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장미 꽃잎과 라즈베리 잎, 캐모마일은 따뜻하고 향긋한 차에 풍미를 한층 더해준다. 그런데 어떤 이는 담뱃잎 대신 이런 식물로 ‘허브 담배’를 만들어 피우고 있다.
허브 담배는 수십년간 한국과 중국에서 판매됐다. 하지만 요즘은 틱톡의 일부 커뮤니티 회원들이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허브 담배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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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 담배는 보통 예쁘장한 포장지에 들어 있다. 겉으로 보면 말아서 피우는 담배나 대마초랑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다만 니코틴이나 대마가 안에 들어있지 않다. 대신에 장미 꽃잎, 쑥, 라벤더, 다미아나, 수련, 페퍼민트, 라즈베리 잎이 들어있다.
호주 수제 허브 담배 회사의 창업자 로메인 디오는 VICE에 “수많은 전통이 현대에 들어 관심 부족과 연구 미흡으로 잊혔다”며 “야생초를 피우는 것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남은 건 독성 가득한 일반 담배에 대한 보편적인 지식뿐”이라고 덧붙였다.
디오는 “허브 담배가 대마초나 담배 중독을 극복할 때 유용한 도구”라고 설명했다. 이어 “흡연자들은 담배 한 개비를 태우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한다”며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안으로 캐모마일을 이용해 담배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디오는 “쑥은 취하게 하는 효과는 없지만 적당히 피우면 대마초를 대체한다”고 말했다.
혼합 허브차를 판매하는 아눌리카 아구는 허브 담배를 처음 접한 건 2017년이라고 했다. 그가 약초와 건강을 공부하고 있을 때였다. 그는 허브 담배를 불면증과 불안, 생리통 등 증상 완화에 쓸 수 있고 명상에 빠지거나 자각몽을 경험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틱톡 이용자는 영적이고 기묘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허브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또 유행하는 틱톡의 주제와 허브 담배를 혼합해 웃음 소재로 활용하기도 한다. 아직 허브 담배를 접하지 못한 이에게 정보 제공을 위해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도 있다. 한 틱톡 이용자는 영상에서 캐모마일은 불면증과 여드름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구는 “한때 대마의 주요 성분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로 인해 극심한 불안과 피해망상, 공황 장애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또 “직접 만든 허브 담배를 대마 대신 피우면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우울증과 불면증, 불안감 완화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경험과 지식을 영상으로 제작해 틱톡으로 공유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허브 담배 사용 시 주의할 점이 있다. 허브 담배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 연구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식물을 태워 피운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인체에, 특히 호흡기관에 유해할 수가 있다. 담배건 산불이건 연소로 발생하는 연기를 들이마시는 건 대부분의 경우에 해롭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의과대학 맷 스프링어 교수는 허브 담배에는 니코틴이나 THC가 없기 때문에 중독 위험이 낮다고 말했다. 일반 담배와 대마초가 심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허브 담배는 이 위험도 낮다. 하지만 이외에도 우려할 점은 더 있다.
스프링어는 “흡연이 유해한 이유는 식물을 태울 때 나오는 연기 속 화학물질 때문”이라며 “다른 식물을 태운다고 해서 결과가 다르다고 보장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스프링어는 “어떤 식물을 태우건 유해함이 있다”며 “특정 식물에서 나오는 연기에는 그 식물에 고유한 화학물질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런 물질이 무해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어떤 식물을 먹을 수 있다고 해서 꼭 피울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팝콘에 버터의 풍미를 더해주는 합성향료 ‘디아세틸’가 이에 꼭 맞는 대표적인 사례다. 입으로 섭취하면 안전하지만 코로 흡입하면 매우 유해한 성분이 되기 때문이다.
틱톡 이용자들도 허브 담배를 무모하게 태우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아구는 “복용하는 약물이 있는 경우 허브 담배 사용 전에 주치의랑 상의하라”고 당부했다. 디오는 “허브 담배가 임신이나 수유 중인 여성에게는 더 나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자신이 쓰는 식물에 대해 잘 알고 적당히 피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