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원숭이, 반 인어로 보이는 미라의 정체가 마침내 밝혀졌다.
미라는 그동안 838년 설립된 일본 남부 오카야마현 엔주인 불교 사찰에 보관돼 있었다. 이빨이 드러난 채 비명을 지르는 모습에 머리에 솜털이 났고 손가락 다섯 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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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의 오랜 신자뿐 아니라 승려도 미라의 정체와 사찰에 있게 된 이유를 알지 못했다. 신자들은 수세기 동안 키가 30cm 정도 되는 미라를 사찰의 불가사의한 명물로 여겼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오카야마의 구라시키예술과학대학 연구진은 지난해에 정체를 밝히려고 연구를 시작했고 1년 만인 지난 7일 결과를 발표했다.
알고 보니 미라는 동물이 아니라 인형이었다.
연구에 참여했던 고생물학자 가토 다카후미는 최근 VICE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실험 결과와 일본 내 미라의 역사를 근거로 미라는 인조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연구 전만 해도 실제 원숭이에 어류의 특정 부위를 덧붙인 거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하지만 단층 촬영(CT) 분석 결과 미라는 천과 솜, 종이로 만들어진 인조물이었다.
또 X선 분석 결과 실제 동물처럼 등뼈나 머리뼈, 갈비뼈 등 주요 뼈대가 없었다.
그렇다고 미라가 솜뭉치 인형이란 건 아니다. 연구진은 물체의 하체에서 어류의 꼬리뼈나 지느러미뼈로 추정되는 부분을 발견했다. 또 머리 부분에서 유일한 골격인 턱과 이빨은 육식어류의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팔이나 어깨, 목, 볼은 복어 껍질로 확인했다.
연구진은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으로 비늘을 분석해 제작 시기를 1800년대로 추정했다. 인형을 누가 왜 제작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인어 이야기와 관련성을 언급했다.
인어는 일본에서 8세기에 나온 고서 ‘닛폰 쇼키(일본 이야기)’에 처음으로 기록돼 있다. 한 어부가 619년쯤 물고기도 인간도 아닌 괴생명체를 포획했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어 형상 미라는 다른 곳에서도 발견됐다. 하지만 면밀 연구를 수행한 건 처음이다.
일본인들은 수두나 홍역이 만연했던 에도 시대(1603-1868)부터 인조물을 제작했다. 인어와 같은 희귀한 생물이 행운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엔주인 사찰의 구이다 고젠 주지 승려는 이번 기회에 미라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알게 됐지만 앞으로도 수세기간 그랬듯 사찰의 마스코트로 남겨두겠다고 전했다.
그는 “부처상에 합장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잘 관리해 후대에 넘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