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 Korea

북한 전문가 4인이 분석한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 의도와 남북관계의 미래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남북 관계 경색에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Junhyup Kwon
Seoul, KR
19.6.20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북한 김정은 김여정
북한이 지난 16일 오후 2시49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에서 경계선 너머로 보이는 모습. 사진: JUNG YEON-JE / AFP

북한이 이번 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대남 군사행동을 예고했다. 청와대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폭파 후 내놓은 비난 담화를 두고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건 몰상식한 행위”라며 현정부 들어 전례 없이 높은 강도로 맞받아쳤다. 북한은 19일 이에 맞서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첫 단계에 불과한 물리적 행동에 남조선 당국이 분별을 잃었다”며 “적반하장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고 책임을 돌렸다.

거친 말들이 오갔지만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후 사흘간 큰 특이동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는 사이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관계 악화에 책임진다는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김 장관의 면직을 재가했다”며 “만찬을 하면서 사의 입장을 경청했다”고 밝혔다.

VICE는 북한 전문가들이 남북관계를 어떻게 진단, 전망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북한 김정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진: KOREA POOL / AFP

북한군 출신 탈북자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

VICE: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할 것이라고 예상하셨나요?
안찬일 소장:
예상했습니다. 북한이 감시초소(GP)에서 인공기와 최고사령관기를 내릴 때 뭔가 행동을 준비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동안 김 제1부부장이 해온 말(경고)이 빈말이 아니고 북한은 말을 행동으로 반드시 옮긴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남북 관계를 당분간 냉각 상태로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북한 김정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북한 감시초소(GP). 사진: STR / YONHAP / AFP

도발을 앞으로 이어나가리라 전망하시나요?
공동연락사무소 폭파가 1단계라면, 2단계 도발은 비무장지대(DMZ)나 북방한계선(NLL)에서 도발일 수 있습니다. 3단계 도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나 전략 무기 도발일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이번에는 1단계를 실행에 옮겼다고 봅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 대표가 오는 25일 6·25 전쟁 70주년에 기어코 불법전단을 살포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면 북한이 앞으로 단계를 올릴 수 있습니다. 2단계로 DMZ나 NLL에서 군사 행동에 돌입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겁니다.

조지메이슨대학교 한국분교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 교수

VICE: 북한이 대응 수위를 높인 이유를 어떻게 분석하시나요?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 교수:
북한이 남북 상황을 국내 정치에 이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사태를 미국이나 남한을 향한 것으로 해석하면 앞뒤가 안 맞습니다. 남한 정부로부터 뭔가 얻어 내길 포기한 거죠. 김 제1부부장을 북한 인민에게 ‘강력한 지도자’로 인식시키기 위해 대외적으로는 오히려 적대 정책을 유지하는 겁니다.

김 제1부부장이 여태껏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남한과 부드러운 관계를 맺는 데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으니까 엘리트층이나 인민에게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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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앞으로 적대 정책이 계속된다고 전망하시나요?
북한이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고 어디까지 공격적인 대외 정책을 쓸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국내 정치에서 원하는 효과를 얻을 때까지 적대 정책을 쓴다고 봐요.

아산정책연구소 북한연구센터 고명현 연구위원

VICE: 북한의 최근 행동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분석하시나요?
고명현 위원: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먼저 남한에 대한 위협뿐 아니라 미국에 대한 위협입니다.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 향후 남한을 향한 도발 수위뿐 아니라 미국을 향한 도발 수위도 높아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둘째는 김 제1부부장의 위상 변화를 뜻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비추지 않으면서 김 제1부부장의 존재가 부각됐습니다. 김 제1부부장이 지금까지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기 어려웠던 이유는 군 관련 경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남 도발로 군과의 관계를 구축한 셈이죠. 김 제1부부장이 향후 이인자로 등극하고 최종 지도자로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봅니다.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

VICE: 최근 북한이 왜 도발을 계속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김동엽 교수:
북한은 지금 불법전단을 관계 경색과 도발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불법전단과 남한의 행동이 인민의 동요를 끌어내서 북한이 밀고 있는 경제 정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법전단만이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동안 북한이 남한에 쌓인 불만이 폭발해 도발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어떤 불만이 쌓였다고 진단하시나요?
경제 발전에 성과가 없다는 점이 폭발한 거죠. 최근 경제 성과도 없고 남한에서는 대북전단이 들어오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친 상황이잖아요. 북한이 인민에게 보여줄 게 없는 거예요. 그래서 북한이 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고 이해시키고 스스로 힘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자력갱생을 각인하고 싶어 해요.

경제의 방향을 자력갱생으로 잡은 것이군요?
경제 발전을 하려다 보니까 제재가 있잖아요. 이걸 풀 수 있는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죠. 근데 문 정부가 나타나 미국과 중재한 거죠. 남한과 미국이 과거와 다르다고 생각해서 정상회담까지 했는데 결국 (어떤 성과를 얻지 못하고) 북한으로 돌아온 거죠. 그때부터 남한과 미국을 믿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자력갱생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거예요.

북한의 지금 대응은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이후 만들어진 로드맵이에요. 그때부터 이미 작정하고 있었던 거예요. 오래전 계획을 최근 행동으로 옮긴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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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hyup Kwon, Min Ji K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