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학위 없이도 해외에 나가서 일하고 싶다면 아이돌봄이(보육사)가 최적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급여가 높은 편인 데다가 방까지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봄이를 고용하는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부자일 가능성이 높다. 부잣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일은 과연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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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E는 부잣집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한 적이 있는 전·현직 아이돌봄이들에게 가장 황당했던 경험이나 최악의 경험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봤다.
‘아이가 칼을 들어도 엄마가 혼내지 않았어요’
이탈리아 볼로냐 시외의 근사한 집에서 일했어요. 여기서 살면서 아이를 돌봤어요.
아이는 7살이 막 될 무렵의 외동아들이었어요. 한번은 아이가 부엌칼을 들고 절 위협했죠. 얼굴 앞에서 칼을 천천히 흔들면서요. 아이 엄마가 무심히 “내려놓을래?”라고 했죠.
또 같은 날 아이가 부엌에서 주걱을 가져오더니 제 다리를 살이 부어오를 정도로 때렸어요. 부모는 신경을 전혀 안 썼어요. 저한테 어떤 나쁜 짓을 해도 혼낸 적이 없었어요. 절 같은 사람이 아니라 그저 편리한 도구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에마
‘요리할 때 물을 많이 넣었다며 소리 질렀어요’
미국 보스턴 외곽에서 아이돌봄이로 일했어요. 엄마는 의사였는데 다혈질이었고 아빠는 회사를 운영했는데 맨날 소리를 질렀죠. 세 아이는 12살이랑 15살, 18살이었어요.
이 가족은 돈이 많은데도 어찌나 아꼈는지 몰라요. 말이 안 될 정도로 모든 걸 재활용했죠. 포일뿐 아니라 강아지 배변 봉투도 똥을 퇴비로 쓰고 재활용하더라고요.
먹다 남긴 음식은 양이 적어도 버리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아침에 먹다 남은 사과가 있으면 상하기 전에 학교까지 가져다줘야 했어요. 파스타를 삶으려고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준비하면 낭비라면서 크게 혼났어요. 쓰레기가 나오면 아무도 없을 때 커다란 봉투에 담아뒀다가 동네 다른 쓰레기 처리장에 몰래 가져다가 버렸어요. 라나
‘학교에 안 보내는 아이를 가르쳐야 했어요’
아이돌봄이로 일한 지 거의 10년이 다 돼 가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가정집에서 9살짜리 여자아이를 돌봤어요. 엄마가 변호사인 집이었죠. 웃긴 건 돌봄이로 들어간 건데 정신 차려 보니 아이를 가르치고 있더라고요. 석 달 쯤 지나자 아이 엄마가 법도 무시하고 아이를 학교에 안 보냈어요. 결국 제가 모든 걸 가르쳐야 했죠.
처음에는 단어장을 사 오는 일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교육 과정 전부를 계획해야 했어요. 읽기와 쓰기, 수학은 기본이었죠. 전 교사 자격증도 없어요. 대우도 그리 좋지 않았죠. 시간이 다 돼서 오지 말라고 하거나 월급을 늦게 준 적도 있어요. 아이자
‘아이가 꽃밭을 만들게 하려고 건물을 매입했어요’
현재 일본에서 여자아이 한 명을 돌보고 있어요. 아이 부모님은 부동산 중개 회사를 운영해요. 하루는 아이가 꽃밭을 만들려고 했죠. 저택에 정원사가 관리하는 정원이 있었는데도요. 아이가 정원에 꽃밭을 만들려고 하니 정원사가 허락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옆집 작은 땅을 보고 와서는 거기에 꽃밭을 만들고 싶다는 거예요. 그 집은 너희 집이 아니라서 안 된다고 했죠. 그랬더니 엄마한테 물어본다고 하더라고요. 아이 엄마는 듣자마자 땅을 사려고 했어요. 땅만 팔진 않는다니까 아파트 전체를 매입하더라고요. 아이가 집 옆에 꽃밭을 만들면서 놀게 하려고요. 제이크
‘갈 데가 없는 걸 알면서 일주일 내로 나가랬어요’
애인하고 유럽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뒤로 아이돌봄이 일을 시작했어요. 한 부부가 버킹엄셔에서 가장 부유한 동네로 막 이사하고 나서 돌봄이를 찾고 있었죠. 집은 약 180만파운드(약 28억8000만원) 정도였어요. 강아지도 막 입양했고 차도 새로 샀었죠. 대우는 별로였어요. 들어가기 전만 해도 차를 써도 된다더니 들어가니 말을 바꿨어요.
두 달 후에 그 집 아빠가 회사를 그만뒀다고 갑자기 나가라고 했어요. 계약은 분명히 1년이었거든요. 계약서를 보자고 하니 잃어버렸다고 잡아뗐어요. 거짓말인 게 훤히 보였죠. 위약금을 안 주려고 그랬던 것 같아요. 갈 데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일주일 안에 나가라고 했죠. 그 일주일 동안 손댈 수 있는 음식은 우유와 버터뿐이었어요. 피터
‘아이들이 똥을 손으로 집더니 절 향해 던졌어요’
휴양지로 유명한 코르시카섬에서 아이돌봄이로 잠깐 일했어요. 집이 산속이라 주변 환경이 장관이었죠. 그 집 엄마는 수영장이 딸린 고급 식당을 운영했고요. 아들 둘은 첫날엔 모두 착해 보였어요. 그런데 다음 날 180도로 변했죠. 전에 돌봤던 아이들과 차원이 달랐어요. 그 집은 말을 세 마리 키웠는데 말똥을 손으로 집어 저한테 던졌어요.
한번은 아이들이 길고양이를 물하고 밥도 없는 철창에 가뒀어요. 발견하긴 했지만 속상했죠. 위생 관념도 없어서 수영장 여기저기에 오줌을 쌌어요. 엄마는 말릴 생각도 없어 보였고요.
아이들이 총으로 쏘겠다며 겁주기도 했어요. 집에 총이 정말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죠. 그 집 가족이 개들을 데리고 사냥하러 다니기도 하는 걸 봐서 총이 있을 것 같았어요. 이 모든 일이 전부 3일 안에 일어났던 거예요. 그만둔다고 할 수밖에 없었어요. 더는 못 하겠더라고요. 나오미
‘다른 일할 때 감시하는 것 같아 기분 나빴어요’
첫날에 아기 아빠가 같이 있다가 15분간 자리를 비운다고 나갔어요. 한 시간이 지나도 안 돌아왔어요. 그래서 아기를 재웠죠. 화장실이 급했거든요. 전 항상 긴급상황을 염두에 둬서 화장실에 갈 때도 CCTV를 봤어요. 화장실에 있는데 아빠가 어디선가 나와 방에 들어가더라고요. 아기에게 말을 몇 마디 하고 다른 방에 데려가 기저귀를 갈았어요.
화장실에서 나오니까 아기 낮잠 시간에 화장실 간 일로 트집을 잡더라고요. 우려스럽다고요. 아기는 안전히 잘 있었다고 했죠. 아기 아빠는 제가 다른 일하는 순간을 호시탐탐 노렸던 것 같았어요. 기분이 정말 나빴어요. 그래서 결국 그만뒀죠. 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