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테크노 뮤직 페스티벌이라고 하면 폐광촌이 먼저 떠오르진 않는다. 그런데 독일의 ‘홀: 유나이트 퀴어 페스티벌’은 탄광촌에서 개최됐다. 2017년부터 열리기 시작한 축제는 올여름 독일 작센안할트주 페로폴리스에서 열렸다. 여긴 한때 광산촌이었다가 대형 크레인과 산업기구를 전시해 야외 박물관이 된 곳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유럽 최초의 퀴어 뮤직 페스티벌인 ‘유나이티드 퀴어 페스티벌’은 올해 참가자가 5000명에 달하면서 전 세계 퀴어 뮤직 페스티벌 중 최대 규모가 됐다.
축제 참가자들은 반짝이와 가죽, 레이스 등으로 한껏 치장한 채로 현장에 모였다.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사진작가 대니 딘조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축제를 처음 알게 됐다. 그는 “런던과 베를린의 퀴어 커뮤니티는 서로 꽤 가깝다”며 “소셜미디어에서 크레인이 등장하는 현장 사진을 계속 보다가 직접 가보겠다고 마음을 굳혔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2020년에 축제에 가고 싶었지만 모두 알고 있는 그 일(팬데믹)이 벌어졌다”며 “축제에 가기 위해 베를린에서도 남서쪽으로 2시간을 더 이동했다”고 덧붙였다.
축제엔 무대 5개를 비롯해 인연을 찾고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딘조는 “거친 페티시 클럽 같은 장소부터 할머니 댁 같은 느낌으로 장식된 곳도 있었다”며 “폭우를 피해 건물에 모인 사람들은 모여 함께 춤추고 노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에서 ‘거친 장면’들을 많이 목격했지만 모두 전할 순 없다”며 말을 아꼈다.
참가자들은 낮에는 자신의 텐트나 캠핑카, 승용차에서 벗어나 야외 파티와 일광욕을 즐겼다. 또 모래사장을 낀 호수에서 수영을 하기도 했다. 그는 “대부분 나체로 목욕했다”며 “여태껏 퀴어의 벗은 몸을 한꺼번에 그렇게 많이 본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오랜만에 활기가 돋고 치유되는 분위기였어요. 비록 페스티벌은 며칠뿐이었지만 ‘우리를 위한 자유로운 세상이 정말 존재할 수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아래에서 딘조가 페스티벌에 가서 직접 촬영한 사진을 확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