 있나요?
네, 히틀러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졸라대는 사람이 있었어요. 알고 보니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니었어요. 실제론 꽤 괜찮은 사람이었죠. 그냥 사람들 놀라게 하는 걸 좋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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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리 번튼 제공

게리 번튼, 에클레틱잉크,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업을 말해주세요.
게리 번튼:
최근에 그린 심장이요. 선을 상세히 그렸는데 어려웠지만 즐거웠어요.

최악은 무엇이었나요?
글래스고에 있으면 축구 구단 레인저스와 셀틱이 겨루는 걸 자주 봐요. 너무 분파적인 건 피하려고 하죠. 나치 상징이던 스와스티카 문양을 원하는 사람만 조심하면 돼요. 

스와스티카를 원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이죠?
보통 인종차별주의 성향의 남성들이죠. 한번은 몇 달 동안 해달라고 계속 졸라댔어요.

자주 의뢰받는 디자인은 뭔가요?
만다라 문양이요. 요즘엔 수채화도 유행해요.

왜 사람들이 같은 타투를 해달라고 할까요?
인스타그램하고 핀터레스트 같은 소셜미디어의 탓이죠. 모두가 인스타그램에서 본 걸 따라하려고 해요. 무한대 기호나 세미콜론 같은 모양. 이 업계에선 웃음거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