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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흥분 방지 이유로 여학생 ‘포니테일’ 금한 일본 학교

남학생이 여학생을 보고 흥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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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학생이 머리카락을 뒤에서 하나로 묶는 헤어스타일인 ‘포니테일’을 한 채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일본 학교는 학생의 양말 길이부터 속옷 색깔까지 정하는 복장 규정으로 악명 높다. 그런데 이 중 한 규정은 그 자체로 성차별과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바로 긴 머리카락을 뒤에서 하나로 묶는 헤어스타일인 ‘포니테일’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일본 중학교 교사였던 스기야마 모토키는 “학교 운영진이 여학생이 포니테일을 해서 목을 드러내면 남학생을 성적으로 자극할 수 있어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VICE에 “운영진이 우려한 건 남학생이 여학생을 쳐다본다는 점”이라며 “여학생이 흰색 속옷만 입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든 것과 비슷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본 학교에는 여학생 속옷이 교복에 안 비치도록 흰색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스기야마는 “항상 규정을 비판해왔지만 이런 목소리가 드물고 규정이 보편적”이라며 “학생들은 학교의 규정을 순전히 받아들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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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후쿠오카현 10개교 중 1개교는 포니테일을 금지했다.

스기야마는 도쿄에서 약 145km 떨어진 시즈오카현의 5개교에서 11년간 근무했다. 그가 근무했던 학교는 모두 포니테일을 금지했다. 그는 학생에게 가해지는 비합리적인 요구를 폭로하는 일을 개인적인 사명으로 삼았다. 구식이거나 명백히 성차별적이거나 자기표현을 억제하는 교칙을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는 지난해 6월 이런 규정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 결과 일본 정부는 모든 현의 교육 위원회에 포니테일 금지 교칙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일부 학교들은 실제 지침을 바꿨다. 하지만 수십년간 관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포니테일 금지 교칙은 일본 학생를 옭매는 수많은 비합리적인 교칙 중 하나일 뿐이다. 이를 통틀어 ‘블랙 교칙’이라고 부른다. 속옷과 양말 색깔부터 치마 길이, 눈썹 모양까지. 머리카락 색깔도 논쟁이 잦은 사안 중 하나다. 일부 학교는 검은색 직모가 아니면 머리카락이 타고난 곱슬머리이거나 색깔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사진을 요구한다.

스기야마는 학생들이 규정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본 교육 시스템과 ‘블랙 교칙’에 관한 틱톡 영상을 만들어 알리고 있다.

명확한 이유가 없이 관행을 따르다 보니 규정 사이에 모순이 있는 경우도 흔하다. 예를 들어 포니테일을 금지하는 학교들이 목이 드러나는 단발머리는 허용하고 있다.

한 헤어스타일을 허용하면 다른 터무니없는 헤어스타일도 차례로 허용해야 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헤어스타일 금지 규정이 있는 표면적인 이유다. 옆 머리카락은 밀고 위쪽 머리카락을 남겨두는 투블럭컷도 같은 이유로 금지된다.

스기야마는 “학교는 투블럭컷을 허용하면 학생이 수탉처럼 중앙 부위의 머리카락만 남기는 모히칸 스타일도 허용해야 한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블랙 교칙’의 역사는 1870년대로 올라간다. 일본 정부는 이때 최초로 교육 규정을 확립했다. 교칙들은 1970~80년대 교내 폭력과 괴롭힘 방지를 위해 더 엄격해졌다.

세부 금지사항은 학교마다, 세대마다 다르다. 하지만 기대하는 효과는 동일하다. 나이토 아사오 메이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 효과가 아무도 튀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약 40년쯤 본인 학창 시절을 회상했다. 소위 불량 여학생이 긴 치마를 입었을 시기다. 그에 따르면 그 결과 당시 긴 치마 착용이 금지되고 교복 치마가 더 짧게 바뀌었다. 나이토는 VICE에 “요즘 학교는 오히려 짧은 치마를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학생들이 이런 규정 때문에 본인 신체가 단속의 대상이라고 학습되는 점이다.

나이토는 “성이 개인에 속하지 않고 통제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기야마는 학교가 교칙을 변경하라는 정부 요구를 무시한다는 불평을 자주 듣는다. 그는 “학교가 보통 법적 의무가 아니거나 처벌 규정이 없는 공고를 무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귀를 기울이는 학교도 분명히 있다. 일본 가고시마현의 호소야마다 중학교 대변인은 VICE에 “학생들에게서 지난해 항의를 받고 복장 규정을 바꿨다”고 밝혔다. 포니테일과 양 갈래 머리를 금지했지만 흰색, 회색, 검은색, 짙은 남색 속옷을 허용했다.

Hanako Montgom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