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과 이름이 같은 벨기에 메탈 밴드가 있다. 어쩌다 이름을 이렇게 지은 걸까. 사실 이름을 먼저 쓴 건 이 밴드다.
밴드가 ‘오미크론’이란 이름을 쓰게 된 이유가 있다. 이들은 VICE와 최근 이메일 인터뷰에서 “멤버 중 기타리스트가 외계인과 우주의 신비에 집착이 심하다”며 “백조자리의 천체 오미크론에서 영감을 받아 이름을 짓게 됐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변이를 명명할 때 그리스 문자를 순서대로 사용해왔다. 예컨대 델타도 그런 식으로 붙여진 거다.
하지만 WHO는 지난달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새로운 변이가 등장했을 때 14번째 알파벳 ‘크시’를 건너뛰고 15번째 ‘오미크론’으로 명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성인 ‘시(Xi)’와 영문 철자가 똑같아 일부러 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밴드명이 하루아침에 변이 바이러스 이름과 같아지면서 심경 변화가 있었을까. “멤버 중에서 누구도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는 걸 사람들이 알면 좋겠어요. 밴드명을 바꿀 거냐고요? 절대요. 바이러스 때문에 밴드의 콘셉트를 바꾸진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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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에 있어서 이름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이들은 전파력이 강하다고 알려진 변이 바이러스와 이름이 같아지자 심란했다. 하지만 단점과 함께 장점도 발견했다. 이들은 “나쁜 이미지가 생길까 봐 좀 걱정했다”며 “하지만 이름을 알리려고 발버둥 치는 세상에 이름을 이미 널리 알린 것 같았다”고 밝혔다.
사람들은 변이 바이러스와 이름이 같은 밴드가 있다는 사실이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밴드는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서 이름으로 이득을 취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밴드는 “밴드와 이름이 같은 변이가 생기니 책임져야 할 게 늘어난 것 같다”며 “타인의 고통을 거름 삼아 번성하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진 않아 신중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오미크론이란 이름의 밴드는 이들뿐이 아니다. 앞서 미국 드러머 존 우스터는 지난달 29일 트위터에 오미크론이란 이름에 대해 “한번도 헤드라인에 난 적 없는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의 이름처럼 들린다”고 게시했다. 그러던 중 과거 밴드의 존재가 드러났다.
홍콩 밴드 이름도 오미크론이었던 거다. 밴드는 2016년 해체했지만 부흥기를 맞았다.
홍콩 오미크론의 리더 찬리헝은 최근 미국 음악 매체 롤링 스톤과 인터뷰에서 “이유가 좋건 나쁘건 관심을 많이 받는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호주 퍼스에서 지낸다.
코로나19의 기세는 여전히 꺾일 기미가 안 보인다. 이 때문에 벨기에 오미크론은 앨범 ‘엔트로픽 엔티티’를 당초 계획보다 늦게 발매했다. 밴드는 “이 앨범은 외계인의 침공과 인류의 하찮음이 주제인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자연히 공연에도 차질이 생겼다. 밴드는 “앨범 발매와 함께 오프라인으로 라이브 공연을 할 계획이었는데 벨기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어났다”며 “언제 공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밴드는 다른 가수와 마찬가지로 2년간 활동하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런 불행일 수 있는 우연을 겪으며 희망도 품는다.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오미크론을 검색하다가 우리 밴드를 우연히 알게 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 음악을 듣고 해방감을 느끼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