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vironment

베테랑 개발자가 퇴사 후 ‘멸종반란’ 기후활동가가 된 이유

남성은 지난 30년간 캠페인 위주의 환경운동이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Hyeong Yun
Seoul, KR
2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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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반란의 환경운동가 김지훈씨(오른쪽)가 지난해 11월 국회 정문 앞에서 목을 자물쇠로 걸어 잠그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 멸종반란 한국 제공

한 남성이 지난해 11월 국회 정문에 자신의 목을 자전거 자물쇠로 매달아 걸어 잠갔다. 그뿐 아니라 동료들도 문과 목을 이어 묶었다. 기후문제가 지금 당장 목을 조여오는 긴급한 사안이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다소 극단적 퍼포먼스를 보여준 그와 동료 활동가들은 업무방해 등 혐의로 연행됐다. 기후운동을 벌이다 연행된 국내 첫 사례다. 남성은 직장을 11년간 다니다가 그만두고 시민불복종 국제 환경운동단체 ‘멸종반란한국(멸종반란)’에 들어가서 환경운동을 벌이는 김지훈씨다.

멸종반란은 2018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해서 전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국제 환경단체다. 기존 환경단체와 달리 누드 시위죽음 퍼포먼스와 같은 급진적인 운동을 벌인다.

지구촌 ‘기후위기’에 공감하는 이들은 요즘 전 세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힘을 모은다.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 채식을 하거나 비행기 탑승을 거부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또 월급 일부나 전부를 시민단체에 기부하거나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에서 일한다. 지훈씨는 당장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커리어를 뒤로하고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

VICE: 11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기후운동 때문에 그만뒀다고요?
김지훈: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11년간 일하다가 지난여름에 회사를 관뒀어요. 2019년부터 기후문제에 관심이 생겼어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나니 하던 일이 큰 의미가 없다고 느껴졌어요. 개발자로서 일하는 건 재밌었지만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발은 도구일 뿐이고 중요한 건 뭘 만들어 세상에 어떻게 기여하느냐는 것이잖아요. 처음에는 잘하는 게 개발이니까 앱을 만들어 기후운동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끼워 맞추려니 어려웠어요. 하루라도 빨리 길거리에 나가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퇴사하고 방법을 찾다 멸종반란 모임에 나갔어요. 지난해 9월부터 활동하게 됐어요.

기후운동을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요?
계기를 딱 하나만 대라고 한다면 ‘기후 우울증’을 다룬 영화를 번역했던 일이 떠오르네요. ‘기후 우울증’은 기후위기를 인식한 사람들이 무력감이나 슬픔에 빠지는 현상이에요. 감독이 영화에서 파괴된 아마존을 처음으로 마주했던 장면에서 눈물이 왈칵 나왔어요. 어마어마한 면적의 땅이 황폐해져 있었죠. 소와 돼지를 먹일 사료 생산을 위해 아마존의 울창했던 산림이 베어져 나갔던 거예요. 감독은 처음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압도감을 느꼈지만 활동가들을 만나면서 점점 극복하죠. 기후 위기에 압도당했던 감독의 모습에 감정 이입이 됐고 포기하지 않고 위기에 대응하는 자세에 감동했어요.

또 2018년 환경 캠페인 ‘플라스틱 어택’에 참여하면서 기후운동을 할 용기를 얻었어요. ‘플라스틱 어택’은 과대하게 포장된 플라스틱을 매장에 다시 돌려주고 오는 캠페인이에요. 영국에서 처음 시작한 환경운동이에요. 저는 한국판 플라스틱 어택에 참여하고 있어요. 원래는 소소하게 대화만 나누고 있다가 ‘컵보증금제’ 입법화 운동으로 이어졌어요. ‘컵보증금제’는 카페나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일회용 컵으로 주문할 때 보증금을 내고 컵을 반납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에요. 내년부터 이 제도가 14년 만에 부활해요.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니까 진짜 변화하는구나’ 깨달은 계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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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관뒀는데 생계는 어떻게 유지하나요?
일단 그동안 벌어둔 돈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죠. 처음 1년은 ‘벌어둔 돈으로 아껴 쓰면 어떻게든 방법이 생기겠지’라고 생각했어요. 생계수단을 아직 계속 고민 중이긴 해요. 개발 일을 파트타임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기후활동을 주업으로, 개발 일을 부업으로 해서 생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필요한 만큼만 적당히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기가 그렇게 쉽진 않아요. 그렇다고 일반 회사에 들어가서 개발자로 다시 일하면 퇴보하는 느낌일 것 같고요.

