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기독교 교회 감리교 이동환 목사 LGBTQ
이동환 목사. 사진: VICE
LGBTQ

성소수자도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세상 꿈꾸는 이동환 목사

이동환 목사는 한국 교회가 바뀌면 한국이 바뀐다고 믿는다.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위해 축복 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교단 재판에 넘겨져 정직 처분을 받은 이동환 수원 영광제일교회 목사는 한국 사회와 교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누구라도 정체성과 성적 지향성, 성별 정체성 때문에 죄인이 돼서는 안 됩니다.”

이 목사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 앞에서 ‘어떤 세상을 꿈꾸느냐’는 VICE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또 “한국 교회가 바뀌면 한국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기독교대한감리회로부터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정직 2년 처분을 받았다. 또 이달 초에 정직 2년을 확정해 받았다. 최종심인 항소에 각하 결정이 내려져 앞서 징계 처분을 되돌릴 수 없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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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사는 “(재판부가) 재판 비용을 늦게 냈다는 이유로 항소를 각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날에 열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필요하다면 사회 법정을 통해서라도 반인권적인 행태를 보이며 자정 능력을 상실한 감리교회에 경종을 울리겠다”고 밝혔다.

그가 고난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이 목사는 VICE에 “교단과 대화하려고 했지만 ‘동성애는 죄’라고 하고 대화하지 않으려 한 점이 가장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교단에 맞서서 싸우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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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 목사. 사진: VICE

그는 “누군가 시작하지 않으면 후배와 동료에게 또 일어날 일이기 때문에 나서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편한 길이 아닌 옳은 길을 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성소수자에 대해 잘 몰랐고 꺼린 적도 있었지만 만나보면서 이들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만났을 때 일어나는 변화가 정말 컸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 목사가 교단과 맞서 싸울 용기를 얻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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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 목사. 사진: VICE

그는 “특별히 용감하거나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며 “하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들, 성소수자 성도들을 그냥 두고 목사 직책을 보존하는 선택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정직 처분을 받았지만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오직 후회하는 것은 축복식을 집례할 때 딱딱한 표정으로 한 것”이라며 “돌아간다고 해도 축복식을 또 하고 싶고 그때는 활짝 웃으면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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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 목사가 2019년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집례하고 있다. 사진: Joopter 제공

이 목사는 교회의 본질 회복을 강조했다. 본질 회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이다.

그는 “교회와 크리스천의 본질은 예수가 살았던 삶을 따르는 것”이라며 “예수는 사회적 약자와 권력자로부터 배제당한 사람을 포용하는 삶을 살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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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 목사가 지난 5월 서울 종로구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 앞에서 월요기도회를 열고 있다. 사진: VICE

본질 회복을 위해선 같은 뜻을 지닌 후배 교역자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 목사는 후배 교역자를 대상으로 “(교회)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는 걱정과 앞길이 막힐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그걸 깨고 나아갈 때 세상과 교회가 변할 것이라고 본다”며 “함께 모여 길을 간다면 두려움 없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끝으로 그의 행보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결국 교회와 세상은 바뀔 겁니다. 언젠가 성소수자를 죄인이라고 했던 교회의 역사는 흑인을 차별했던 역사와 함께 교회의 부끄러운 역사의 페이지에 남게 될 겁니다. 저는 변화가 올 때까지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싸우겠습니다.”

인스타그램으로 질문을 보내주신 VICE 구독자분께 감사합니다.

Junhyup 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