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시위 케이팝
태국 학생 시위대가 지난 8월 19일 방콕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에 참여해 휴대폰 손전등을 켜서 불을 밝히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Lillian SUWANRUMPHA / AFP
Thailand

케이팝 팬들이 들불처럼 번진 태국 시위에 기름을 붓는 방법

태국인들이 케이팝을 통해 정치에 입문하고 케이팝을 활용해 시위하고 있다.
29.10.20

태국 대학생 뻿차리는 케이팝을 통해 정치를 접했다.

19세인 그는 2년 전 트위터에 처음 가입했다. 가장 좋아하는 케이팝 그룹 NCT의 트위터 계정을 구독하기 위해 계정이 필요해서다. 하루는 트위터의 피드를 보다가 태국의 반군부세력 정치인 타나톤 쯩룽르앙낏이 올린 게시물을 우연히 접하게 됐다. 그는 지난해 선거에서 당대표로 퓨처포워드당을 의석수 3위 정당에 올려놓았다. 

뻿차리는 VICE와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그 정치인이 누군지도 몰랐다"며 "케이팝 정보를 받아보다가 우연히 다른 계정을 구독하면서 정치 정보도 받아보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게 그가 세상을 보는 시선이 뒤바뀐 계기다. 당은 사라지고 대표는 의원직을 박탈당했지만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서 알지 못했던 세상에 눈을 뜬 것이다.

그러면서 뻿차리는 지난해 방콕에서 열린 시위에 처음 참여했다. 또 이번 달 경찰이 물대포를 사용해 진압했던 시위에도 참여해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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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시위의 상징인 세 손가락. 사진: Lillian SUWANRUMPHA / AFP

2014년 발생한 쿠데타와 연이어 일어난 시위. 태국은 수십 년간 정치적 불안정을 겪었다. 하지만 민주화 운동은 최근 새롭게 시위에 합류하는 젊은 참가자들로 불이 붙고 있다. 특히 뻿차리와 같은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온라인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온라인 중에서도 케이팝 팬들의 목소리가 강한 트위터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태국은 아시아에서 트위터 사용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조사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용자는 270만명에서 410만명으로 늘었다. 최근 몇 주간 발생한 태국 시위 관련 정보는 트위터에서 해시태그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케이팝 팬들도 이 시위 물결에 동참했다. 수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지닌 케이팝 팬들이 태국 시위 관련 사진과 글, 영상을 공유하면서 태국의 민주화 운동에 힘을 보탰다.

평소 정치에 관심 없던 이용자들도 피할 수 없을 만큼 정보가 퍼져 나갔다.

익명을 요구한 27세 트위터 이용자 @punpods는 세일즈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이용자는 원래 그룹 갓세븐의 정보를 받아보기 위해 트위터에 가입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요즘은 세상 돌아가는 일을 살펴본다. 소셜미디어가 다양한 정보를 얻고 정부의 입장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돕는 하나의 좋은 창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용자는 "동의하는 의견이든 동의하지 않는 의견이든 다양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물론 사실이 아닌 정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punpods는 지난 15일 방콕에서 열린 시위와 다음 날 열린 시위에 참여했다.

온라인 콘텐츠 창작자 32세 위타왓도 비슷하다. 10년 전 그룹 소녀시대의 트위터 계정을 구독하기 위해 트위터에 처음 가입했다. 트위터는 페이스북보다 정보를 공유하는 데 있어서 훨씬 빠르고 간편한 편이다. 그래서 시위 과정에서 많이 쓰인다.

위타왓은 VICE와 인터뷰에서 "트위터에서 공유한 게시물을 보고 시위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물론 가짜뉴스도 있어 조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많은 태국 시위자들이 케이팝 트위터를 통해 정보를 접하고 정치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하지만 케이팝은 단순히 정치 이슈에 입문하는 통로 이상의 의미가 있다. 

케이팝 팬들은 최근 300만밧(약 1억1000만원)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금했다. 올해 초부터 시작해 최근 2주간 거의 매일 일어나는 태국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서였다.

태국 시위대는 총리가 사임하고 국왕이 헌법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한다.

기부금은 시위대의 헬멧과 우비, 장갑, 안전모 약 4000개를 구매하는 데 사용됐다. 선호하는 케이팝 그룹에 따라 다른 계정에 할당되고 나중에 집계되는 방식이었다.

배우이자 활동가인 사이 차로엔푸라는 트위터에 "태국의 성인들은 팬클럽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유명인이다.

가장 큰 모금액은 77만9562밧(약 2800만원)으로 소녀시대 팬클럽에서 나왔다.

케이팝 팬들이 정치 운동에 발 벗고 나선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은 팬들과 함께 사회 활동을 위해 기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지난 6월 흑인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위해 100만달러(약 11억원)를 기부했다. 케이팝 팬들은 틱톡 이용자들과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 유세에 관중들이 모이지 않은 이유가 자신들의 보이콧 운동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아이돌 그룹이 항상 환영받는 건 아니다. 일부는 침묵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듣는다. 한 시위자는 지난 18일 방콕에서 열린 시위 현장에서 그룹 블랙핑크의 유일한 태국인 멤버 리사를 간접적으로 언급하면서 비판했다. 시위자는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명 인사와 연예인들을 언급하며 "우리보다 더 큰 목소리와 영향력을 지녔으니 얼른 나와서 목소리를 내 달라"고 호소했다. "전 소셜미디어 구독자가 400명뿐입니다. 구독자가 4000만명인 분이 나와서 (태국 시민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주세요."

리사는 인스타그램 구독자가 4000만명이다. 참가자들은 여기서 리사를 유추할 수 있었다.

시위자의 발언은 즉각 토론의 주제가 됐다. 팬들은 리사를 변호하거나 비판했다.

일부 팬들은 시위에 불참하겠다고 경고했다. 발언자를 정한 지도자도 규탄했다.

스타트업 매니저로 일하는 25세 세레네 람니. 블랙핑크를 위해 트위터에 가입했다. 그런데 이제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다른 케이팝 아이돌은 정치적인 문제에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며 "리사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뻿차리는 케이팝을 통해 시위에 참여한 경험이 삶의 큰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단순히 개인의 관심사라고 여겼던 일이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또 "어렸을 땐 할 수 있다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을 할 용기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Choltanutkun Tun-atiruj는 태국의 기자이자 웹사이트 Thisrupt의 설립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