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남과 다른 독특함으로 판을 뒤집는 가수 릴체리

릴체리와 골드부다 남매의 앨범과 뮤직비디오를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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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릴체리(왼쪽)와 골드부다. 사진: 안젤라 최

‘이상한 나라’에서 온 것 같이 독특한 매력을 뽐내는 가수 릴체리가 최근 친오빠이자 가수 골드부다와 정규 앨범 ‘스페이스 토크(Space Talk)’를 발표했다.

릴체리와 골드부다 남매는 힙합과 전자, 댄스, 펑크 등 요즘 유행하는 대중음악의 장르 사이에서 특유의 기발하고 반항적인 느낌의 음악을 잘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12곡이 채워진 이번 앨범은 한마디로 현실로부터의 ‘꿈 같은 탈출’이다.

평범한 사람도 앨범 전곡을 재생하면 화려한 파티장에 입장하는 유명인이 될 수 있다. 당당하고 화려한 유명인의 페르소나(자아)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마법에 걸린다.

릴체리는 최근 VICE와 인터뷰에서 “우리의 음악을 ‘카멜레온’으로 설명하고 싶다”며 “한국과 미국에서 접한 새로운 것을 ‘믹스 앤 매치’, 섞어보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창작하는 모든 작품은 이야기와 함께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릴체리는 곡 ‘와미미(WAMEME)’의 뮤직비디오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촬영했다. 영상은 힙합과 하이퍼팝 뮤직비디오의 ‘히트메이커’ 프로듀서 스피더와 함께했다. 릴체리는 “스피더가 촬영할 때 ‘거의 다 했다’는 말을 끊임없이 반복했다”고 회상했다.

릴체리는 처음에 어떻게 음악을 시작했을까.

그는 음악에 앞서 문학에 흠뻑 빠졌었다. 미국 뉴욕대학에 다닐 때 시를 공부했다. 그는 “이때 시에 나오는 단어의 의미뿐 아니라 언어의 소리를 공부했다”며 “메시지를 전할 때 의미와 소리, 박자 등 모든 요소가 어우러진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시는 퓰리처상 수상 시인 월리스 스티븐스의 ‘아이스크림의 황제’다.

릴체리는 미국 대학에서 학교생활을 하다 겨울방학 때 잠시 한국에 들어온 적이 있다. 이때 오빠가 자기 방을 음악 작업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로 바꿔놓은 것을 봤다. 릴체리는 “이때 오빠가 비트를 틀어주고 자유롭게 노랫말을 한번 입혀보라고 했다”며 “무슨 말을 하는 건지도 잘 몰랐지만 학교에서 썼던 시에 감정을 더해봤다”고 말했다.

릴체리와 골드부다가 처음으로 함께 만든 곡은 끈적한 느낌의 곡 ‘모토로라’였다. 릴체리의 문학적 역량과 영원한 친구이자 조력자 골드부다의 프로듀싱 능력이 처음 만난 셈이다. 그는 골드부다를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잘 놀아주던 다정한 오빠로 기억했다.

릴체리는 “골드부다는 5살이 더 많다”며 “어릴 때 매일 몇 번이고 숨바꼭질 놀이를 하자고 졸랐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은 오빠가 숨을 차례였는데 숫자를 다 센 뒤 오빠 방에 찾으러 갔는데 못 찾았다”며 “방을 나가려던 순간 2층 베란다 난간에 매달린 오빠를 발견하고 ‘그래, 오빠가 이겼다’고 인정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지금도 자신들이 만드는 모든 작품을 장난과 호기심으로 비틀어본다. 릴체리는 “오빠는 날 자주 놀라게 했다”며 “아마 오빠에게서 어떻게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서 생각을 하고, 틀에 박힌 삶에서 벗어나 살 수 있는지를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연출과 스타일 면에서 릴체리의 실험 정신을 엿보기 위해서는 이번 앨범 곡 중에 ‘캣 워크(Cat Walk)’나 ‘지!(G!)’, ‘파이 라이프(PYE LIFE)’를 들어보면 될 거다. 릴체리는 “에너지를 전달하는 게 내가 음악을 통해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를 전달하는 게 음악을 통해 하는 일”

그는 처음 음악을 발표하고 활동하기 시작했을 때 ‘외계인’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반응이 나쁘게 들리지 않았다. 그에게 ‘특이함’은 칭찬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의 다음 활동 계획은 무엇일까. 그는 “(오빠와)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며 “아직은 내일 무엇을 할지도 잘 모르겠다. 춤과 많은 연관이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Jaime Sil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