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아모리 다자간연애 연애 데이트
폴리아모리를 추구하는 이동명씨. 본인 제공
Identity

“여러 사람을 사랑합니다”, 나의 폴리아모리 고백기

“서로가 상대의 사랑을 존중하는 것이 폴리아모리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5.2.21

이동명씨는 올해 29세로 서울과 독일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자유기고가다.

우리는 정말 ‘한 사람’만을 사랑해야 하는 걸까. 처음부터 그렇게 살도록 만들어진 걸까. 어느 순간 이런 발칙한 질문이 들기 시작했다. 애인이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느꼈고, 새로운 관계에 호기심을 느꼈다. 동시에 ‘받아들여질까?’ ‘지금껏 쌓아온 관계는?’ 이런 걱정도 꼬리표처럼 머릿속을 휘감았다. 누구나 한 번쯤 품어볼 법하지만, 쉽사리 밖으로 꺼내 보기는 어려운 물음을 자신에게 던졌다. 답이 없는 질문은 한동안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머릿속을 끊임없이 맴돌고 있었다.

폴리아모리 다자간연애

폴리아모리를 추구하는 이동명씨. 본인 제공

“애인이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느꼈고 새로운 종류의 관계에 호기심을 느꼈다.”

그러다가 생각이 바뀌는 큰 전환점이 있었다. 4년 전쯤 독일 베를린에 사는 한국인 친구에게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때였다. 친구는 여태껏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했다면서 갑작스러운 고백에 핀잔을 놓았다. 하지만 내가 다른 방식의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일 수 있다는 조언을 이어나갔다. 그때 친구의 입에서 비독점적인 다자간연애란 뜻의 ‘폴리아모리’란 말을 처음 들었다. 폴리아모리는 상대의 동의와 합의 아래 여러 사람과 동시에 연애하는 관계다. 듣자마자 새로운 출구가 열리는 느낌이었다.

마침내 폴리아모리를 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얘기해볼 기회가 생겼다. 양성애 성향의 여성 A와 남성 B, 이성애 성향의 C. 세 명은 지그재그처럼 삼각관계를 이뤘다. B는 다른 동성 연인과도 사귀고 있었다. 얽히고설킨 폴리아모리 관계가 처음엔 너무 복잡하면서도 신기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계속 듣다 보니 나름대로 규칙이 있었다. 보통의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심지어 폴리아모리가 모노가미(일부일처제)보다 더 애정과 사랑이 있는 관계라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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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선 여자친구에게 달려가 말했다. “혹시 그런 경험 있어? 폴리아모리란 게 있는데…”. 상기돼 구구절절 얘기를 늘어놓았다.

하지만 당시 돌아온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여자친구는 “이해할 순 있는데 온전히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자친구 반응을 듣고 사실 좀 실망했다. 하지만 원한다고 강요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이게 이상과 현실의 괴리인 걸까’라는 물음이 들었을 때 솔직한 마음을 여자친구에게 전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인연들에 열린 자세를 갖고 싶다고. 관계에 선을 긋고 싶지 않다고 고백했다. ‘함께 시도해보자’가 아니어서 아쉬웠다. 그렇게 ‘기다려보자’는 말로 대화를 매듭지었다.

얼마 뒤 자연스레 새로운 인연이 찾아왔다. 사실 전에도 애인이 있는데도 새로운 관계에 호기심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끝은 항상 좋지 않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이번엔 전과 다르게 행동했다. 애인과 새로운 사람에게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놨다. 발전 가능성을 떠나 금기되는 일을 고백한다는 게 무척 긴장되고 떨렸다.

털어놓으니 발가벗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창피하진 않았다. 이제껏 숨기고 거짓말했던 게 오히려 창피한 일이라고 느꼈다. 진심이 통한 건지, 결과는 좋았다. 애인은 이해하며 존중해 줬고 한번 지켜보자고 말했다. 또 새로 다가온 인연에게도 전했다. 모두가 폴리아모리가 처음이기에 더 조심스러웠다. 모든 일이 풀린 건 아니었지만 첫 단추를 끼웠다는 생각에 마음이 가벼웠다.

우린 모두 폴리아모리의 방법을 잘 몰랐다. 가장 먼저 주의를 기울인 건 시간 약속이었다. 상대가 다른 애인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서로 엇갈리지 않게 만날 약속 시간을 미리 정했다.

이런 방법으로 오해와 질투심을 해소하면서 관계를 쌓아갔다.

폴리아모리 다자간연애 한국 남성 일탈

폴리아모리를 추구하는 이동명씨(왼쪽)와 친구들. 본인 제공

“양다리 걸치는 거랑 다를 게 뭐야?” “그냥 바람피우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이건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폴리아모리 선언을 한 이후에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여기에 대한 대답은 문어발식 연애와는 다르다는 것. 한 사람이 다수와 교제할 수 있다는 건 상대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저 본인에게만 관대한 이기적인 사람일 뿐이다. 폴리아모리를 하면 모두가 주체가 될 수 있다. 서로가 상대의 사랑을 존중하는 것이 폴리아모리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합의와 존중이 있다면 모든 관계의 가능성이 열린다.

“서로가 상대의 사랑을 존중하는 것이 폴리아모리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관계에서 하나의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각기 다른 것처럼 모든 관계도 각기 다를 수 있다. 조건을 따져 사랑하는 게 아닌 사랑하면서 필요한 조건을 만들어나가는 게 최선 아닐까. 사람들의 시선이나 사회적인 규범을 넘어서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정체성을 찾는 건 때론 긴 여행이 되기도 한다. 상대방이나 조건을 찾아 떠나는 여행보다 진짜 자신을 마주해야 하는 여행이기에.

이동명 Dongmyeong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