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남성 에티샴 카마르는 대학생 때 고향인 북동부 시알코트에서 철로 만든 항문 전용 딜도 ‘애널 플러그’를 제조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카마르는 VICE와 인터뷰에서 “우린 성인용품 업계에 일찍 뛰어든 편이어서 비교적 빠르게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엔 시알코트에서 이런 제품이 만들어질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시기였다”며 “사람들이 물어보면 수술용품을 생산한다고 거짓말할 정도로 비밀스럽게 일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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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이슬람 국가 파키스탄에서 섹스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금기로 여겨진다. 또 성적 쾌락을 위해 성인용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는 법에 저촉하는 행위이다. 정부는 옛 식민지 시절 음란물을 금지하는 법률로 성인용품 산업 규제를 강화했다.
카마르는 그 후 성인용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그는 “9년 전 어렸을 때 했던 성인용품 제작과 판매 사업을 더는 하지 않는다”며 “더는 업계에 종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성인용품의 대부분이 제조되는 시알코트는 철재 수술용품을 생산, 수출하는 도시다. 또 가죽 축구공이 만들어지는 도시로 유명하다. 흥미롭게도 지역 주민들은 철과 가죽을 제조해 팔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성인용품을 만들어 미국, 영국, 호주에 수출한다.
하지만 파키스탄의 음란물 관련 법률에 따라 성인용품을 구입하거나 판매, 광고, 제조하는 행위는 벌금형에 처하거나 최소 징역 3년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 행위다. 그렇지만 법률은 현실을 따라잡지 못한다. 성인용품 판매자나 수출입업자들은 보통 파키스탄에서 오프라인 상점이 아닌 온라인 상점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카라치에서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나시르 쿠레시는 “시장이 매우 거대해 1년 치의 빚을 모두 갚을 수 있을 정도로 수익을 올렸다”며 “암호화폐 비트코인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인 문제를 겪을 위험이 있어 가명을 사용하기를 요청했다.
그는 현지에서 한 달에 주문 100개 이상을 받는다. 한 달 수입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성인용품의 가격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현지 월급의 5~10배를 버는 것으로 보인다. 쿠레시는 “온라인 정책상 구글과 페이스북에 광고할 수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 사업자들이 성인용품을 소셜미디어에서 판매한 것을 막진 못한다.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계정 중의 하나는 팔로워 약 9000명을 자랑한다. 계정의 주인은 100300달러(약 1133만원)의 성인용품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린다.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최근 파키스탄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해 쿠레시와 같은 사람들이 웹사이트에서 원하는 물건을 판매할 수 있도록 자리를 깔았다.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잘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성인용품 판매자들은 아직 회의적이다.
쿠레시는 “아마존 파키스탄과 판매할 수 있는 제품 규정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한 대학생이 2017년에 성인용품을 판매한 혐의로 체포됐고 당국의 감시에 놓였다. 가명을 요구한 성인용품 판매자 압둘라 차우더리는 “경찰이 고객으로 속여 제품을 주문한 후 배달하면 사건을 입건하고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식”이라고 밝혔다.
차우더리는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딜도, 바이브레이터, 스트랩온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랩온은 남성 성기 모양을 단 속옷이다. 그는 “손님들은 전국에서 제품을 주문한다”며 “일부 손님은 가장 보수적인 지역 스와트, 폐샤와르, 물탄 출신”이라고 밝혔다.
차우더리는 보통 국내산 성인용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현지 법과 단속만 조심하면 된다. 하지만 성인용품을 수입해 파는 사업자들에게는 세관 당국도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쿠레시는 지난해 6500달러(약 720만원)에 상당하는 주식을 세관 당국에 압류당했다. 그는 세관 당국이 비즈니스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뇌물을 바치길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세관 당국 지시에 따른 뒤에야 올해 다시 성인용품 수입을 재개할 수 있었다.
성인용품점 업주들은 법적인 문제를 차치하고더라도 사회적인 인식과 씨름해야 한다. 학생 때 시작한 성인용품 비즈니스를 접은 카마르는 “일부는 비즈니스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며 “그래서 성인용품 판매를 완전히 중단하고 가죽 제품 판매로 업종을 전환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인들은 자국에 성인용품 산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제품을 보통 중국에서 주문해서 몰래 쓰기도 한다. 보안상의 이유로 가명 사용을 요구한 카라치의 주민인 루베나 아메드는 “우리 지역에서는 어떤 성인용품도 찾을 수 없었다”며 “심지어 가장 기본적인 성인용품 바이브레이터도 찾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주문할 수 있는데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니면 남성을 통해 제품을 주문하기도 한다. 아메드는 “온라인에서 남자인 친구의 이름으로 제품을 주문해서 받기도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위험성이 크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여성들은 넘어야 할 장벽이 하나 더 있다. 사회적으로 여성이 성적 쾌락을 추구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 때문이다.
활동가 자라 하이다르는 VICE에 “캐나다에서 파키스탄으로 돌아올 때 누가 바이브레이터가 든 가방을 열어볼까 봐 두려웠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이다르는 “가부장적인 사회는 여성의 쾌락을 등한시한다”며 “여성도 오르가슴을 즐길 자격이 충분하고 성인용품을 사용하는 것은 성적 쾌락을 느끼는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파키스탄 사회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유명 파키스탄 블로거 우자라 알리 칸에 따르면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성에 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 또 사람들은 자기 검열을 하기도 한다.
칸은 누구보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지난해 여성들의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에서 새로운 성인용품을 열어보는 방송을 했는데 영상의 캡처 사진이 유출되는 사건을 겪었다. 이런 이유로 칸은 성폭행과 살해 위협을 겪어야만 했다.
칸은 “사람들은 부패, 빈곤, 테러, 성폭행보다 여성이 성을 얘기할 때 더 화를 낸다”며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지도 않는데도 이러는 건 명백히 과장된 반응”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