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러시아의 침입에 맞서 조국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었다. 29세 우크라이나 여성 크리스티나는 10년 이상 이탈리아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슈퍼마켓에서 일하면서 돈을 벌거나 결혼식 전문 가수로 노래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1년 전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 주변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조국으로 돌아가 자원입대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는 2014년부터 러시아가 지원하는 친러 반군의 장악 대상이었다. 크리스티나도 이런 위험성과 심각성을 누구보다 더 잘 알면서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안전상의 이유로 성과 위치를 밝히지 않은 크리스티나는 VICE와 인터뷰에서 “언제나 죽을지 모른다는 위험이 주변에 도사린다”며 “노예가 되는 건 두렵지만 죽음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또 “마지막 순간까지 고국의 땅에 있겠다”고 강조했다.
“노예 되는 건 두렵지만 죽음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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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같은 수많은 우크라이나 여성들은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무장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 군대는 대부분 국가의 군대보다 여성의 비율이 훨씬 더 높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 기준 여군은 약 5만7000명으로 병력의 22.8%다. 미국(16%)이나 독일(12%), 폴란드(7.5%), 러시아(4%)에 비교해 높은 수치다. 보통 남녀를 동등하게 징집하는 노르웨이나 스웨덴 군대에서만 여군 비율이 높다.
우크라이나 여성들은 최근 러시아의 공격에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전쟁터에 나섰다. 그중에 최근 총 쏘는 법을 배운 79세 여성도 있다. 2015년 미인 대회에서 ‘미스 그랜드 우크라이나’로 뽑힌 아나스타시아 레나도 있다. 크리스티나도 이 중 하나다.
크리스티나는 산악 전투 부대의 유일한 여성이다. 그는 “남성과 모든 것을 똑같이 한다”며 “무엇보다도 군인으로서, 친구로서, 가족으로서 대우받는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에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그 후로 우크라이나 여성들은 러시아군에 대항하는 민병대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해냈다. 여성들은 화염병을 제작하기도 하고 혼란을 주기 위해 도로 표지판을 망가뜨리기도 했다.
여성들이 우크라이나의 투쟁사에서 역할을 해낸 건 이번뿐이 아니다. 여성들은 2013년 수도 키이우에서 발생한 유로마이단 시위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시위를 통해 친러 성향이던 당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탄핵해 축출했다.
여성들은 러시아 정부가 반대했던 이 시위에서 활약하거나 임시 병원 건설을 도왔다. 여군의 비율은 뚜렷하게 증가해서 2020년까지 6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영국 런던우크라이나연구소 올레샤 흐로메이추크 소장은 “여성들의 행보는 우크라이나 사회가 자유와 자주권을 위해 무엇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런던우크라이나연구소는 자선 단체이면서 우크라이나 관련 교육 활동을 한다.
우크라이나 여성들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동부 돈바스 일대의 분리주의자를 돕던 2014년에도 앞서 유로마이단 시위에서 했던 역할을 마찬가지로 톡톡히 해냈다. 흐로메이추크에 따르면 이때가 시위 때와 달랐던 점은 여성들이 무장했다는 점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원래 여성의 전투 참여를 불허했다. 이 때문에 일부 여성들은 법적 규제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 전투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2018년 양성평등법을 승인하면서 여군도 다른 군인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권리를 부여받았다.
흐로메이추크는 여군이 동등한 권리를 받으며 엄청난 사회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여군은 우크라이나에 만연한 전통적인 성 인식을 뒤바꾸는 데 기여를 했다”며 “단순히 여성이 아니라 입대를 선택한 군사 전문가라는 인식이 퍼졌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상황이라 우크라이나 여군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전쟁에 동원하기 위해 병역에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18~60세 여성에게 군대 명부에 등록하라고 명령했다. 우크라이나 국회의원 올렉산드라 우스티노바는 당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우리 국경에 러시아군 12만2000명이 주둔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는 논리적이고 시기적절하며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달 시민 150만명 이상을 국토방위군으로 징집한다고 발표했다. 쉽게 말해 이들은 예비군 부대다. 우크라이나 여성 예프헨니아 체흐도 이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 국토방위군에 들어가는 일이 국가를 위한 의무라는 결론을 내렸다.
체흐는 1년 전만 해도 우크라이나 중부 폴타바에서 거주하던 평범한 피부 미용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지역 예비군에 속해 있다. 그와 같은 자원자들은 ‘주말 전사’로 불린다. 이들은 평상시엔 일반인으로 살지만 주말엔 훈련에 참여해 적과 맞설 준비를 한다.

체흐는 러시아 침입 전에 46세란 나이에도 불구하고 토요일마다 군사 훈련을 받았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았던 터라 쉽진 않았다. 하지만 VICE에 “전장으로 가는 일이 두렵지 않고 망설여지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인 모두가 러시아와 전쟁 중”이라며 “적에 대한 두려움이나 동정심이 없이 결연하고 자신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이 있는데 가족과 보통 시민들의 안위가 걱정될 뿐”이라고 전했다.
물론 체흐 같이 전투나 훈련 경험이 없는 병력은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한 우크라이나 군인은 페트로 포로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인터뷰할 때 뒤에서 실수로 소총의 탄창을 떨어뜨렸다. 군인의 어설픈 실수는 바로 웃음거리가 됐다.
군인이 전문 교육을 받은 직업 군인이었는지, 신병이었지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에 맞서 서툴지만 전쟁에 나선 수많은 평범한 시민과 여성을 대표한다.
흐로메이추크는 “민간인들이 무장하는 방법 말곤 다른 방법이 없다고 느낀다는 건 국제 사회가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Koh Ew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