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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인들이 생각하는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의 의미

'기생충' 수상의 의미를 한국 영화감독과 배우, 평론가에게 물어봤다.
Junhyup Kwon
Seoul, KR
11 2월 2020, 12:51오후
봉준호 아카데미 기생충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뒤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Rachel Luna / Getty Images / AFP

미국인, 백인, 영어. 이 세 가지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아카데미 시상식을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였다. 아카데미의 전통은 요지부동해 보였다. 화려한 시상식은 그렇게 90회가 넘게 이어졌다. 작품상,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 각본상. 이 네 가지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거머쥔 상이다. 의미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최초의 비영어권 작품상, 아시아 최초의 각본상, 아시아인이 받은 두 번째 감독상. 한국 영화 최초의 아카데미 수상...

봉 감독은 '기생충'으로 세계 영화의 중심인 할리우드에 신선한 놀라움을 안겨줬다. 전 세계의 영화 팬들은 '기생충'의 수상을 축하하고 있다. VICE는 한국 영화감독과 배우, 평론가에게 '기생충' 수상의 의미와 느낀 점을 물어봤다. 이들도 다른 팬과 마찬가지로 수상을 축하했다. 하지만 나아가 쏟아지는 관심이 한국 영화의 발전에 원동력이 되길 희망했다. 그동안 저평가받았던 아시아의 창작자와 창작물이 재평가받고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가영 감독

영화 '비치온더비치' '밤치기'

봉 감독님이 아카데미 작품상과 국제영화상을 동시 수상한 최초의 감독이라고 들었어요. 저도 언젠가 여우주연상과 감독상, 작품상을 동시 수상해 더 큰 역사를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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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10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영화 '기생충'의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 Jung Yeon-je / AFP

백재호 감독

영화 '시민 노무현' '대관람차'

먼저 '한국 영화도 아카데미에서 수상할 수 있구나' '앞으로도 수상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한국 감독이 아카데미에서 수상했다는 사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아카데미는 해외 유명 감독들이 목표로 삼는 시상식이잖아요. 게다가 (비영어권 영화에 대해) 보수적인 시상식으로 알려져 있잖아요. 지난해 5월 프랑스 칸 영화제를 비롯해 많은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한 일도 이미 대단한 성과라고 봐요.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봤어요. 한 번도 없었다면 영화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기대를 안 할 텐데 선례가 생긴 거니까요. 나아가 한국뿐 아니라 다른 아시아, 여성 감독이 수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카데미는 백인과 영어권 영화 위주의 시상식이었잖아요. 지금 미국은 보수 정권인데 문화계에서 변화가 시작했다고 봐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조은성 감독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봉 감독님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전하고 싶어요. 한국 영화계에 쏟아지는 관심이 불공정한 한국 영화계의 양극화 문제 논의에도 이어지길 바랍니다.

김산호 배우

영화 '완벽한 파트너' 드라마 '여름아 부탁해'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세계에 보여준 '기생충'의 감독님과 배우들이 앞으로 세계적인 무대에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줬습니다. 감독님과 배우들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권기하 배우

영화 '잠몰' '공백의 얼굴들'

앞으로 더 다양한 소재와 장르, 형식의 영화가 투자를 받아서 제작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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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팀이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하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Matt Petit / AMPAS / AFP

정지욱 영화평론가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최고의 작품성을 증명했다면, 아카데미에서 수상하면서 최고의 상업성과 대중성을 증명했다고 생각해요. 요즘 아시아 콘텐츠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인기잖아요. '기생충'으로 세계 속에서 아시아의 우수성을 증명했다는 의미도 있어요. 앞으로 아시아 문화와 영화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거예요. 또 아시아 창작자들이 세계에 진출하는 교두보가 마련됐다고 봐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기생충'의 수상은 한국 영화와 아카데미 양쪽 모두에 의미가 있어요. 먼저 한국 영화의 관점에서 보면 그동안 유럽에선 많이 인정받았지만, 미국에선 좀처럼 인정받지 못했잖아요. 이제 미국에서도 한국 영화가 인정받고 위상이 한층 높아진 거죠. 아카데미의 관점에서 보면 그동안 백인과 영어권을 위한 시상식이 아니냐는 비판을 들었잖아요. 이 기회에 다양성을 인정하는 세계적인 시상식이라고 보여준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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