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th

할머니의 유언은 거대한 ‘음경 조각상’ 무덤에 설치하기

유언에 따라 할머니 묘는 170cm 음경 조각상으로 장식됐다.
멕시코, 음경, 할머니, 임종, 유언, 페니스,
주문 제작한 대형 음경 조각상(왼쪽)과 조각상의 주인인 카타리나 오르두냐 페레스 할머니. 사진: 이시드로 라보이그네트/ 알바로 모타 리몬

한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당신 무덤에 거대한 ‘음경 조각상’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유족들은 최근 할머니의 생전 유언에 따라 높이 170cm, 무게 270kg 정도의 초대형 음경 조각상을 제작해 무덤 위에 설치했다. 할머니의 삶에 대한 애정을 기리고 싶었다. 멕시코인인 카타리나 오르두냐 페레스 할머니는 지난해 초 99세로 세상을 떠났다.

손자 알바로 모타 리몬은 VICE에 “할머니는 정해진 틀을 모두 깨고 싶어 하셨다”며 “멕시코인은 어떤 것을 수용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로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할머니는 매우 실험적이고 앞선 생각을 하셨던 분”이라고 덧붙였다.

멕시코 동부 베라크루스주 미산틀라의 작은 마을에선 애칭 ‘도냐 카타’로도 알려진 할머니는 생전 당당하고 열린 태도로 유명했다. 특히 평소 음경을 매우 좋아했다.

손자는 “할머니는 항상 우리는 모두 ‘베르가’(음경)라고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 베르가는 음경을 뜻하는 스페인어 속어다. 이 단어는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매우 모욕적인 욕설이 되거나 자랑스럽고 멋지다는 칭찬이 된다.

손자에 따르면 할머니는 생전 가족들을 자주 ‘베르가’라고 부르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역경에 굴하지 않고 정직하고 열정적이고 동시에 기쁨과 사랑이 넘친다는 뜻이다.

광고
멕시코, 음경, 할머니, 임종, 유언, 페니스,

음경 조각상. 사진: 알바로 모타 리몬

할머니는 학교에 못 다닐 정도로 가난했다. 하지만 굳은 의지로 열심히 노력한 덕에 마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됐다. 정치인도 할머니에게 잘 보이려고 할 정도였다.

손자에 따르면 할머니는 자녀와 손주, 증손주에게 항상 그들이 ‘베르가’이고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다고 가르쳤다. 특히 여성 가족에게는 이를 더욱더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여러 분야에서 활약한다. 손자는 석사 학위 2개를 취득하고 시장으로 뽑혀 도시를 위해 일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여자 형제도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손자는 “할머니는 항상 낙관적이셨고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음경 조각상을 통해 ‘너는 베르가다’라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전하려고 했다. 무슨 일이든 절대 포기하지 말고 문제가 생기면 당당하게 맞서라는 의미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몇 년 동안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죽고 나면 음경 모양의 조각상으로 무덤을 장식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자는 평소 대담하고 장난기 넘치는 할머니의 가벼운 농담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그다지 진지하게 듣지는 않았다. 하지만 돌아가시기 전 대화하면서 할머니가 이 계획에 진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사람들이 당신을 잊지 않고 쉽게 추억하기 위해 그리해주길 바라셨다”고 전했다. 할머니가 지난해 1월 돌아가시고 나서 가족회의 끝에 소원을 이뤄드리기로 했다.

실제 실행에 옮기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손자는 결국 물탱크나 어린이 장난감 같은 플라스틱 제품을 제작하는 업체에 연락해 이 일을 맡을 수 있는지 문의했다.

음경 조각상의 제작자 이시드로 라보이그네트는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며 “이런 조각상 자체가 흔치 않을뿐더러 돌아가신 분을 위한 경우는 더 드물다”고 설명했다. 손자에게 몇 번이나 진지하게 제작을 원한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작업을 시작했다.

조각상의 제작과 설치엔 무려 12명이 필요했다. 또 소요 시간은 한 달 정도가 들었다. 시간이 길어지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처음에 음낭의 모양이 엉망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 형상을 제작할 수 있을 만큼 녹여 처음부터 다시 제작해야 했다.

라보이그네트는 할머니가 금기를 부수는 일을 해왔던 것을 알아 그리 놀라진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제껏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이상했던 프로젝트였다”고 기억했다. 

음경 조각상 사진은 지난달 23일에 공개됐다. 소셜미디어에 확산되면서 관심을 받았다.

라보이그네트는 멕시코 매체가 이 조각상을 조명하면서 다른 제작 의뢰를 받았다. 최근 생전 건설업 베테랑의 가족에게 덤프트럭 모양 비석을 제작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손자는 주민들 모두가 이 조각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10명 중 7명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많은 이가 좋아하진 않더라도 (할머니 소원을) 존중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수적인 가치를 중시하면서 막힌 마음으로 답답하게 사는 사람들은 조각상을 안 좋게 본다”고 덧붙였다. 

가족들은 제작 전부터 이미 비난을 예상했다. 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했다. 이들은 ‘베르가’의 피를 물려받은 가족답게 결국 무덤에 음경 조각상을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