일을 그만둘 때쯤 결혼하셨는데 배우자는 반대하지 않았나요?
배우자는 제 생각을 지지해주는 사람이에요. 또 자급자족에도 관심이 많은 사람이죠. 생각도 비슷해서 같이 채식하고 있어요. 결혼하려고 배우자를 찾은 게 아니라 지금의 배우자를 만나서 결혼하게 된 거예요. 이런 사람이면 결혼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죠.

멸종반란 한국은 어떤 일을 하나요?
보통 기후운동이라고 하면 크게 두 흐름이 있어요. 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하면서 위기에 대응하거나 시장경제 체제에 변화를 요구하면서 기후정의 실현하거나. 멸종반란은 후자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기후위기에 심각성을 느끼는 시민이 모여 ‘비폭력 시민불족종’ 방식으로 지금의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 내는 거죠.

환경이 중요하다고 아무리 떠들어도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가 아니면 잘 신경 쓰지 않아요. 비폭력 시민불족종 운동은 사회에 직접적인 손실을 입혀서 자본주의 체제를 따르는 정부가 반응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거예요. 기후위기에 목소리 내는 단체는 이미 많아요. 우리는 그 이상을 전달하고 싶어요. 현상 인식을 넘어 체제 변화를 얘기하고 싶어요. 기후위기가 시장경제 체제가 만들어낸 불평등에서 비롯된 현상이고 바로잡아야 한다고요. 지금은 체제변화라는 안건을 어떻게 사회적 의제로 끌어낼 것인지 고민하는 중이에요. 국회 앞에서 시위했던 것도 이를 위해 생각했던 여러 방법의 하나였죠.

“기후위기에 목소리 내는 단체는 이미 많아요. 우리는 그 이상을 전달하고 싶어요. 현상 인식을 넘어 체제 변화를 얘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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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반란의 한 활동가가 지난해 11월 국회 앞 정문에 자물쇠로 목을 걸어 잠그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 멸종반란 한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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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들이 지난해 11월 국회 정문에 걸린 자물쇠를 절단하고 있다. 사진: 멸종반란 한국 제공

국회 시위가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하나요?
적어도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선 꽤 알려졌어요. 매번 ‘탄소중립 2050’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활동가들이 있었어요. (‘탄소중립 2050’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다시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구호). 그런데 저희가 시위한 이후로 그분들 문구의 ‘2050’이 ‘2030’으로 바뀌었더라고요.

기후운동은 지난 30년간 캠페인 위주였어요. 하지만 탄소 배출량은 계속 증가했죠. 저흰 이 방식이 실패했다고 판단했어요.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기후운동은 지난 30년간 캠페인 위주였어요. 하지만 탄소 배출량은 계속 증가했죠. 저흰 이 방식이 실패했다고 판단했어요.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기후운동하면서 주변으로부터 비난받았던 적이 있었나?
부모님은 저한테 언제까지 쉴 건지 물어보세요. 제가 일을 안 하고 쉬는 것 같으니까요. 사실 저는 지금 쉬고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부모님이나 사회가 볼 때는 제가 돈을 안 벌고 있으니까 마냥 쉬고 있는 것으로 보이죠. 제가 하는 활동은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활동이지만 경제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해요. 저희가 비판하는 지점도 모든 게 다 자본을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까 사회에서 정말로 필요한 가치가 인정받지 못한다는 거예요. 돈을 넘어서 정말 필요한 가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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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활동가들이 지난해 11월 시위 때 사용하다가 경찰에 압수된 시위 용품. 사진: 멸종반란 한국 제공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요?
머리로 고민하기보단 밖으로 나가보면 좋겠어요. 시위는 어려워도 같은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건 재밌잖아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모임에 나와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고 돌아가요. 요즘 채식이 ‘힙’한 유행처럼 퍼졌잖아요. 기후문제를 주제로 다양한 사람과 대화하는 일도 ‘힙’한 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Hyeong 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