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 홍콩 오타구 헨타이 은둔형 외톨이 우울증
홍콩 청년 퉁. 사진: 스테퍼니 텡
mental health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신음하는 히키코모리 청년들

“홍콩의 히키코모리 인구는 약 14만명, 총인구의 2%다.”
3.9.19

홍콩 청년 퉁은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얼굴의 반을 가렸다. 그에게 옷은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지켜주는 보호막이자 눈에 띄지 않게 돕는 도구다. 그는 두꺼운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스누피가 그려진 회색 후드 티셔츠에 청재킷을 입었다. 그런데 그렇게 몸을 가리면서도 손에 그려진 물고기 그림은 수줍게 내보였다. 퉁은 물고기가 진심으로 되고 싶다고 했다. 물고기는 항상 편견 없이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물고기는 항상 물속에 있잖아요. 기억력이 7초밖에 되지 않아 7초 뒤면 세상을 완전히 새롭게 본다고 해요. 이 점을 배우고 싶어요. 세상에 길이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관점을 바꾸면 다른 길이 보일 수도 있죠.”

퉁은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2년 전에는 세상의 언저리로 본인을 더욱더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러다가 부모님과 함께 사는 비좁은 아파트 안에 숨었다. 자신을 감금한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 청년뿐이 아니다. 동아시아 청년 수백만명이 심리적 문제로 고통받는다. 전성기를 보내야 할 청년들이 삶을 멈추려고 한다.

그만 노력하고 그만 어울리고, 존재 자체가 부끄러워 모든 것을 그만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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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청년 퉁.

사실 이런 현상은 일본에서 처음 발견됐다. 일본에서는 극심한 은둔형 외톨이를 ‘히키코모리’라고 부른다. 이 현상은 1990년대 심리학자 사이토 다마키가 처음으로 정의했다. 당시 그는 일본에 히키코모리가 100만명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도는 다르지만 밖에 나가거나 다른 사람과 만나는 일을 거부한다. 집에만 있으려고 하고 세상과 인연을 끊은 채로 살아간다. 세상 속으로 걸어 나가는 것조차 두려워한다. 수많은 젊은이가 혼자 집에서만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은 발견 초기에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수많은 언론과 출판사가 이 현상을 다뤘고 히키코모리 관련 기사와 책이 쏟아졌다. 많은 히키코모리가 남성이었기 때문에 항상 남성의 사진과 함께 글이 나왔다. 히키코모리 남성의 이미지는 수많은 만화 영화에서 캐릭터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봉준호 감독의 단편영화 ‘도쿄’의 중심인물로 나올 정도로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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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코모리의 심리는 일본의 버블경제와 매우 유사하다. 일본은 겉보기에 건강하고 잘 돌아가는 사회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빠른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마이클 지엘렌징거 기자는 저서 ‘태양을 피하며: 일본은 어떻게 자신을 잃어버린 세대를 창조했나(Shutting Out the Sun: How Japan Created Its Own Lost Generation)’를 쓰기 위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히키코모리들을 만났다.

지엘렌징거 기자는 책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히키코모리는 조현병 환자나 정신질환자가 아니다. 공공장소를 두려워하지만 집으로 친구를 초대하는 건 괜찮은 광장공포증 환자와도 거리가 멀다. 히키코모리의 증상은 지금까지 알려진 정신 질환으로 설명할 수 없다. 대신 일본 정신과 의사들은 히키코모리를 다른 문화에서 발견할 수 없는 새로운 사회 장애라고 진단한다.

일본의 신유교 사회는 순종과 규율, 자기 억제, 집단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개인의 정체성을 깊이 묻어버리려고 한다. 히키코모리들은 진공관이 폭파해 내부를 향해 붕괴하듯 자신을 가두고 사회와 분리해 결국 자신을 외톨이로 만들었다…. 이런 비극을 일본 역사와 문화가 현대 문명과 충돌하면서 생긴 독특한 현상으로 본다.

일부는 마침 이 시기에 히키코모리를 대량 발견한 것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당시 일본은 경제 실패의 원인으로 삼을 만한 희생양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히키코모리는 ‘오타쿠’나 ‘헨타이’, ‘와이푸’와 마찬가지로 일본 사회의 기이함을 대표하는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중에서 그 어떤 것도 1억2600만명의 민족의식을 정확하게 담아내지는 못했다.

히키코모리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시아 전역의 문제다. 퉁은 홍콩 출신이다. 홍콩은 전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다. 때문에 사람과의 만남을 피하기가 어렵다. 홍콩대의 임상 심리학자인 폴 웡 박사는 홍콩의 히키코모리는 약 14만명, 총인구의 2%라고 밝혔다. 이건 사회 고립 증후군이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신호일까.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퉁을 만났다.

직접 만난 퉁은 예상과 달리 놀라울 만큼 수다스러웠고 조리 있게 말을 잘했다. 소심하지만 침착하면서도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세상으로부터 몸을 숨기려고 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말이 많았지만 눈을 마주치는 것을 꺼렸다. 2년 전에 만났더라면 한마디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 당시 작은 종이에 글을 써서 의사소통했다고 한다. 1년 동안 축축하고 좁디좁은 부모님 집에서 거의 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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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아파트 문 앞에 서 있는 퉁.

