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ntity

QR코드를 자기 몸에 타투로 새기는 사람들

QR코드를 꺼내는 게 귀찮다면 몸에 새기는 방법도 있다.
Shamani Joshi
Mumbai, IN
타투 문신 QR코드 스캔 백신 코로나19

요즘은 QR코드(정보 무늬)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빠르게 반응하는 코드’란 뜻의 QR코드는 방대한 정보를 작은 무늬 안에 저장할 수 있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정보를 불러올 수 있다.

QR코드는 요즘 드론쇼에 등장하기도 하고 묘비에 새겨지기도 한다. 또 피부에 타투로 새겨진다.

보통 이력서나 인스타그램 프로필로 연결된다. 코로나19 시대인 만큼 피부에 새겨진 QR코드가 백신 접종 증명서로 이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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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중요한 기억을 타투로 새겨둔다. 보통 타투로 정체성을 드러내려고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디자인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제 실용성도 중요해진 듯하다.

이탈리아 남부 레조 칼라브리아에서 타투숍 ‘부트더블유’를 운영하는 타투이스트 가브리엘레 펠레로네는 VICE와 인터뷰에서 “1990년대에는 길쭉한 바코드 타투가 유행하더니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스캔 가능한 QR코드가 유행”이라고 설명했다.

펠레로네는 지난 8월 손님의 피부에 백신 증명서를 연결한 QR코드 타투를 새겼다.

그는 “요즘 많은 사람이 QR코드 타투를 가족 사진과 같은 개인의 추억에 연결한다”며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백신 증명서로 연결하는 경우도 생겼다”고 소개했다.

QR코드는 비대면 접촉이 일상이 되면서 생활에서 떼어낼 수 없는 일부로 스며들었다. 식당과 상점은 전자출입명부뿐 아니라 메뉴 선택과 결제에도 QR코드를 활용한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지역은 식당과 공공장소에 들어갈 때 쓸 수 있도록 지역 주민들의 백신 접종 정보를 알 수 있는 지워지는 임시 QR코드 타투를 발급하기도 했다.

인도에서 활동하는 타투이스트 로케슈 버마는 “요즘 식당에서 QR코드로 계산한다”며 “사람들이 QR코드에 너무 익숙해 타투로도 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그도 QR코드 타투를 여러 번 작업했다. 손님들에게 작업한 QR코드는 움직이는 사진(GIF)부터 인스타그램 프로필, 뮤직비디오, 포트폴리오 등으로 연결됐다.

그는 이 유행을 두고 “색다른 타투를 해서 돋보이려고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보 전달보다 재미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다. 이탈리아 북동부 포르데노네에서 활동하는 타투이스트 레오나르도 비아손은 VICE에 “타투와 기술은 매일 발전한다”며 “새롭게 등장하는 이런 타투는 두 세계를 긴밀히 연결하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비아손은 친구에게 인기곡으로 연결되는 QR코드 타투를 새긴 뒤 스캔하는 영상을 올려서 소셜미디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좋아요’를 현재 150만개 넘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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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의 주인공인 맥스 맨신은 “뮤직비디오를 볼 때마다 웃겨서 타투로 했다”며 “QR코드에서 무엇이 나올지 모르니까 좋은 대화 소재가 된다”고 전했다. 

QR코드로 사랑을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인도에서 타투숍 ‘보디캔버스’를 운영하는 타투이스트 비카스 말라니는 “한 손님이 여자친구를 위해 애정 어린 타투를 원한다고 하길래 같이 즐겨 듣는 사랑 노래가 나오도록 QR코드 타투를 새겼다”고 전했다. 

하지만 QR코드 타투는 때로 골칫거리가 된다. 콜롬비아 출신 한 인플루언서는 지난 3월 QR코드를 목에 타투로 새긴 뒤에 스캔이 안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펠레로네는 “타투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타투이스트들은 작업 전 스케치를 하고 스캔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고 전했다.

또 QR코드는 바뀌거나 망가질 가능성도 크다. 말라니는 “QR코드 타투는 생명력이 짧다”며 “나이가 들면서 피부가 처지기 시작하면 스캔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타투 문신 QR코드 스캔 백신 코로나19

가브리엘레 펠레로네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정보가 담긴 증명서를 타투로 새기고 나서 스캔하고 있다. 사진: 가브리엘레 펠레로네 제공

비아손은 “QR코드를 앞으로 10년 후에도 쓰고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는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다. 맨신은 “시간이 흐르면 스캔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현재 원하는 걸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시술받은 이유를 밝혔다. 언젠가 사용할 수 없다는 걱정보다 이 순간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에 가치를 둔 거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람들이 기술을 점차 편안하게 느끼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피부에 영원히 새기고 싶을 만큼 말이다. 버마는 이런 현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일종의 진화 같아요. 점차 사이보그로 변하고 있는 거죠. 스마트폰은 이제 우리의 일부가 됐잖아요. QR코드 타투는 우리가 반인-반로봇이 될 수 있다는 첫 징조죠.”

Shamani Jos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