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과정. 고통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생각이다. 타투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이 타투를 받기 위해 고통을 참는다.
그런데 대부분과 달리 고통을 느끼는 과정을 오히려 목적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타투 프로젝트 ‘브루털 블랙(Brutal Black)’의 도전자들이다. 도전자들은 고통을 견디는 행위에 의미를 두고 일부러 고통스러운 타투를 받는다. 프로젝트가 자체가 다소 잔인한 부분이 있어 몸 일부를 완전히 덮는 일본 전통 타투가 귀엽다고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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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이스트 캐미 스튜어트와 발레리오 칸첼리에르, 필립 ‘3크로이체’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전통 타투 시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통을 느끼는 과정에 주목했다. VICE가 다소 극단적인 타투 프로젝트의 배후에 있는 타투이스트 3명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VICE: 여러분이 하는 타투는 보통 타투와 어떻게 다른가요? 캐미 스튜어트: 보통 타투할 때는 결과물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다르죠. 결과물보다 고통을 느끼는 과정이 더 중요해요. 확실히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현대 타투는 영혼이 안 담긴 가짜 타투예요. 패션이나 미디어 때문에 왜곡된 거죠. 대부분이 느끼는 타투에 대한 고정관념에 엿을 먹이고 있는 느낌이에요.
발레리오 칸첼리에르: 요즘 타투 세계를 보면 장인이 제품을 만들듯이 계속 연구해요. 타투를 예술이라고도 하죠. 의식적인 측면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는데도요. 저희는 타협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타투의 본질은 고통을 느끼는 과정에 있어요.
타투의 본질은 고통을 느끼는 과정에 있어요.
필립 3크로이체: 평소 작업할 때도 잔인하고 거친 편이에요. 피부의 거대한 면적을 재빨리 채워내죠. 손님의 반응을 살피면서요.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할 때는 절대 동정하거나 주저하지 않아요. 그런 태도로 일하는 게 초반에는 이상했어요. 그래도 시술할 때 사람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건 굉장하더라고요. 몸을 떨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손님과 함께 목표를 이뤄낼 수 있어 자랑스러워요. 타투가 꼭 팔 전체를 덮어야 하거나 커야 하는 건 아니에요. 의지로 한계까지 버텨보는 게 중요하죠. 시술이 끝나고 걷기 힘들다면 제대로 한 거예요. 고통은 사라지지만 자부심은 영원할 거예요.
어쩌다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가요? 캐미: 페이스북에서 발레리오를 알게 됐어요. 얼굴에 타투한 적이 있던데 그게 마음에 들어서 대화해보고 싶었죠. 이메일을 몇 번 주고받은 후 이탈리아에서 큰 규모로 협업했어요. 그건 그것대로 잘 됐어요. 우리도 꽤 잘 맞았죠.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관계였어요. 그래서 시간 맞을 때마다 협업했어요. 이제껏 3번 협업했는데 1년에 2번 정도였죠. 최근 독일에서 했는데 그때 필립이 합류한 거예요. 하지만 전 당시에 갑자기 문제가 생겨서 독일행 비행기를 놓쳤어요.
필립: 캐미가 스코틀랜드 공항에서 경찰의 물음에 답하느라 비행기를 놓쳤어요. 외모도 전반적으로 눈에 띄고 나치 상징인 스와스티카 타투가 몸에 있어서 붙잡혀 있었죠. 그래서 저희는 아예 새로운 조건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했어요. 이미 몇 달간 계획하고 있었던 거였어요. 그래서 안 할 수 없었죠. 또 손님도 이미 준비됐다고 했었거든요. 손님은 매우 잔인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 알고 있었죠. 시술은 2일에 걸쳐 5시간 만에 끝났어요. 최대한 빨리 끝내려 했죠. 손님이 중간에 구토하고 우느라 쉬면서 했지만요.
타투가 예술 이상이라고 느낀 시기는 언제죠? 캐미: 손님 반응을 보면서 생각이 변했어요. 타투에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타투가 통과의례였던 원시 시대로 돌아가 보죠. 그때는 한계를 시험해보는 과정이었죠. 무언가를 원할 때 얼마나 원하는지,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지를 확인해보는 거예요. 타투 자체는 시술받을 때 얻는 교훈을 상기해주는 흔적 정도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사실은 피부에 남는 진한 자국보다는 마음에 남는 굵직한 자국이 더 중요한 거죠.
사실은 피부에 남는 진한 자국보다는 마음에 남는 굵직한 자국이 더 중요한 거예요.
발레리오: 프로젝트를 정해두거나 계획해두지 않았어요. 해야 했던 것도 아니에요.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하다 보니 알겠더라고요. ‘브루털 블랙’은 현대에 찾아보기 힘든 원시적인 폭력성을 생각해보게 해요. 실제로 많은 부족이 치렀던 통과의례는 생존 시험이라고 불릴 만큼 잔인했어요. 프로젝트가 옛 부족들의 의식을 따르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기본적인 동기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사람들이 왜 이런 타투를 받고 싶어 할까요? 캐미: 다른 사람들의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으니까요. 전 타투이스트와 손님 두 사람이 에너지를 공유할 때 전해지는 강렬한 느낌을 좋아해요. 또 자신이 생각하는 한계를 넘어보는 것도 좋아하고요. 인내와 결단력을 시험해보는 거죠. 프로젝트의 최종적인 목표 같은 건 따로 없어요. 인생은 일련의 사건일 뿐이니까요. 정체성의 뿌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또 쾌락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고통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교훈도 얻죠. 과정은 삶에 있는 강렬한 한순간에 불과해요. 우리가 살면서 여러 감정을 느끼지만 대부분 쉽게 잊잖아요. 원시시대로 돌아가 전사가 돼 보는 거죠. 꼭 기억하세요. 우리가 사는 이 재미없는 세상에서는 남을 따라 살기가 쉬워요.
발레리오: 누구든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어요. 우리 자신에게 주는 하나의 시련인 셈이죠. 믿기 어렵겠지만 증오나 사디즘 때문에 하는 건 아니에요. 어쨌든 전 매개체이자 집행자에 불과해요. 강한 정신만 있다면 신체는 고통을 견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