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0대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클럽과 경기도 안양시 일본식 주점 ‘자쿠와’에서 발생한 환자 대부분이 20대 청년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1일 0시 기준으로 국내 확진자는 1만1122명이다. 이 중 20대는 3103명으로 27.9%를 차지한다.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특히 5월 연휴 이후 발생한 환자 중에는 20대가 43%를 차지한다”며 20대에게 모임 자제를 부탁했다. 20대 환자들은 코로나19로 생명을 잃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가장 낮다. 하지만 VICE가 인터뷰한 환자들에 따르면 아무리 20대라고 해도 완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심한 후유증을 앓을 수도 있다. 20대가 코로나19를 얕보면 안 되는 이유다.
제임스
영국 20세 청년 제임스는 지난 3월 중순 오전부터 기숙사에서 발열과 두통을 겪었다. 화장실까지 걸어가는 것마저 버겁다고 느꼈다. 앉아서 거친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오후부턴 구토 증상이 나타났다. 코로나19 증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111번으로 전화해 증상과 상태를 설명했다. 기관으로부터 이메일을 통해 2주간 집에서 자가 격리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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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는 “정말 기분이 우울했다”며 “기숙사 방에서 혼자 틀어박혀 있었다”고 털어놨다. “‘기다림과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뿐이었어요. 온종일 방 안에서 핸드폰만 보고 있었어요.”
제임스는 7주가 지나 몸을 회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후유증을 겪고 있다.
“조금이라도 돌아다니거나 운동하면 급속도로 피곤해져서 계속 쉬어야 해요.”
테사
26세 청년 테사도 제임스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후유증을 오랫동안 겪고 있다. 테사는 3월 중순에 처음 코로나19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몸이 피곤하다고 느껴 하루 15시간 잠을 잤다. 나중에는 후각을 잃었고 심한 두통을 앓았다.
호흡 곤란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한 후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8주가 흐르는 동안 여러 번 증상이 재발했다. 테사는 아직도 완치까지 험난한 길을 예상한다. “100% 완치와는 거리가 먼 것 같아요. 밖에 나가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증상이 좋아졌다가 나빠졌다 반복하는 게 무서워요. 하루는 몸이 좋았다가 다음 날은 다시 돌아오고 앞으로 갔다가 뒤로 후퇴하는 과정을 쉼 없이 반복하고 있어요.”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월 보고서를 내고 코로나19 증상이 가벼운 경우 회복 시간이 2주 정도 걸릴 수 있고, 심한 경우에는 6주 정도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회복한 다음에도 여전히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의료진들도 피로와 숨 가쁨 등의 가벼운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영국 워릭대학교 의과대학 제임스 길 교수는 “코로나19를 물리친 몸이 아직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라톤을 완주했다고 해도 몸이 지쳐있는 것과 같다”며 “회복할 때까지 충분히 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길 박사는 “휴식 없이 무언가를 더 하기가 힘들다는 느낌이 들면, 몸이 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삶의 속도를 천천히 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를 회복한 이들은 환자들보다 필요한 정보나 지원을 더 찾기 어렵다. 그래서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들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미국에 사는 피오나 뢰벤슈타인 프리랜서 기자는 기업용 메신저 슬랙에 코로나19 환자들이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채널을 개설했다. 뢰벤슈타인 기자는 4000명이 넘는 회원들이 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걱정을 나눈다고 전했다.
커뮤니티에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의 90.6%가 증상이 나타나고 2주 안에 회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39일 동안 증상을 앓았고 대다수는 5~6주 동안 고열과 피로감을 경험했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입원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병원이나 보건소를 방문해 치료에 필요한 조언을 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와 익히 알려진 정보는 실제 사람들의 이야기는 좀 다를 수 있다는 소리다.
뢰벤슈타인 기자는 정신건강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올라온다고 전했다. “가장 인기 있는 대화 주제는 재발과 회복에 걸리는 시간, 우울증, 불안함, 두려움입니다. 대화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작은 소모임 커뮤니티도 만들었습니다. 예컨대 ‘감정 분출구’ ‘감사’ ‘슬픔’ ‘승리’와 같은 방을 만들어 주제별로 대화를 합니다.”
토마스
28세 청년 토마스도 커뮤니티에 참여한다. 토마스는 코로나19가 발병하고 8주 동안 회복기를 지나면서 더 우려하고 있는 건 몸보다 마음이라고 말했다.
“실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어요. 왜 이렇게 완치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까? 나한테 혹시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혼자 계속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외로워져요. 그래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누는 대화가 정말 큰 도움이 돼요.”
토마스는 “정말 혼란스러웠다”며 “이젠 정말 끝이라고 생각할 때마다 증상이 다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생의 ‘미니어처 버전’에 적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테사도 마찬가지로 심리적인 불안이 컸다고 고백했다.
“처음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점점 흔들리더라고요. 이렇게 코로나19의 영향이 오래 갈지 몰랐어요. 계속 코로나19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어떤 일이 저한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말 모르겠어요.”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카마인 파리안테 교수는 “몸 건강 못지 않게 마음 건강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회복 중인 사람들이 우울증과 불안 증상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뇌도 몸의 일부라 몸이 아프면 정신뿐 아니라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또 환자들이 사회적 고립감과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관계, 실업 등의 문제로 어려운 상황을 겪을 수 있습니다.”
완치자들은 정보 부족이라는 산도 넘어야 한다. 사람들의 관심이 대부분 더 심각하거나 극단적인 사례로 향하다 보니 정보나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낀다.
테사는 “폐를 걱정하고 있다”며 “증상이 평균보다 오래 가라앉지 않아 걱정인데 누구한테 물어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의료진이 신경을 많이 써주고 있지만 후유증을 오래 앓는 사람들에 대한 조언이나 정보는 거의 없다”고 했다.
의료진
의료진들도 코로나19 변이가 발생하면 아직 정답을 모른다고 인정한다.
길 박사는 “지금 필요한 건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마찬가지로 폐의 기능 20%를 1년 이상 저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서 코로나19도 비슷하게 흘러 갈 거라고 예상한다”며 “하지만 아직도 왜 어떤 환자는 빨리 회복하고 어떤 환자는 심한 후유증에 시달리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의료진 사이에서 분명해지고 있는 건 회복 중에 피로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영국뇌질환협회(ME)는 최근 코로나19 가이드라인 통해 바이러스를 앓고 피로감이 3달 후에도 이어지면 후유증이 만성화된 것일 수도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ME협회 고문인 찰스 셰퍼드 박사는 “만성 피로를 겪더라도 이상한 게 아니”라며 “바이러스 질환을 겪으면 종종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 “대부분 사람은 몇 주 안에 증상을 극복하지만, 어떤 사람은 후유증을 겪는다”며 “운동과 업무를 무리해서 하면서 극복하려고 하면 오히려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진들은 환자들이 몸을 하루빨리 코로나19 전으로 돌리기 위해 무리하기보다 건강 수칙을 지키면서 쉬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충분한 휴식 시간뿐 아니라 영양 섭취에도 특히 신경 쓰는 편이 좋다고 강조했다. 또 폐 근육의 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심호흡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단계적인 업무 복귀가 불안한 마음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면서 일상과 건강을 되찾는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물론 테사와 같이 회복 기간이 긴 사람들은 혼란스럽고 외로울 수 있다.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하길 바랍니다. 완전히 회복했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요.”
본 기사의 출처는 VICE UK입니다.