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좋아하면 안 되는 사람에게 끌리지 않는 방법

위험한 굴레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헤어질 결심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사진: ㈜모호필름 제공

좋아하면 안 되는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편이 좋다. 여기서 좋아하면 안 되는 사람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품절’된 사람이나 진지한 연애를 할 생각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이런 사람을 사랑하는 건 불행의 길로 들어서는 지름길이다. 굳이 나서서 경험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한 사람에게 전념할 수 없는 사람에겐 편할 수 있다. 서로 사랑할 수 없는 사람에게 마음을 줘서 두근대는 감정을 혼자나마 즐길 수 있으면서도 위험을 감수하거나 굳이 노력할 필요가 없어서다. 또 특별한 관계에서 오는 상처를 받을 일이 없어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좋아하면 안 되는 사람을 좋아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의기소침해지기 마련이다. 또 스스로 무가치하다고 느낀다. 위험한 생각이나 행동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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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심리학자 마라 유싱코는 “자신이 ‘사랑받을 만하다, 하지 않다’를 결정하고 그대로 믿기 시작한다”며 “이런 사람에게 끌릴수록 악순환은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좋아하면 안 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게 뭔지 아는 사람에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좋은 소식은 우리 주변엔 다양한 사람이 있어 꼭 그 사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나쁜 소식은 이걸 알면서도 가능성이 없는 쪽에 마음이 더 갈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대체 왜 그럴까.

유싱코에 따르면 관계 심리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가 어린 시절 보호자와 관계다. 부모와 관계가 성인기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부모 간 또는 부모와 관계가 요원했다면 다른 중요한 관계에서도 서로 먼 관계를 관계의 기본적인 기준으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 어른이 돼서도 부모와 관계와 비슷한 거리감이 있는 관계를 찾게 되는 거다.

유싱코는 “가까워지기 어려운 부모나 보호자 밑에서 자랐다면 무관심 속에 방치된 상태에서 느꼈던 불안감을 더 익숙하고 편안한 감정으로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인이나 친구 관계에서도 불안하고 긴장할 때 편안하게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주변에 좋아해도 괜찮은 사람보다 좋아하면 안 되는 사람에게 끌리게 되는 거다.

정반대 성장 환경도 비슷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는 “간섭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도 지나친 관심을 주는 사람을 밀어내고 좋아하면 안 되는 사람에게 끌린다”고 분석했다.

물론 부모의 영향력이 항상 지배적이진 않다. 상대와 맺는 한 번의 나쁜 연인 관계가 이후 관계에 접근하는 방식을 결정짓기도 한다. 또 매체가 그리는 연인 관계도 한몫한다.

유싱코는 대중 매체에서 낭만적으로 묘사하는 ‘상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나 ‘누군가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명 미국 하이틴 드라마 ‘가십 걸’도 여자 주인공 블레어 월도프가 바람둥이 척 배스에게 미련을 못 버리고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그려낸다.

유싱코는 “사람들은 그런 메시지에 속아 누군가 당장 연애할 준비가 안 됐다고 해도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착각한다”고 지적했다. 우린 작품의 메시지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그러면 과거가 반복되는 느낌, 결말이 뻔한 관계에 또 빠져드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헤어 나오기 어렵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이런 관계를 맺는다.

사람들은 보통 좋아하면 안 되는 사람을 좋아하려고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진 않는다. 단지 몇 번 이런 관계를 경험하다 보니까 낯선 부분이 익숙해지고 편해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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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싱코는 “좋아하면 안 되는 사람을 좋아할 때 생기는 고통에 중독되면 새 고통을 피하려고 한다”며 “좋아해도 괜찮은 사람에게 거절당하는 고통은 피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연애 패턴을 그대로 내버려 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유싱코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이상한 공통점을 발견하면 과거 관계뿐 아니라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좋아하면 안 될 사람만 골라 좋아한다는 건 어쩌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관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본인이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생각이나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믿음을 무의식적으로 관계에 투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용인해선 안 되는 특정 행동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신도 좋아하면 안 되는 그 대상처럼 사랑할 준비가 안 됐을 수 있다. 유싱코에 따르면 상대와 가까워지는 게 두려워 스스로 마음의 벽을 쌓아 놓았으면서 친밀한 관계를 원한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이때 본인과 마찬가지로 진지한 관계를 맺지 않으려는 사람에 빠지면 상황은 더 악화한다.

상대와 관계에서 원하는 것과 타협할 수 없는 것을 미리 정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정한 원칙을 따르는 거다. 항상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을 원한다고 정한다고 치자. 책임을 진다는 건 상대에게서 이런 모습을 본다면 처음에 마음이 가지 않았더라도 믿어보고 기회를 준다는 의미다.

또 좋아하는 대상이 좋아하면 안 될 사람이라고 알아차렸을 때 이 문제를 극복해야 할 어려움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관계를 중단하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는 방법도 있다. 관계가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경고등이 들어올 때 재빨리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습관처럼 굳어진 연애 패턴을 부수는 건 어렵다. 새로운 위기와 고통을 맛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루지 못할 사랑을 반드시 피하려는 사람을 위해 유싱코가 남긴 조언이 있다.

“상대가 당신을 어떻게 대하고 어떤 사람인지를 보세요. 그 사람을 ‘고쳤을’ 경우 어떤 사람이 될지가 아니라요. 많은 경우 위험 신호가 보일 겁니다. 답장을 뜸하게 한다든지, 데이트 신청을 안 한다든지. 애초에 그런 사람인 거예요. 이게 정말 원하는 건가요?”

Romano San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