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 커플도 법적인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오른 다큐멘터리 영화 ‘프란치스코’를 통해 이런 입장을 밝혔다. 가톨릭 수장이 동성 커플의 법적인 보호를 지지한 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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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영화감독 에브게니 아피네예브스키와 인터뷰에서 “‘동성결합법(Civil Union)’이 필요하다”며 “이게 이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고 난 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과거 아르헨티나 대주교로 있을 때도 동성 결혼 합법화에 반대하면서도 이들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013년에 교황에 오른 뒤로 ‘동성결합법’을 지지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교황은 다큐멘터리에서 “동성애자들도 주님의 자녀이고 가족이 될 권리를 갖고 있다”며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불행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교황의 발언은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가톨릭 단체의 큰 환영을 받았다.
미국 가톨릭 성소수자 옹호 단체 뉴웨이스미니스트리 프랜시스 데베르나르도 이사는 성명을 통해 “LGBTQ를 박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가톨릭교회의 지도자가 게이와 레즈비언 커플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인 역사적 순간”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황이 ‘동성결합법’을 역사상 가장 강하게 지지한 발언이 교회 회원들이 무지개 공동체(LGBTQ)를 대하는 방식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또 “교황이 LGBTQ 이슈를 두고 한 발언은 LGBTQ에겐 엄청난 의미”라며 “동시에 LGBTQ에게 부정적이었던 사람들에게 긍정적 교훈을 줄 것”이라고 평했다.
이어 의미를 강조하면서 “성명은 LGBTQ 커플과 가족을 보호할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할 것”이라며 “이건 전혀 과장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영국 가톨릭 동성애 인권단체 퀘스트 제라드 스완 회장도 VICE와 인터뷰에서 “퀘스트도 교황의 언급이 LBGTQ를 위한 소중한 응원으로 보고 축하했다”고 전했다.
그는 “교황의 입장은 가톨릭교회에서 강조하고 있는 가르침과도 일치한다”며 “가톨릭교회는 모든 인간이 기본권과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고 가르친다”고 평했다.
바티칸의 개혁가로 알려진 83세 교황은 앞서 LGBTQ 가톨릭 신자를 지지했다. 교회의 일부 보수 파벌들은 이에 반발했다. 2013년 게이 성직자에 관해 묻는 질문에 “내가 누구라고 판단하냐“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게이 자녀를 둔 부모들을 만나 “아이들은 하느님의 자녀이고 하느님은 있는 그대로 사랑하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항상 진보적 입장을 취하진 않는다. 교황에 오르기 전에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추기경이라고 불렸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0년 출판된 저서에서 “동성 결혼 합법화는 ‘인류학적 퇴보’”라며 “동성 부부가 입양하면 아이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2017년 출판된 저서에선 젠더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면서 “아이들이 자신의 성을 선택할 수 있다고 배울 수 있다”며 “왜 성이 자연 결정이 아닌 개인 결정이냐”고 물었다.
동성 부부의 입양을 비판하며 모든 아이가 엄마와 아빠가 필요하다고 말한 적도 있다.
데베르나르도 이사는 “유럽과 남미의 가톨릭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가톨릭 신자 대다수의 압도적인 지지로 ‘동성결합법’과 ‘동성결혼법’을 통과시켰다”고 설명했다.
교황에게 “동성 커플들이 교회로부터 축복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자신의 성명을 바탕으로 동성 커플들이 완전한 결혼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촉구했다.
교황이 출연한 다큐멘터리는 이 밖에도 칠레에서 아동 성폭력과 성학대로 면직당한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 사건의 피해자인 후안 카를로스 크루즈를 집중 조명했다.
크루즈는 다큐멘터리에서 교황이 “하느님이 당신을 게이로 만드셨고 하느님은 있는 그대로 당신을 사랑하신다”며 “스스로 사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