자발적 고립의 원인을 한 가지로 꼽긴 어렵다. 하지만 퉁은 학교생활에 실패해 처참할 정도로 낮아진 자존감을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홍콩의 학교생활은 힘들기로 악명이 높다. 5살 때부터 막대한 양의 숙제를 하고 많은 시험을 통과해야 졸업할 수 있다.

“성적이 잘 안 나왔어요. 간신히 졸업하고 나선 지원하는 회사마다 떨어졌어요. 우울해지기 시작했죠. 친구들과 만나고 싶지 않았어요. 아웃사이더처럼 느껴졌어요. 누구와도 말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집에 있었어요. 반면 언니는 시험도 합격하고 뚜렷한 진로가 있었죠. 부모님이 저를 언니와 비교하는 것 같았어요. 점점 더 고립되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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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 당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당히 후퇴했다고 전했다. 1년 동안 부모님 집에서 외출한 경험이 단 두세 번뿐이라고 말했다. 외출하는 시간마저도 짧았다.

“친구들을 만나도 저와 공통점이 없는 것 같았어요. 제가 이들과 친구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돌이켜보면 친구들이 아니라 제 자신이 싫었던 거예요.”

웡 박사는 “사회적 압박은 아시아만의 특징은 아니지만 확실히 다른 곳보다 아시아에서 강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사회, 특히 유교 사회는 히키코모리를 더 많이 양산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는 서구권보다 청소년들을 특히 더 편협하게 바라보곤 하죠.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고 그다음에는 대기업 같은 곳에 취업하게 하고요. 정해진 길을 강요해요. 젊은이들에게 예술가가 되거나 자신만의 길을 찾도록 격려하는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면 교육 방식이 편협합니다. 유럽이나 미국은 젊은이들이 진출할 수 있는 업종도 훨씬 더 넓습니다. 또 정해진 길을 따라가야 한다는 부담도 적습니다.”

“그럼 호랑이 엄마들을 탓해야 할까요?”

웡 박사는 히키코모리는 생물학적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과하거나 권위적 육아 방식에서 비롯된 겁니다. 과하게 보호하거나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는 권위적 부모 아래 자란 아이들은 동기가 부족합니다. 이건 일종의 현실 도피이자 회피입니다. 부모의 압박과 사회의 높은 기대는 젊은이들을 이런 환경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웡 박사는 부모들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압박에 굴복해 자녀에게 스스로 받은 압박을 물려주고 고립되게 만든다. 일단 고립되고 나면 다시 삶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다. 퉁의 은둔 생활은 비교적 짧은 1년이었지만 10년 이상 갇혀 사는 청년도 있다.

“그해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특별한 영감은 없었지만요.” 퉁이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붓을 들더라도 벽만 바라보다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라고 생각했어요. 그 시간을 그냥 성찰, 자기혐오를 위해 썼던 것 같아요. 그냥 붓을 들고 가만히 앉아서 가족들이 귀가할 때까지 있었어요. 붓을 그렇게 3시간 동안 들고 있었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1년 내내 시간을 허비했죠. 가진 것도 없고 쓸모 없는 사람이었어요.”

퉁은 힘든 시기에 그림이 자신을 구했다고 생각한다. 사회에서 고립된 청년들이 인터넷과 술, 게임을 하는 동안 퉁은 예술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생산적 사람이라고 깨달았다. 또 그림 덕분에 학교에서 전시하고 비정부기구(NGO)에서 봉사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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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과 그의 작품

그는 이제 소외된 사람을 위해 일하는 비영리 단체와 함께 하면서 많이 달라졌다.

비영리 단체 관계자는 퉁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회상했다. “처음 봤을 때는 눈을 쳐다보지 못했어요. 항상 숨어 있었거든요. 하지만 치료용 개 한 마리를 들여놓았을 때 희망을 봤어요. 개가 무엇을 먹는지 물어보더라고요. 그 후 동물 매개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했죠.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마침내 퉁은 지역 학교에서 미술 강좌를 수강했어요.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면서 히키코모리에서 점점 벗어났어요. 퉁은 아직도 집에 주로 있지만 지금은 집에 있더라도 목적이 있어요. 우린 퉁이 의도와 기회를 명확히 인식하고 자신의 가치를 바탕으로 진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퉁은 작지만 확실한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5년 안에요? 공허함을 느끼지 않게 인생의 의미를 찾고 싶어요. 절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곳에서 재밌게 일하고 안정적인 수입도 벌면 좋겠어요. 가족과도 화목하게 지내고 싶어요. 가족을 지금도 많이 사랑해요. 연애는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지금은 저 하나 감당하기도 버거워서요. 하지만 친구들은 더 자주 만나면 좋겠어요. 자신감 넘치던 학창 시절의 저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냥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임스 더스턴은 홍콩의 프리랜서 기자이자 에디터다. 스테파니 텡은 홍콩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다. 그의 작품은 여기에서 더 살펴볼 수 있다.

본 기사의 출처는 VICE ASIA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