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최초로 문을 연 대마 식당을 찾았다.
대마 요리와 음료를 파는 식당 반라오르엉은 수도 방콕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쁘라찐부리주의 강변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식당은 지난해 12월 마약법이 개정된 이후 개점한 태국 최초의 합법적 대마 식당이다. 대놓고 대마를 넣은 쿠키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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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라오르엉은 ‘스토리텔링 하우스’라는 뜻이다. 건물은 태국식과 중국식을 섞어 놓았다. 신발을 벗고 식당 안에 들어서자 노인 십여 명이 놀라울 만큼 느긋하게 걸어 나왔다. 노인들이 식당 앞 잔디밭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모습은 매우 편안해 보였다.
태국은 의료용 대마 산업을 확장해 왔다. 그러면서 대마를 5급 통제 물질에서 제외했다. 대마의 환각 성분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 함량이 높은 대마꽃과 씨앗은 예외다. 태국 사람들은 대마꽃과 씨앗을 제외한 대마의 다른 부분을 의료용으로 소지할 수 있다. 하지만 대마의 재배와 유통은 오직 정부에서 허가를 받은 시설만 할 수 있다. 당국은 과거 대마의 줄기와 잎, 뿌리도 대마의 씨앗과 같은 방식으로 취급했다.
이 식당은 당국이 정한 새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THC 함량이 낮은 잎만을 사용한다. 이게 대마 요리로 손님의 건강에 해를 입히는 다른 나라의 일부 대마 식당과 다른 점이다.
대마 요리를 먹어도 취하지 않는다면 굳이 대마를 요리에 쓰는 이유가 뭘까.
식당 매니저 아마라 아까마논은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건 대마를 온건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라며 “사회적인 편견을 없애고자 한다”고 전했다.
식당 손님 아옵 부노물은 VICE와 인터뷰에서 “기성세대는 대마초를 피우고 온종일 뻗은 사람들을 보고 대마초가 나쁘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대마초는 고통을 덜어주고 감정을 다루는 데 많은 도움이 돼서 알수록 좋은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식당은 인근에 있는 병원의 소유다. 병원은 태국의 전통의료병원으로 일찍이 국가의 대마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앞서 태국 최초의 대마 치료 클리닉도 개설했다.
식당이 병원의 소유라는 점도 대마 요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허가가 난 이유 중 하나이다. 또 식당이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자선활동의 중심축이라는 이유도 한몫했다.
식당의 음식은 200밧(약 7350원)을 넘지 않는다. 대부분 100밧(약 3720원) 이하다.
태국 정부는 대마초 사용을 일부 합법화했지만 일반 시민이 개인적으로 대마초를 재배하거나 수익화하는 것을 금한다. 하지만 당국 차원에서 지난달 29일부터 대마 사업을 위한 허가증 신청을 받고 있다. 허가를 받으면 사업을 할 수 있다.
매니저 아까마논은 “식당에서 파는 식사 한 끼는 보통 1% 미만의 THC가 들어 있다”며 “대마 요리를 먹고 나면 취하지 않고 행복하고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식당에선 다양한 태국 대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돼지고기 덮밥 끄라빠오와 새우 요리 남프릭 카삐, 레드와 그린 카레, 망고 찰밥. 식당은 모든 메뉴에서 기호에 따라 대마를 넣거나 뺄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대마 요리엔 대마 잎이 5~7장이 들어가는데 맛이 그리 강하지 않다. 향도 거의 없으며 씨앗과 비슷한 맛이 난다.
굳이 따지자면 신선한 풀 맛이다. 파슬리 맛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마 메뉴론 매운 바질 볶음인 ‘해피 끄라빠오’와 대마잎과 돼지고기를 갈아넣은 고명을 얹은 토스트 ‘기글 브레드’가 대표적이다. 매운 망고 샐러드를 곁들인 대마잎 튀김 ‘위드 템푸라’도 있다. 메뉴판에는 이 음식들이 “즐거움을 주는 요리”라고 적혀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인 ‘굿무드피자’를 주문해봤다. 테이블 한편엔 채소와 핫도그, 게맛살, 소스, 치즈를 얹은 커다란 빵 조각이 놓였다. 피자라고 불리는 이 요리는 나쁘지 않았지만 진짜 피자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아까마논은 “‘굿무드피자’에는 말려서 으깬 대마와 허브의 일종인 오레가노를 섞어 만든 소스가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식당의 백미는 상큼한 맛의 ‘랄라태국차’였다. 얼음이 가득한 유리잔에 대마잎을 살포시 얹어 나온 음료는 세 가지 소스, 소다수와 함께 나왔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딱 좋은 메뉴였다. 손님들은 취향에 따라 달콤한 맛과 과일 맛, 대마 맛을 고르고 세기를 택할 수 있었다. 날마다 설탕 시럽과 과일 종류는 다르다. 우리가 식당에 찾아간 날에는 시큼한 시계꽃 열매와 찻잎, 시나몬 설탕 시럽, 액체로 녹여낸 대마잎이 나왔다.
음식을 먹고 나서 대마 기운이 올라왔느냐고? 물론 올라왔지만 가벼운 정도였다. 식당에서 두 시간 동안 먹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눈에 힘이 살며시 풀렸다. 또 몸이 이완되면서 졸리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아까마논은 “병원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며 “손님들이 음식을 먹으며 대마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대마에 관해 아는 정보를 공유하려고 했다. 아까마노는 “대마는 무조건 좋거나 나쁜 게 아니라 잘 사용하면 몸과 마음에서 오는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도구”라고 전했다.
“적절하게 활용하면 사람에게 유익하고 건강에도 좋아요.”
반라오르엉은 매일 오전 11시에서 오후 7시30분까지 운영한다. 누구나 식당을 이용할 수 있지만 대마가 들어간 음식을 주문하려면 25세 이상임을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