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빔 호프, 윔 호프, 힐링, 호흡, 정신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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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찌르는 듯한 얼음물 속에서 명상하는 사람들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식이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정합니다.”

1°C 얼음물이 담긴 욕조 속. 고통이 온몸에 전해진다. 바늘로 찌르는 느낌이다. 머릿속에서 경보음이 울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은 선명해진다. 심장이 멎는 것같다.

옆에서 강사가 외쳤다. “날숨을 조절하세요. 숨을 천천히 내쉬어요. 열을 온몸으로 발산한다고 상상하세요.” 그 순간 고요함이 찾아왔다. 고통도 마법처럼 사라졌다.

37세 강사 탄춘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2분이 다 됐어요. 이제 나오셔도 됩니다.”

남성은 싱가포르 최초이자 유일한 빔 호프(윔 호프) 호흡법 강사다.

빔 호프는 명상에 냉수욕과 호흡법을 합친 것이다. 이건 추위 참기 부문에서 기네스 세계기록을 보유한 네덜란드의 익스트림스포츠 선수 빔 호프가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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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 호프를 하는 사람들은 이 방법으로 면역력을 높이고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탄은 이 명상을 따뜻한 지역에서 하면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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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가자가 얼음물에서 나오고 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34°C의 날씨에서 2°C 물에 들어갈 때와 5°C의 겨울 환경에서 영하 5°C 물로 들어가는 걸 비교해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온도 차가 클수록 불편하겠지만 몸에 좋죠.”

미량의 독소가 생체 기능에 유익한 효과를 가져오는 것을 ‘호르메시스 현상’이라고 한다. 그는 빔 호프를 이 이론을 통해 설명한다. 어떤 독성이나 스트레스를 적절한 양 주입하면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낸다는 의미다. 역기를 드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탄은 싱가포르와 같은 부유한 나라에서는 ‘유익한 불편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은 태어나면서부터 안전한 집에서 음식과 돈을 충분히 누리며 성장해요. 일 년 내내 에어컨을 작동해 사무실에서 겉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풍족한 삶을 누리죠. 하지만 삶은 오히려 피폐해졌어요. 아프고 스트레스받고, 우울하고 걱정이 끊이지 않죠. 빔 호프로 몸과 마음에 고통을 적절히 가해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어요.”

어느 덥고 습한 일요일 오전에 다른 7명과 탄의 집에서 빔 호프에 도전했다. 얼음물에 몸을 담그는 횟수가 늘 때마다 전보다 호흡을 더 잘 조절할 수 있게 됐다. 긴장을 푸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짧아졌다. 세 번째에는 욕조 밖으로 나가기 싫을 정도였다.

탄의 수업은 반나절이 걸렸다. 끝날 무렵에 2000m 조정 대회에 참가하거나 고강도 운동을 마친 후 느꼈던 성취감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이런 느낌을 받은 건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처음이라던 29세 숀도 행복했다고 했다.

뇌과학 국제학술지 뉴로이미지에 실린 한 연구는 빔 호프를 실천하면 행복감을 높이고 신체와 정신 건강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싱가포르 탄톡셍 병원의 생리학자 레이 로는 VICE와 인터뷰에서 추위를 견디거나 호흡을 조절하는 게 건강에 유익하다고 뒷받침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의학 전문가가 빔 호프에 회의적이다.

하지만 숀은 연구 자료호프의 영상을 찾아보며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빔 호프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나 병을 완화하는 자연 친화적 치료법이라고 생각한다.

탄이 여는 수업의 학생은 다양하다. 운동선수와 주부, 할머니, 기업가, 대기업 임원, 회복 중인 환자, 신체 능력을 향상하려는 사람, 추위 공포증이 있는 사람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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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째 참가한 수강생이 1분30초 동안 수중에서 숨을 참고 있다.

그는 경험을 통해 이 방법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방법이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모든 건강 문제를 치료할 수 있는 만능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효과가 있으면 좋죠. 효과가 없으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돼요.”

하지만 한 가지 단순한 사실은 장담한다고 한다. 어떤 형태의 고통으로부터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거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식이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정하죠.”

사실 호흡을 시작으로 빔 호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 수련법이 치유와 건강, 명상, 영성을 모조리 섞은 말도 안 되는 유행 중에 하나 정도라고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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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은 워크숍을 8명 이하로만 진행한다. 참가자 개개인에게 신경을 쓰기 위해서다.

탄은 원을 그리며 누운 우리에게 들숨과 날숨을 강하게 30번 반복하라고 지도했다. 이어 같은 과정을 3세트 하면서 각 세트 사이에 가능한 오랫동안 숨을 참으라고 했다.

얼음물에 들어감과 동시에 몸을 휘감았던 통증은 부드러운 따뜻함으로 변했다. 또 몸 깊숙한 곳에서 불이 치솟아 오르며 온몸에 열기가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명상 수업 후 체력 테스트를 해보니 결과가 눈에 띄게 나아졌다. 숨을 참으면서 하는 팔굽혀펴기 기록이 40개에서 60개로, 숨 참기 기록은 43초에서 약 3분으로 늘었다.

얼음물을 정복하며 자제력이 늘었다. 이제껏 살면서 통제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고 느꼈다. 그러다가 약간의 불편함에 맞서는 상황이 오자 오히려 안도감을 경험했다.

평온함을 위해 약간의 용기와 의식적인 호흡이 필요하다면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